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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그리고 부부싸움..

주석엄마 조회수 : 1,184
작성일 : 2004-01-08 17:36:44


여기 여러 선배님들,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제가 직장일로 회식을 하는것은 일년에 3-4번 정도입니다.
원래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어울려서 이야기 하는것까지 싫어하는
융통성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실,저희 아이가 21개월인데, 지난 21개월동안 한 회식이래봐야
열손가락? 아니 다섯손가락 정도 ?
간략한 소모임은 절대 안가고, 직원 총 송년회라든가, 연수 등등
도저히 빠지면 사회생활이 안될것같은 모임을 제외하고는 저스스로
삼가했죠. 아니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되더라구요.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 봐주는 언니(제 친언니)와 제 아이를 생각하면
퇴근하고 한잔 한다는것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으로서 제가 잘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고등학교적 제일 친한 친구가 생일이었고, 또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으며, 저때문에 번번히 모임이 깨지거나, 저희집으로 와야 하는
친구들의 불편을 생각해 보니 이제는 한번쯤 나가도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미안하고, 뒤통수가 찜찜했죠.

그래 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남편에게 최대한 9시전에는 가서
아이를 찾을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래 오래간만에 만난 여고 동창들, 그리고 새신랑..
분위기 어떠했을지 짐작하시죠?
각자 결혼하고, 아이낳고, 직장다니느라, 집이 멀어서 등등
시간 맞추기는 너무 어려웠고 8시 반이나 되어서 멤버가 집합되었습니다.

뒷통수 찜찜하면 이야긴 더욱 재미있어지고, 그러기를 두시간여,,,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먼저 할까 하다 그냥 두자...
했던거죠.. 그런데 제 남편이 화가난 목소리로
"지금 어디서 뭐하는거야? 무슨 회식을 그렇게 늦게까지 해?"
-제가 친구 만난다고 말하기 미안해서 회식이라고 둘러댔어요-
"지금 애 울고 난리야.. 전화기 밖으론 우리 아기 울음소리.. 엄마아 엄마아~~"
"나, 다음달에 시험도 봐야 되고(공부해야 함)
내일 6시에 나가야 하는데 좀 빨리와...나좀 봐줘라.. 응?"
이러는겁니다.

전화기 속의 아이는 계속 울며 저를 찾고
중계방송이었죠..
당황하는 제 모습을 본 친구들과 새신랑은
야아~~~ ~ ! 우리 늦었다. 얼릉 집에가자.. !
하며 하던 이야기가 공중분해되고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한 분위기..
제 얼굴을 * 씹은 얼굴이 된겁니다.

운전하면서 고속화도로를 타고 오는데 마음속에서 천불이 났습니다.
지난 21개월동안 내 개인생활이라고는 열번도 안한 나에게 이럴수 있나?
아울러, 친구만난다고 말하기 미안해 회식이라고 한 저에게도 화가나고,
그동안 쌓였던것이 한꺼번에 폭발했죠.
사실, 가끔 야근이나, 일직을 설때 아이가 아빠랑 오랜 시간있으면
좀 징징거리는것은 저도 알지만, 열번도 못참는다는건 말도 안되죠..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루로 불러내 (아이는 잠들고)
"동네 구멍가게가 직장인 여자도 나보다는 자주 회식할거고,
두시간 애보는것도 못해서 전화로 아이 우는걸 중계방송하느냐며
마구마구 퍼부었습니다. 내가 술을 마실줄아냐? 춤을 추러다니냐?
그렇다고 화투 만질줄 아냐... 이래가면서.."

그러고 나니 아무말이 없더군요. 한동안.
자기는 다음달에 시험을 꼭 합격해야 하고, 그래서 회사에서 9시까지
밥도 안먹고 공부를하다가 왔으며, 저녁도 못먹고 아기를 보는데
아기는 울고, 나는 안오고, 애가 우니 밥도 못먹었고, 그렇지만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아울러, 오늘은 자기가 기분이 안좋은 날이라나 어쨌다나..

한바탕하고, 저는 잠을자고, 남편은 방으로가 공부를 하는것도 같았으며
오늘 새벽일찍 바나나를 먹고 나갔습니다.

저는 저에게도, 남편에게도 화가나고
아이에겐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아..............!
제 인생에도 언젠가 차한잔의 여유라는 말이 다시 찾아오나요?

저도 제 개인적인 시간, 삶, 여유, 그런것이 필요합니다.
왜 남자와 여자는, 아빠와 엄마는, 직장인 남성과 직장인 여성사이에는
이렇듯 큰 괴리가 존재하는것일까요?

하루종일 답답한 마음을 털어놔 봅니다.
IP : 210.102.xxx.13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우유
    '04.1.8 8:26 PM (218.51.xxx.62)

    안타깝네요
    저도 아기 낳고 1년동안 직장생활 했습니다
    평일엔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참 많이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뭐라시는것도 아닌데.. 그냥 힘들어..힘들어..하시는게..
    꼭 맞벌이가 아니여도 아이가 어릴땐 남편에게 맡기고 어디라도 갈라하면
    전화기에 불이 난다고 합니다
    가끔 휴일에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시고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보세요
    또 아이가 좀 크면 좀 더 괜챦습니다
    지금이 가장 아이키우기 힘든 때인거 같아요

  • 2. 하늬맘
    '04.1.9 1:14 AM (218.50.xxx.73)

    전 그 생활 13년째 하고 있어요..
    돈 많이 벌어 입주 도우미라도 두기전에는 방법이 없네요..
    결혼 안 한 후배녀석과의 대화 한토막..
    "저녁에 별일 있으세요?"
    "왜?"
    "별일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 영화 보시자구요"
    "...난 별일 있어야 저녁에 시간 나!!"

    이땅에서 여자로 살기가 너무 버겁다..왜이리 무거운 짐 지게 하는지!!했더니
    미운소리 골라서 하는 한ㄴ왈
    대한민국 여자들 ..무거운 짐이라도 지워 눌러놔지..안그러면 남자들 기죽어 못산다나..

  • 3. 미국아지매
    '04.1.9 1:49 AM (141.157.xxx.201)

    맘 좀 편하시라고 애기해드릴께요...저도 우리나라 여자들만 그러는줄 알고 무지무지 억울했더랬어요...근데 미국여자들은 더하더라구요....여긴 아이들 13세되기전까지 집에 혼자두지도 못하고 집 바로 앞(진짜 10미터도 안되는) 공원에 가더라도 누가 꼭 붙어있어야돼요..안그럼 경찰이 데리고가요..학교며 학원 다 데려다 줘야하고 부모가 애들 학교에 가서 해야할일도 많고...
    미국남자들 매너 좀 있고 여자 위할것 같죠? 절대요... 여기 애들도 다 엄마가 키웁디다.
    간단한 일하는건 꿈도 못꿔요..눈씻고 찾아도 30십대 아이엄마 정도 나이의 여자분이 일하는 모습 보기힘듭니다. 게다가 친정엄마가 애봐준다는것도 상상도 못하구요..여기 할머니들 그런거 안합니다..참나...여자로 태어난게 여기가나 저리가나 고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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