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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의 병환...

레이첼 조회수 : 1,058
작성일 : 2004-01-15 11:44:47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저희 시어머니께서
월요일날 쓰러지셨습니다. 뇌졸증..

이상하게 아침부터 어머니랑 전화 통화를 하고 싶더니만
회사에서 점심 먹고 전화를 드리니
그때 이미 말씀이 어눌하신 게 이상했는데
저는 그냥 머리가 아파 누워있어서 그렇다는 어머님 말씀만 믿고 전화를 끊었지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3시 쫌 넘어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가스 타는 냄새가 나는 데 못끄고 있다가
겨우 껐다는 소리에 이게 예사 아프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시동생이랑
저희 신랑한테 전화해서 연락을 취하고 아버님이 집에 도착하신 시간이 4시 반쯤..
그때 119 타고 병원에 가셔서 지금은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뇌졸증으로 쓰러진 뒤 3시간 안에만 병원에 오면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제가 점심때 전화하고 바로 조치만 취했어도 어머니가 아무 이상이 없으신 게 아닐까라는
자책감에 하루하루가 넘 괴롭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직 환갑도 안 되시고 1주일에 3번씩 수영도 다니시고
넘넘 바지런하셔서 군살도 없고 얼마전 받으신 정기검진에선 아무 이상 없다고 나왔었는데...
가족력 때문인지...그날 추운데 반팔 입고 빨래 삶는다고 베란다와 부엌을 왔다갔다 하셔서 그러신 건지..

어머님이 얼른 완쾌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막내딸이셔서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들 사랑도 많이 못받으시고
가난한 장손 아버님 만나 결혼하셔서 5명이나 되는 시동생들 유학 보내고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10년 동안 중풍이신 시아버님 병수발하신 분이십니다. 이제 겨우 좀 살만 해졌다싶으니
아프셔서 넘넘 속상합니다.

그런데 이런 착한(?) 며느리 입장과 나쁜(?) 며느리 입장이 공존하니 제가 참 답답하고 속상하고..그렇네요. 저희 신랑이 큰 아들이고, 저희 시동생은 아직 대학도 졸업 안한 군인의 어린 시동생입니다(나이 차이 5살 남). 저도 아직 애도 없고 결혼한 지 2년이 갓 지났죠..
저희 친정 아버지 4년 동안 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지 몇년 안 됐는데
그때가 저 대학교 3학년때...그 뒤로 전 하고 싶은 거 많이 못하고 혼자 돼서 우울증이 생긴 엄마랑
아직 학생인 동생 때문에 큰딸로서 참 많이 힘들었어요...그때 집안 식구 몰래 진 빚도 꽤 되고요..
아무도 돈 버는 사람이 없어서....겨우 이제 저희 친정 식구들도 제자리를 찾고
저도 결혼해서 이제 제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거 하게 되어 즐거웠거든요...새로 직장 옮기려고
면접도 봤구요...올해는 애기도 가져야지..그러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넘 심하게 아프시면 아무래도 병수발은 제가 해야할 듯 한데
그렇다고 하면 제 신세는 뭔가 싶더라고요...한창 일할 수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할 나이에.....부모님 병수발로 시간 다 보내야하나...이런 생각이 드니까 참 많이 괴롭고 속상하더라고요.

이런 나쁜 며느리 생각과 착한 며느리 생각이 공존하면서 하루하루가 넘넘 괴롭습니다.

아직 친구들한테나 다른 시댁 가족들한테도 말 안 한 상탠데...
여기에다 글 올립니다...위로 받고 싶네요....
IP : 211.190.xxx.20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윤마미..
    '04.1.15 12:01 PM (221.158.xxx.6)

    아이구..님이 한편-고부사이가 존경되는 사이-으로는 부럽습니다.
    심려가 많으시겠어요...
    이런저런 생각의 교차가 크시겠습니다.
    뭐라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 2. yj1973kr
    '04.1.15 12:37 PM (220.118.xxx.109)

    정말로 시어머님이 좋은신분이시면 최선을다해 성심으로 보살펴주세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님께서 진심을 다해 간호한다면 시어머님도 분명 완쾌하실거라 믿어요.
    힘내세요,,

  • 3. 김혜경
    '04.1.15 2:24 PM (219.241.xxx.102)

    레이첼님 자책하지 마세요. 그만큼 하신 것도 빨리 조치를 취하신거구요, 곧 좋아지실 거에요.
    힘내세요.

  • 4. 키세스
    '04.1.15 4:15 PM (211.179.xxx.80)

    솔직히 저라도 님과 같은 상황이면 그런 고민 될 것 같네요.
    주위에 보니까 꼭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몇달 조금 불편하시다 털고 일어나시는 분도 많으시던데...
    식이요법이랑 이런것도 미리 알아두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힘드셔도 힘 내세요.

  • 5. 오늘은 익명
    '04.1.15 5:07 PM (218.53.xxx.214)

    지레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요즘 다들 생각도 깨이고...
    보보스님이 직업이 있으시고...하다면...
    하던일 계속하시면서 간병인을 쓰도록 하세요.
    누구하나의 희생을 강요하진 않는답니다...요새는

    저희 시할머니가 쓰러지셨는데...
    간병인 쓰고 계시거든요(저희 시어머니 55세)
    제 시어머니 연세에는 누구나 다...
    직접 간병하는걸 당연시 하리라 생각했었어요...저도

    할아버지,작은집,저희시부모님이 간병비를 번갈아 내시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형제들이 간병하고 있어요.
    (주1~2회는 울 시어머니)

    맏이 입장이 되면 가장 부담스럽다는걸 저도 잘알아요...
    (저도 맏이)
    하지만...툭 터놓고 의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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