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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적한 이유

아임오케이 조회수 : 880
작성일 : 2003-12-12 12:52:49
어제 남편 친구가 집에 왔습니다.
몇년동안 소식없다가 갑자기 연락이 온 친구이지요.
국내 유수 대학을 졸업하고 모 기업체에 2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어떤 사유로 그만두고 지금은 보험설계사를 하더군요.

며칠전부터 남편은 "00이가 보험을 한다니 하나 들어줘야 안되겠나" 하면서 보험은 무조건 싫어하는 저의 신경을 슬슬 건드리기 시작하더군요.
작년에도 남편 지인이 보험을 시작했다고 해서 저하고 의논도 안하고 한달에 무려 28만원 이나 들어가고 나중에 원금은 한푼도 안주는 그런 보험을 넣어 가지고 와서 제 속을 뒤집은 적이 있거든요.

보험!!
물론 생활에 필요는 하지요.
하지만 저는 할 수 없이 넣어서 손해만 봤다는 경험이 두어번 있고보니 보험이라면 머리부터 설레설레 흔들지요...

하여튼
남편 친구 그분이 왔습니다.
그리곤 우리 부부에게 쭉 설명을 하는 상품을 들어보니, 그건 보험보다는 투자에 가까운 상품이더군요.
납입하는 보험료의 거의 대부분은 세계 유수 투자회사가 운영하는 펀드에 투자되고 어쩌고 저쩌고....

저축도 금리가 너무 낮고,
마침 내년에 찾는 적금을 어디에 투자 할까 고민도 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래서 전 그 보험 상품이 크게 거부감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관심을 나타내면서 몇가지 질문을 제가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 말씀이.
자기는 이제 시작단계라서 아주 유창하게 설명을 잘 못하는데 제가 하는 질문이 그렇게 핵심적인거라고 하데요.
정말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문을 가질만한거라고 ....
미처 자기가 생각못한 부분도 잘 지적해 준다고....

그러면서 저보고 보험 설계사를 함 해보지 않겠냐고, 하데요.
저.. 그런말 예전에도 들어본 적 있거든요.
제 아는 친구가 보험을 했는데 보험상품을 설명할때 제가 몇가지 질문과 지적을 하면
그 친구가 정말 진심어린 말로 ' 니 정말 보험하면 잘하겠다' 했답니다.

사실 어제 그 친구분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제 마음속에선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같으면 저부분은 저렇게 애매모호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이부분에서 스스로 도표라도 만들어가지고 설명하면 한 눈에 알아들을텐데....
이런 질문에 대해선 무엇보다도 확실한 답변이 필요할텐데...
등등....

남편도 옆에서 그러더군요.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대번에 알아들어? 나는  저녀석이 암만 설명해도 모르겟던데...
당신 정말 하면 잘하겟는데....

그러면서 슬슬 마음속에선 다른 마음이 일어나더군요.
" 정말 보험 설계사를 한번 해봐?"

결혼 15년차인데요..

살림 살고 애들 키우는것도 넘넘 중요한 일이지만,
전 늘 제가 생산성이 없다는 생각에 잘빠진곤 했어요.
돈을 벌거나 뭔가 의미있는 생활을 해야한다는 거의 강박적인 생각에 시달릴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실제로 일을 벌리지는 못하고..

늘 비생산적인 자신의 자괴감에 사로 잡힐때가 많았답니다.

그래서 그 보험친구분이 가고 나니까 마음이 뭔가 무겁고 울적한거예요.
그 이유를 오늘 아침에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보험을 하면 잘할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내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생산성을 갖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의 이 주저함과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게으름, 답답한 울에 계속 갇혀 있으려는 자학성(?) 이런 것들때문에 아직도 이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들.....

아니면 내 나이 사학년 2반인데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나이는 아닌가 하는 생각....

하지만 보험이라는것은 일년이내에 그만 두는 비율이 절반을 넘을 만큼 어려운일이라는데 싶은 생각....
지금 적당히 안정된 생활에 변화가 오는 불안감.....

시작을 안하자니 정말 나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재능을 묻어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시작하자니 이 나이에 뭘, 애들은 어떡하고 하는 나를 주저 앉히는 생각....

죽 나열하고 보니 정말 자신없는 못난이의 전형적인 생각들 같네요.

이 글을 적으면서도 여러분들이 보험하다가 넘 힘들어 그만 둔 사람들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시작하기 싫은게 제 진심인가요...


IP : 221.145.xxx.19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쩡
    '03.12.12 1:33 PM (220.118.xxx.66)

    그러지 말고 한번 해보세요.
    보험설계사가 되려면 교육 받고 시험도 봐야한다고 하는데
    일단 시험까지 본다 생각하시고 나가보세요.
    시도해보고 포기하셔도 늦지 않을꺼 같네요..

  • 2. 꾸득꾸득
    '03.12.12 1:42 PM (220.94.xxx.39)

    제가 아는 분은 ㅍ출판사에서 유아교재 책 교구 영업하시는데요. 한지도 오래되고 회원수도 많지만 책은 뭐 큰돈은 안된다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 보험회사쪽에서 자꾸 연락이 온데요.
    자기 회사로 오라구,,, 부장까지 찾아와 미팅까지 했는데.... 주저하다 안하기로 했데요.
    보험회사 들어가면 처음에는 가정과 일 둘다 잘 병행하라 그런데요. 그러다 6개월쯤 지나면 가정은 포기하라고 종용한다더군요. 일이 퇴근시간도 없고,, 정말 남,여 가리지 않고 하는 영업이라.. 험한일 당하기도 하고... 그냥 잘 설명해준느 컨설팅에서 끝나는게 아니라네요.
    성격에 따라서 그쪽으로 옮겨서 억대연봉 대열에 든 회사동료도 있답니다. 하지만 자기는 애들도 걸리고 성격상 못 할것 같다고....
    잘 생각해 보시고 또 잘 알아보시고 결정하셔요.
    그래도 도전하는 인생은 아름답잖아요.
    근데 참 대단하셔요.
    저두 설명 들어도 뭐가뭔지,,헷갈리기만 하던데.....

  • 3. 싱아
    '03.12.12 2:21 PM (221.155.xxx.213)

    어쩜 저랑 똑같으신지 깜짝놀랐어요.
    우리신랑친구 볼때마다 ㅇㅇ엄마 보험 하면 잘할거라구.
    우리육촌언니 "왜 너같은애가 집에서 허송세월 보내고 있냐. 하지만 전 주변인한테 민폐끼치기 싫어요.
    어차피 처음 시작은 주변인들에게 도움 받아야 하구.
    저 친척언니덕에 보험 많이들어요.
    전화해서 "이번달 실적에 미달이라구 들구.신상품 나왔다구 들구.한달은 자기가 내주고 나머지는
    푼돈이라구 (2만원~3만원)기냥 내라 하구....
    전 보험들어서 손해는 없었지만
    그리 세상이 녹녹하지 않더라구요.
    설계사분들중 정말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두 계시지만 안좋은 일두 많구요.
    그리고 우리신랑친구 보니 한밤중까지 설계사분들이 소장님 하며 찾아 다니더라구요.
    천안 사시죠.
    여성회관에 배울거 많아요.
    전 올초까지 신방동 살았어요.

  • 4. 비니맘
    '03.12.12 4:24 PM (192.193.xxx.71)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콕콕 찝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발휘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괜찮은 네트워크 마케팅도 있던데.. 제가 아는 분도 얼마전 시작하셨는데 아주 잘 하고 계세요. 쉬운일은 없겠지만, 본인이 즐거우면... 보람으로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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