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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생긴 딸..(펌글..그리고..)

natukasi 조회수 : 926
작성일 : 2003-12-12 02:16:16
가을비가 여름 내 달궈진 대지를 적시는 날이었다.

저녁 메뉴로 부침개를 부쳐먹으려다가 문득 시집간 딸아이 생각이 났다.

비만 오면 딸아이는 부침개를 부쳐달라고 졸라대곤 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딸아이에게 부침개나 부쳐 갖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걸자마자 딸아이의 목소리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알아듣기 힘들었다.

"여,여...보...세..요"

나는 깜짝놀랐다. 대체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기에

딸아이가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까?

"엄마야, 왜그래? 무슨 일 있어?

내 말에 딸아이는 더욱 크게 울었다.

"엄마, 엄마........흑흑흑"

한참 동안 울어대던 딸아이는 겨우겨우 울음을 그쳤다.

"무슨 일 있는거야?"

"아이는 어디가 아픈지 분유도 안 먹고, 화장실 변기는 고장이 났는지 물이 내려가지 않아요.

더구나 남편은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온대요.

비가 와서 시장도 하나도 못 봤는데......"

그말을 마친 딸아이는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다.

"걱정하지마, 엄마가 가면서 화장실 고치는 사람 부를게.

그리고 장도 대충 봐가지고 가마. 아이는 기저귀 한번 봐 주고. 알았지?

그러니 그만 울어.."

"네........"

"가면서 니가 좋아하는 부침개 부쳐 가지고 갈테니 맘 편하게 기다려.김 서방은 언제쯤 들어온다니?"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딸아이는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저기..제 남편은 김 서방이 아니라..... 박 서방인데요.."

그 목소리에 나는 깜짝놀랐다.!!!   박 서방이라고?  김서방이 아니고?

"거기가 5321번 아닌가요?"

".......여기는... 5332번인데요.."


나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설마 내가 딸아이의 목소리도 제대로 못 알아듣다니...

"미안해요. 나는 내 딸인줄 알고....."

내가 사과하며 끊으려는 순간 전화기 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저기 그럼 안 오실 건가요?

나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잘못 걸린 전화가 아닌가?


"죄송해요. 저는 친정 엄마가 없어요. 잘못걸린 전화라는 걸 알았는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차마 말씀 드릴수가 없었어요.

우리 엄마가 살아계시면 이런날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을텐데..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요..그런데 전화가 걸려왔어요. 엄마 같아서...

죄송해요...정말 죄송해요.."


전화기 저쪽에서는 또 울음소리가 났다.


"기다려요, 내가 금방 전화하리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오늘 딸네 집에 다녀와야 하니까 밥 먹고 들어오세요"

"은영이네 가려고?"

"아뇨"

"그럼 은영이 말고 무슨 딸이 또 있나?"

남편은 의아해하는 말투에 나는 명랑하게 대답했다.

"있어요, 오늘 생긴 딸요. 그 딸한테는 내가 너무 필요하거든요.
부침개 싸 들고 가 봐야 하니까 오늘 저녁은 혼자 드세요"
.
.
.
.
.
.
.

오늘 낮..아니 어제군요.
라디오 프로 -이금희의 가요산책- 에서 소개된 내용이었습니다.
원글은 daum카페 '작가의방'에서 퍼온것이라는데...픽션이든 아니든...
가게에서 일하다 말고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한동안
손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답니다.. ㅠ.ㅠ
제 친정어머니는 아직 건강하시지만...언.젠.가는 떠나실테지요..

어머니 당신을  닮지 않아 게으른 딸을 대신해서....사위손에 어제는 백김치랑..밑반찬 몇가지..
아침에 아무리 바빠도 굶지 말고 끓여 먹으라며...누룽지까지..보내셨더군요...
친정부모님도 장사를 하시는지라...엄마도 힘이 드실텐데....마음으로만 헤아릴뿐....
매번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아오기만 잘하지요..

친정엄마가 안계실 날이 올거라 생각하니...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시댁일로 마음이 답답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엄마~ 사랑해!
아까 통화하면서 이말 꼭 하고 싶었는데...했어야 했는데...
IP : 61.102.xxx.13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해주
    '03.12.12 3:18 AM (202.161.xxx.42)

    아 엄마 보고 싶어요 4년이 되어가네요 엄마 얼굴 본지..

    엄마 있으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정도 느끼게 해 줄 수 있고

    엄마 있으면 비오는 날 맛있는 찌짐 수제비 그리고 진한 다방커피 서로 번갈아 태워주고

    엄마 있으면 내가 애들 때문에 짜증 나는 것 아무 말 없이 다 받아 주실 거고

    엄마 있으면 그냥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텐데..

    너무 보고 싶네요...지금 눈물이 앞을 가려요...

    이 밤에 저 왜 이러죠..? 오늘 정말 우울 심각 장난 아니네요.

  • 2. 김혜경
    '03.12.12 8:30 AM (219.241.xxx.84)

    콧등이 시큰해지는 아름다운 사연이네요.

  • 3. 재롱이
    '03.12.12 9:12 AM (69.5.xxx.107)

    마음이 따뜻해지네요..사람 사는 정이 저런건가..싶구요...
    저두 엄마께 잘해드려야겠어요...

    근데..이 분위기 깨는 질문...뭐가 그리우시길래 아뒤가 나쯔까시일까요^^

  • 4. 가을맘
    '03.12.12 9:25 AM (211.172.xxx.110)

    으~~
    갑자기 1층에서 사시는 엄마가 보구싶어지네요...
    저희 엄마두 거의 윗분하고 똑같으세요...
    가서 기습뽀뽀라도 한번 하구 와야겠네요...===3

  • 5. 은맘
    '03.12.12 10:25 AM (210.105.xxx.248)

    슬픕니다.

    계실때 잘 해드려야 한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가시고 나면 얼마나 후회할 거란걸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늘 생각뿐이고, 마음뿐입니다.

  • 6. 정이네
    '03.12.12 10:54 AM (210.98.xxx.3)

    오늘 엄마랑 우리 딸 백일 옷 사러 가는데요. 오랜만에 맛난 것 사드려야겠어요

  • 7. ...
    '03.12.12 11:33 AM (61.111.xxx.54)

    좋은 글 감사

  • 8. yuri
    '03.12.12 11:39 AM (220.120.xxx.39)

    어제, 시집간지 6개월 된 딸 한테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맑지가 않아서
    왜 목소리가 그러냐 하니까, 갑자기 엉엉우는거에요. 너무외롭다고하면서 친구도 만나서 대화도하고, 맛있는것도 사먹고 싶은데 자기주위에는 대화 해줄사람이 없대는거에요. 신랑은 회식이 많아서 매일 늦게 들어오고 혼자서 우울증에 걸릴거같다고 남편도 차갑게 대한다고....
    뭐라고 말해줘야할지 모르겠드라구요. 사위가 성격도 좋고, 안전한직장이고해서 우린
    만족하고 안심했는데, 아! 얘가 왜 이래. 내내걱정하다가, 저녁에 전화 하니까 "엄마 지금 오빠랑 퍼즐 맞추고있어" "나괞찮아, 걱정하지마" 아주 명랑하고 또랑또랑하드라고요. 놀랬든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 9. 경이맘
    '03.12.12 12:19 PM (220.124.xxx.155)

    울고 말았네요.. 힝..넘 슬프당..
    제가 지금 산후조리중인데요.. 울 엄마가 애쓰고 계시죠..
    정말 잘해드려야겠어요.. 엄마한테...
    아.. 눈물이 계속난당..

  • 10. 방울코공주
    '03.12.12 3:54 PM (219.248.xxx.146)

    결혼하고 애 키우면서 엄마생각 정말 많이나죠.
    괜히 혼자 울기도 하고..
    울 딸 이담에 컸을때 내가 꼭 옆에 있어줘야겠다 하면서 말이죠.
    저 두고 먼저 가신 엄마맘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합니다.

  • 11. 땅콩
    '03.12.12 5:32 PM (211.204.xxx.116)

    눈물이 나네요.
    엄마생각에(친정이 부산이라 일년에 두어번 얼굴보죠).
    한참 입덧할때 김장이랑 먹을거리 싸서 두번씩이나 택배도 실어 나르셨는데....

  • 12. 유지니
    '03.12.13 12:50 PM (211.252.xxx.1)

    저희 친정 엄마도 어제 김장해서 택배로 부치셨다네요. 나이 사십을 훌쩍 넘긴 딸을 위해 때마다 김치며, 장이며 밑반찬을 챙기시지요. 저희 애 둘을 십년간 키워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매번 먹거리를 공수해 주신답니다. 그러시고도 당신 아픈 무릎은 내색 한 번 안하시죠. 예전에 저희 애 봐주실 때도 방학 때가 되면 저희 몰래 병원 다니시고 수술하실 때도 연락도 없이 하셨어요. 전화도 제가 안드리면 절대 안하세요. 바쁜데 방해된다고요. 친정 부모님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우리 엄마가 돌아 가실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도 벌써 눈물이 나려고 해요. 엄마 아버지 정말 보고 싶어요. 이번 방학 때는 갈 수있으려나? 아무튼 건강하셔야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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