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고(정말.. 8개월들어서니까 장난이 아니네.)
학교 일은 학교 일대로 바쁘고..
정일이는 정일이대로 밤에 잠 안 잘라고 발버둥이고..
몸이 무거운 탓인지.. 학교 일 탓인지.. 우울증인지..
여하튼 집에 가면 몸이 물묻은 솜마냥 무겁다.
그래도 문득문득.. 행복하다.
내 아침은 항상 바쁘다.
좀만 더 자고 싶은 몸을 질질 끌고 나와서 밥 안치고
(난 밤에 미리 밥해놓는게 싫더라.)
집에서 아침밖에 못 먹는 불쌍한 신랑을 위해서 찌개나 죽 끓이고
(나는 빵이랑 우유 들고 운전하면서 먹을지언정.. 아침마다 하나씩 해주고 싶다.
이게 바로 82cook 정신이 아닐지..)
정일이 놀이방 가방 챙기고..
부스스 일어난 정일이 안아주고 책도 하나쯤 읽어주고..
항상 아침마다 지각이 될랑말랑 출근한다.
그래도 "엄마, 안녕 다녀오세요." 라고 그러거나
"엄마, 사랑해." 그러면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주는 정일이가 있어 행복하다.
눈도 못 뜨고 "안개등 켜고 천천히 가." 라는 말만 하거나..
"누가 아침 해 달라고 시켰냐? 얼른 조심해서 가."
라는 말밖에 못하는 신랑도 그럭저럭 이쁘다.
학교에서야..
힘든 일이 더 많고 속상한 일이 더 많지만..
공부는 좀 못해도 맘은 착한 13놈의 우리반 녀석들..
"예쁜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소리치고 도망가는 유치원 꼬맹이들..
(좀 불쌍하기도 하다. 나이많은 선생님들이 많아서 나처럼 배볼록이 선생님도 이뻐보이는 것일까? 애들 눈이 점점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듯..)
행복까진 아니지만.. 보람은 있다.
퇴근하고 오면 어쩜 고렇게 뽀사시 마알간 얼굴로 웃는지..
(남들은 다들 까맣다고 하는데.. 왜 내눈엔 조렇게 말갛게 보일까?)
문을 밀면서 "니는 오지마라~"라고 가슴에 못박는 말을 하는데도 이쁘다.
신랑도 없이 시어른들과 먹는 밥이지만 항상 맛있다.^^
할머니집에서 안나올려고 발버둥을 치는 녀석을 옆에 끼고 나오는게 힘들고..
한도끝도 없이 놀 거리.. 읽을 거리를 들고 오는 녀석이 버겁고..
밤에 늦게까지 못 자게 하는 게 밉고..
꼭 10시나 12시에 나의 단잠을 깨우며 들어와서 부스럭 거리는 신랑이지만..
"엄마, 뭐 먹을거야? 귤 줄까?" 그러면서 가게 놀이하자는 녀석..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라고 하고서 방방마다 찾아다니는 녀석..
내가 "꼭꼭 숨어라"그러면 어디 가서 숨지도 않고 내 엉덩이 뒤에 붙어서 머리를 갖다대고 캴캴대고 웃는 녀석..
"너랑 정일이랑 노는 소리를 들으니까 머리 꼭대기까지 행복한 느낌이 가득차."
라는 느끼한(?) 말을 서슴없이 해대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널어주는 신랑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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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박미련 조회수 : 1,063
작성일 : 2003-12-11 15:13:23
IP : 210.95.xxx.23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행복
'03.12.11 3:22 PM (210.119.xxx.135)정말 그렇지요. 행복이란 그렇게 늘 우리 주변에 가득한걸, 애써 뜬구름 같은 허상만을 쫓을까요.
건강한 아가 출산 하시고....2. 꾸득꾸득
'03.12.11 3:49 PM (220.94.xxx.39)정말 열심히 사시네요. 반성해야 합니다. 저는....
3. 김혜경
'03.12.11 4:38 PM (211.201.xxx.71)아드님 눈망울만 봐도 행복하실 것 같아요.
4. 치즈
'03.12.11 4:39 PM (211.169.xxx.14)아이랑 찍은 사진 참 좋네요,,,엄마표정도 아이표정도.
힘드실 때 이 사진보면 기운 나겠어요.5. 나그네
'03.12.11 4:42 PM (210.223.xxx.223)세상만사가 경쟁으로만 보이는, 그래서 너무나 우울했던 마음에
한줄기 햇살입니다.6. 은맘
'03.12.11 5:02 PM (210.105.xxx.248)오홋!
아들 컨셉이 콜롬보 뺨치겠는데요...(어디 범인잡으러 가시나? ^**^)
늘 행복하세요.
이뿐 아이도 보시구요... 헤~ 여동생이었음 좋겠다.7. 푸우
'03.12.11 6:26 PM (218.52.xxx.64)동생발차기 하는거 느낄려구 저러고 있는건가요??
예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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