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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가진 엄마에 대한 부러움

무우꽃 조회수 : 1,277
작성일 : 2004-01-20 08:59:35
제가 소시적에 춤을 좀 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70년대 탈패였는데, 양주산대놀이라는 무형문화재의 전수생으로도 있었구요.
하지만 공옥진씨의 창무극을 본 후에 제 한계를 깨달아(죽었다 깨도 저런 광대는 못된다는) 민속학 쪽으로 틀었다가, 묘한 인연으로 컴퓨터를 만지게 돼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각설하고.
흔히들, 남자들은 아들을 바란다고 생각하시기 쉬운데, 간혹 저처럼 딸을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로 외아들이나 형제가 적은 집 사람들이 그런데, 어렸을 적 쓸쓸하게 자라난 게 한이 되서, 뭔가 집안이 아기자기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자랄 때도 딸 많은 집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교회를 다녔었는데, 한 누나 집이 아들 하나에 딸 일곱이었습니다.
그 집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5째야 6째야 그런 식으로 불렀어요.
어쩌다 그 집에 가서 차라도 한잔 얻어마실 때면, 자매들끼리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쨌는지 아십니까?
거짓말 안보태고 너무 좋으니까 몸이 떨리기까지 하더라구요.

스물이 넘어서 춤과 악을 안 후에는 "결혼하면 꼭 딸을 낳아서 전주로 보내서 소리(판소리)를 가르쳐야지"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아기자기한 아빠가 되고 싶었고, 가끔 딸의 소리에 손장단을 치면서 늙어가고 싶었죠.
저는 춤, 딸네미는 소리. 멋진 세트가 되잖겠습니까?
결혼해서 애를 갖자 이름을 미리 지었습니다. "소리"라고.
그런데 태어나기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이따만한 사내녀석이 벌거벗고 목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이고 글렀구나 했습니다.
막상 병원에서 "아드님입니다."소리를 들으니까 그때의 기분이 ....
왜, 시어머니들 "공주님예요" 하면 무척 섭섭해 한다고 하잖아요?  그때 그 심정이 이해되더군요.

며칠 후.
애 호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 그때까지 섭섭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뭐라 짓노. 할머니 말씀에, 뭐라고 짓긴 그대로 소리라고 하세요.
그래서 지금 제 아들 이름이 "소리"입니다. (한자 없이 한글로만 지었습니다)
이름때문에 자라면서 놀림도 많이 받았겠고, 그게 아니라도 미안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희 큰아버지께서도 일주간 제 이름 짓느라 궁리하다가 결국 지으신 게 병태(秉泰:병자는 돌림)인걸요.

제가 제일 부러워하는 모습이 딸네미 손잡고 가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길가다가 그런 광경이 눈에 띄면 지금도 멈춰서서 봅니다.
"운명이 달라져서 저 사람하고 결혼했더라면 졔는 내 딸인데 ..."

- 피자안마를 거듭 읽다가 한이 맺히고 맺혀 한마디 했습니다.
IP : 61.111.xxx.21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이마사지
    '04.1.20 9:01 AM (203.244.xxx.254)

    무우꽃님.. 그밖의질문들에가면
    이론의여왕님이 궁금해하는게 있는데요..답변좀 해주시죠.. ^^

  • 2. peacemaker
    '04.1.20 9:42 AM (218.155.xxx.228)

    하하..
    저 사람하고 결혼했더라면?
    딸 가진 엄마들이 모두 무병태님의 짝사랑?? ^^

  • 3. 아라레
    '04.1.20 9:52 AM (210.117.xxx.164)

    도대체 못하시는 게 몹니까?
    굉장히 다재다능 하시네요... ^^

  • 4. 무시꽃
    '04.1.20 9:57 AM (61.111.xxx.218)

    못하는거요? 가슴아프게 왜 묻습니까?
    딸낳는거요.

  • 5. 김새봄
    '04.1.20 10:06 AM (211.212.xxx.4)

    푸하...전 무우꽃님과 반대되는 생각으로 둘째 낳았습니다.
    어느날 식당에 갔는데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 모시고와 소주한잔
    받아드리는게 참 따스해 보이더라구요..울 남편은 불쌍하구나..
    그러다 덜컥 둘째가 생겼고 낳아보니 다행이 아들이었다는..
    지금은 누구도 안 부럽다는...크흐흐흐...

  • 6. 지성원
    '04.1.20 10:11 AM (61.84.xxx.157)

    무우꽃님 그말있죠?
    늦었다고 생각될때가 가장 빠르다.
    잔나비부녀의 판소리한판 기대 되는데요.

  • 7. 야옹냠냠
    '04.1.20 10:24 AM (220.78.xxx.86)

    대여섯살때 한참 재롱부릴 때 아이들 정말 귀엽죠?
    그 나이 또래의 딸을 가진 남자 선배에게 물었더니 아이가 '아이스크림'으로 느껴진다더군요.
    살살 녹아서 아빠를 정신 못차리게 한다고...^^
    부러워하실 이유...있다고 봅니다^^

  • 8. gem
    '04.1.20 10:27 AM (211.112.xxx.2)

    저희 부부도 딸을 낳고 싶어하는데, 저희 신랑 특히 딸딸 노래를 합니당..
    주위에선 부모가 너무 딸을 바라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로 저희를 놀리는데요..
    정말 아들일 거 같은 불안감에, 태명으로도 딸이름을 붙여나서 아들이면 넘 미안할 거 같은 죄책감에 그렇지만 절대 태명 안 바꾸고, 딸을 기다리고 있습니당..^^;;

  • 9. 무우꽃
    '04.1.20 10:57 AM (61.111.xxx.218)

    단순히 어린 딸의 재롱 때문은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컴학원을 하면서 봤는데, 계집애들은 자라면서 피어난다는 느낌인데 반해, 사내녀석들은 마치 파충류가 허물을 벗는 것 같이 징그럽드라구요.
    그리고 커서도 생각하는 거 보면 아무래도 딸이 더 정감 있어요.
    딸 자라는 거 보면서, "지금은 내 애인이지만 조금 있으면 배반하고 엄마 친구라고 하겠지" 뭐 그런 감정요. 한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배반한 딸과 엄마의 소곤거림도 시기하면서 보고싶었구요.

    괜히 덧없는 말로 저 위로하려 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럴수록 아쉬움만 커지니까요.
    그리고 새봄님, 저랑 웬수되려고 작정하셨수? 누구 속 터지는 꼴 보실랍니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

  • 10. 복주아
    '04.1.20 1:25 PM (219.250.xxx.15)

    무시꽃님! 정말 딸은 이쁩디다~.
    첫딸 낳았다고 시부모님께 엄청 미움을 받아서
    저는 울 딸을 별로 이뻐하지도 못하고 키웠습니다.
    그러다 유치원을 다녔는데 재롱잔치 라는걸 한대서
    시부모님들과 같이 갔더랬습니다.
    그깨 남자애들은 몸놀림도 뻣뻣하고 어색한데 비해
    딸래미들은 어찌나 이뿐쥐.....
    방댕이를 살랑대며 흔들고 그 손모양.. 머리...
    저 그때 처음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제게 딸을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했답니다.
    그후 울딸은 제게 감사의 제목들을 자주 만들어주어
    계속 감사하며... 감동하고 산답니다(약간의 오버거 포함되었슴)

  • 11. 무시꽃
    '04.1.20 2:41 PM (61.111.xxx.218)

    으 빠글빠글(거품 무는 소리)
    이 아줌씨들이 돌아가면서 교대로 염장을 질러요~~ ㅋㅋㅋㅋㅋ

  • 12. 마플
    '04.1.20 3:38 PM (211.221.xxx.67)

    여기 딸셋인집입니당.....개인적으로 딸을 더좋아합니다 그래서 셋낳은건아니지만요...
    셋다데리고 외출할라치면 꼭 그런사람 있습니다 "아이구 아들날려다 그리(?)됐구만...."
    이땅에서 딸로 여자로 살아가야할 우리 딸내미들이 걱정입니다.

  • 13. 짱구유시
    '04.1.20 3:41 PM (210.95.xxx.29)

    전 무우꽃님이 총각인줄 알았더니, 아저씨였네요..
    저도 딸을 낳아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얼마전 제가 감기 심하게 걸려서 딸애에게 뽀뽀를 못해준다고 했거든요..
    나쁜세균이 딸애에게 간다구요.. 그랬더니, 딸애가(6살) 나의 두 볼을 꼭 잡고
    어거지로 뽀뽀를 하는겁니다.. 찐하게..
    그런 다음 하는 말에 전 감동으로 울고 말았죠...
    "엄마, 이제 나쁜 세균들이 다 나한테 올거니까, 엄마는 안 아플꺼야..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지.." 우~와 .. 제 딸 넘 이쁘죠... (좀 조숙한 말이긴 하지만..)
    딸 낳으세요... 아마, 5년, 10년은 젊어지실거예요... 웃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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