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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에 대한 단상
역시 82쿡 형님들은 살림도 잘하시고, 요리도 잘하시고, 아이도 잘키우신다는
생각을 헀어요. 잘은 모르지만 푸우님(저와 비슷한 나일것같고, 아이 월령도
비슷하고, 같은 분당에 사는것같아 괜히 친근하게 느껴지는) 도 둘째가지시곤
아주 기뻐하시는것 같고, 아이가 둘인 형님들도 셋째가 낳고 싶다하시고,,
암튼 82쿡에 들어오면 사람사는 일을 배워가는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요즘 부쩍 아이를 가지신분, 갖고 싶어하시는 분들, 불임인 분들의 글이 많아
제 경험을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저는 2번 유산끝에 5년간 임신이 안되어 인공수정이라는 방법으로 임신을 했답니다.
인공수정시에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란유도주사를 맞는데
저처럼 '다낭성 난소 증후군'
( 매달 하나씩 난자가 나와야 되는데
불규칙한 생리 주기와 홀몬의 영향으로 난자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현역군인은없고 예비군만 가득한 상태의 증상입니다. 즉 배출되지
않는 난자가 많다고 해야 하나..?) 환자들은 주사를 맞게 된답니다.
암튼 그래서 배란 유도 주사를 맞았는데 그만 몸속에서 너무 많은
난자가 생겨서 (50개 이상) 그 난자들이 죽어가면서 주사약과 반응하여
물을 뿜는다네요. 저도 듣느니 처음이었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오더라구요.
출근을 하는데 옷이 안맞고 배가 점점 불러와 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하라고
하더이다. 그때부터 보름동안 복수가 차는데 임신 8-9개월 저리가라로 물이
차고 밥이나 물을 먹을수 없는것은 당여하며 등으로, 팔로 그리고 성기 주변으로
물이 차는데 어느날 보니 제 성기가 양쪽으로 남자것처럼 늘어져 있더라구요.
숨이차오르고, 어찌나 고통스럽던지요..
보름동안 복수를 30리터 넘게 빼냈습니다. 1리터 콜라병으로 30개 정도..
복수를 빼는 방법은 배로 주사바늘을 넣는것과, 질안으로 바늘을 꽂는 방법
이 있는데, 두개 모두 엄청난 고통이 따르죠.
게다가 임신의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진통제를 안쓰기에 그냥 날로 당해야
하는거예요. 암튼 그 고생한 가운데 수정란이 2개가 생겼답니다.
즉, 임신을 한거예요. 쌍동이로..
그런데 둘의 발육이 너무 틀려서 아무래도 한쪽을 유산시켜야 다른 한쪽이
건강하게 자랄수 있다며 일주일후 수술을 하자고 하십니다.
이에 물론 마취는 하는거죠? 이렇게 물었더니,
당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마취없이 수술을 해야 한다는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저 하늘이 얼마나 노래지던지요.......
일주일후 검진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을때 선생님이 그러시데요.
희안하게 발육이 부진한 수정란 하나가 자연도태 되었답니다.
그때의 심정은 참으로 묘하더이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암튼 임신을 했다고 해서 배가 예전상태로 돌아가는것은 아니고
그저 밥많이 먹어서 배부르느낌으로 아기가 2센티라는데 제 배는
6개월정도임산부의 모양이 되어버렸죠. 달이 갈수록 배가 커지는게 아니라
복수가 조금씩 빠져 달이갈수록 배가 적어지는 희안한 경험도 했답니다.
그렇게 까지 임신을 했으니 퇴원하고 출근하면서 정말 힘들고, 괴롭더라구요.
입덧도 심하고, 배도 부르고, 몸도 쇠약해진 상태라서 혹시나 또 유산이 되면
어쩌나.....얼마나 조심스럽던지.
어찌저찌해서 아기 낳기 일주일전까지 손수 운전을 하면서 기를 쓰고 회사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보니 2.56킬로그람.. 0.06킬로로 인큐베이터행을
면했습죠.
그래서 태어난 아기가 주석이 입니다.
벌써 21개월이죠. 이렇게 생난리를 치고 아기를 낳았으니 제가 또 아기갖길
원한다는것은 언감생심이고, 회사다니면서 젖먹이를 데리고 왔다갔다 하다보니
제가 늘상 하는 표현대로 등이 휠것같은 삶의 무게를 경험하게 되니
요즘은 혹시나 자연임신이 될까 무서워 (불임이었던 지난 과거를 망각하고)
얼마나 피임에 신경을 쓰는지 모른답니다.
하지만 제 주변의 많은 어른들-특히 시어머님-께서는 저에게 하나 더 낳을것을
권유하시지요. 게다가 저역시 아이를 낳고 싶진 않지만, 주석이에게 동생이란
존재가 필요할것같은 생각에 망설여 지기도 한답니다.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일련의 과정들이 저에게는 뼈와 살을 깍는(?) 어려움이어서
감히 엄두도 못내고 있답니다.
임신의 과정을 제 특수한 상황-불임이라는-때문임을 감안하더라도,
젖먹이를 키우는것은 제 능력안에서 매우 힘든일이었는데
많은 어머님들이 다시 아기를 원하시고, 바라시는것을 보니
제가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저도 여기 형님들처럼 살림도 좀 잘하고, 조리도 잘하고,
아이도 잘기르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그렇게 내공이 쌓이면 어느날엔가 저도 '둘쨰'에 대해 생각을 바꿀날이 오곘지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집안일에 정성을 다하는 프로주부들은 다른 어떠한 일을
맡아도 책임감있게 잘할거란 생각입니다.
저도 형님들 흉내라도 내봐야 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1. 지나가다
'04.1.29 3:21 PM (211.180.xxx.61)무척 힘들게 첫아이를 낳으셨네요... 오늘 주석엄마님 글은 저로서는 다른데서 들어본적없는
생전 첨 듣는 얘기 였슴다. 글구 푸우님이 둘째를 가지셨다구요? 오랫만에 왓더니...
저번 가을쯤엔가 아기땜에 무척 힘들어하시더니? ㅋㅋ
제 경험상으론, 저두 2년반 터울 딸 둘 두었는데요. 일단 동생있으면 동생하고 잘 놉니다.
한때는 싸우기도 마니 하지만, 그러면서도 잘 놀고 서로 의지하고 그래요.
벌써부터 즈이 둘이 방에 콕 박혀서 한참동안 나오지도 않고 놀아요.
그런데 혼자인 아이들은 부모가 계속 놀아줘야하고 부모를 달달 볶고 그렇더군요.2. 아라레
'04.1.29 3:23 PM (210.117.xxx.164)그 고생을 하시고 또 임신을 바라는 분은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갓난 아기가 자꾸 예뻐보일 때마다(갖을 때라고 하죠? ^^)
일부러 '그 때의 고통과 고생'을 리와인드해요.
지금도 하나 갖고 쩔쩔 매는 걸요... 그래도 정말 갓난 애기들 보면
그 때는 몰랐던 감정과 시선으로 너무 예뻐보여요....3. 최은진
'04.1.29 3:45 PM (211.196.xxx.153)정말 힘드셨겠어요... 나중에 주석이가 엄마한테 몇배 더 잘해야겠네요...^^
82cook에서 자극받아 저두 어젯밤 잠들기전에 신랑이랑 둘째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딸아이하나로 끝낼까도 생각했었는데 요즘들어 간난아이를 보면 왜 그렇게 이뻐보이는지...
아이가 내년이면 4살이고 제나이가 36살이니 장난아닌데 어찌할까 고민입니다...
어머니.... 란 존재는 참으로 대단합니다...4. 김은경
'04.1.29 4:05 PM (203.247.xxx.51)님 다낭성이셨어요? 저도 다낭성이고 임신준비중입니다... 배란유도제를 최대용량까지 쓰고있는데도 잘안자라 주네여... 저도 용기얻어 갑니다... 막연한 불안감과 희망이 공존하는상태였는데... 시아버님이 혼자 외롭게 자라셔서 얼른 친손주를 보고싶어하시는데... 노력많이 해야겠네요.... 지금 제생각같아선 무슨고생을 해도 좋으니까 이쁜 아기가 와줬으면 좋겠네요....
5. ....
'04.1.29 4:08 PM (218.237.xxx.39)서른 중반에 둘째 낳는 분들 참 대단하신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각박하여 심리적 명퇴
연령이 36.5세라는 말이 나도는데..지금은 남편도 벌고 저도 벌고 돈아쉽지 않게 잘 살지만
그런게 무서워서라도 전 둘째 생각못할것 같아요. 재산이 많거나, 전문직이면 모르겠지만요..
아휴 참 힘든 세상입니다..6. 김혜경
'04.1.29 4:55 PM (211.215.xxx.181)주석어머니 참 대단하시네요...
7. 박희진
'04.1.29 5:04 PM (211.54.xxx.137)존경스러운 어머니들.......
8. 푸우
'04.1.29 6:29 PM (211.109.xxx.228)정말 대단하셔요,,
진짜 주석이가 엄마한테 잘해야 되겠어요,,9. 진
'04.1.29 6:32 PM (210.118.xxx.87)주석엄머니,정말 장하시네요.
둘을 그냥 낳아 키우고 있는데도 감사한 줄 모르고
정신적으로 힘들때는
아이가 밉기도 했거든요.
...님,저희는 재산도 없고
전문직도 아니지만 (남편 월급 140만원 좀 안됨)
둘낳아 키우고 있어요.셋째는 부의 상징이라고 하니 셋째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아마 셋낳은 분들도 그러시지 않을까 싶네요.10. 뽀로로
'04.1.29 9:04 PM (221.162.xxx.69)저는 정말 거저다싶이 쉽게 아기를 가졌지만 요즘 고민하는 부분은 님과 같네요. 저도 철들려면 아직 멀었나요...
11. 검색해보니
'04.1.30 12:36 AM (210.117.xxx.164)악처항변 쓰신 분이네요.
무척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렇게 맘고생, 몸고생도 하셨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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