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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사람들(헬로엔터에서 퍼옴)

똑딱단추 조회수 : 961
작성일 : 2003-12-16 21:55:17
1.

아침에 출근할 때면
각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는 경비 아저씨들께서
교통 정리를 해 주느라 분주합니다.

즉 그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량이
순조롭게 차도로 진입을 하도록
정지 명령, 진행 명령을 수신호로 해 주는 것이죠.

저희 아파트 아저씨들은 이른 아침마다
춥거나 덥거나 너무 열심히 해 주시어
저희는 답례인사만 열심히 하며 출근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출근을 하면서 돌아 지나가게 되는 길,
맞은 편 아파트 단지의 경비아저씨 또한 매번 보게 되는데
이 분..
참으로 특이한 분입니다.

그 아파트 입구에 서서
우리 아파트 아저씨에게는 없는 빨간봉도 들고
호루라기까지 홰르르르륵-
정신 사납게 불어 대시는데..

자신이 지키는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량은 전혀 신경 안씁니다.

나오다 차가 막히든 부딪히든
그건 별로 관심이 없으신 듯 하고..

그냥.. 그 단지 앞 찻길을 평범하게 지나가는
저희 같은 차량을 향해
매우 엄한 눈빛을 함께 쏘아주면서
봉을 현란하게 휘두르는 동작과 함께
귀청이 떨어져 나가도록 호루라기를 붑니다. -_-

봉을 휘두르는 그 현란한 동작을
흉내 내어 보여 드리고 싶지만..
동영상 기능이 없으니 그냥 상상만 하세요. ㅋㅋ

아무튼
왜 자신의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에는 관심끄고
지나가는 차량을 째려보면서 봉을 휘두르는 지
알 수가 없어서..

아침마다 그 아저씨를 보면
저는 한번도 안 빼고

"아니, 저 아저씨는 왜 저러지?" 라고 매번 묻고, (매번 새로운 말투)
운전하는 남편은 이젠 대답도 안합니다.
(상황 발생 초기엔 남편도 대답 했었습니다)


그 아저씨와 저, 둘 중에 누가 먼저 질려서
그만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입니다.


내일도 만날 아저씨의 모습,
마음이 설레는군요. ㅋㅋ



2.


저희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집을 보러 다닐 때,
집 앞의 한 부동산을 갔는데

왠지 어수룩해 보이는 아줌마가
"수줍게" 저흴 맞이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집이 지금 나와 있는데
아직 계약이 안 끝난 전세자들이 살고 있으니
연락을 해 보고 집 구경을 하잡니다.

그러더니 전화도 안 해보고는 무작정 올라 가재요.
저흰 뭐 그냥 아줌마 따라서 올라 갔습니다.


그런데 집 앞에 도착하더니
벨을 못 누르겠대요.


???

저희 부부가 물음표 가득한 눈망울로
아줌마를 말똥소똥 쳐다 보자
아줌마는 으흐흐흐흐 웃으면서,
문 안 열어주면 어쩌죠? 그럽니다.


잠시 어리둥절한 저희가
아니, 아줌마가 그러시면 어째요?
벨 누르고 말을 해 보세요, 했더니
진지하게.. '뭐라고 말할까요?' 이럽니다.

제가 또 이에 부응하여 함께 진지하게..

'음.. 주인이 집을 내 놓으셔서 보러 왔으니
구경 좀 할게요. 문 좀 열어 주세요, 라고 하세요'
했습니다. -_-

그러자 아줌마, 그러면 되겠다며
띨롱-하고 벨을 눌렀는데 잠시 응답이 없었어요.
없나 봐, 없어. 하며 한 번 더 눌렀더니
그제야 나오는 인기척이 나더군요.

이에 아줌마,
갑자기 오징어 구워지는 동작을 취하더니
아아, 어떡해! 어떡해! 사람 있네, 있어!!!
하면서 제 뒤로 숨습니다. -_-;;;

우리가..무슨..벨장난 하다 들킨거였나요?

저와 남편은 기가 차서 코가 뚫리고
아줌마는 복덕방업자로서 그 정체성을 상실한 순간이었죠..


한편 전세자는
비도 주룩주룩 오는 날,
전화도 없이 들이닥쳐 다짜고짜 문을 열라 하니
왠지 꺼려하며 안 열어줄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여즉 자아를 회복 못한 아줌마,
안 되겠다고 그냥 가재요.

이에..

수줍으라면 정말 남부럽지않게 수줍은 제가
하도 콧구멍에서 열이 나길레
인터폰 렌즈 앞에 제 눈알만 보이도록 가까이 다가서서는
"@!%&(#)(*!))%..라서 그러니 잠깐만 보여 주세요.."
라고 처량히 말 했더니
전세자 왈 남자 빼고 여자만 들어 오래요. 하하하


참..여러가지..하죠?


아무튼 그래도 그 전세자의 심정, 이해는 가는지라
남편은 염병 환자 취급하듯
문 앞도 아닌 저--기 복도 끝에 가서 서 있고
저만 들어가 집을 구경했습니다.
굽신굽신 하면서... -_-

그렇게 비굴하게 집 구경하긴 또 처음이었죠.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거래는 잘 성사가 되어..
전 지금 그 비굴하게 구경했던 집에 앉아
복덕방 아줌씨를 추억하며 글을 쓰고 있군요.


어쨌거나 거래가 성사 되었으니
그 아줌마 복비는 어떻게 했냐고요?

온갖 눈치를 다 주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건네 드렸죠. ㅋㅋ

아줌마는 또 오징어 자세로
오흥흥흥흥 하고 웃으며 받으셨고요.


그리고
저희가 이 집에 이사온 몇 달 뒤,
아줌마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어느 동네에 가셔서
또 오흥흥흥 하면서 수줍게 중개업무를 하고 계실런지..

아니면..무얼 하고 계실라나?




-우리 동네 멋진 동네, 특이한 사람들이 그득그득-
IP : 219.241.xxx.22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3.12.16 10:53 PM (211.204.xxx.139)

    그 아줌마, 지금 저랑 같은 일하고 계실것 같군요....오홍홍홍....

  • 2. 김혜경
    '03.12.16 11:51 PM (219.241.xxx.226)

    맞아요,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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