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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다지기 여행

치즈 조회수 : 1,371
작성일 : 2003-12-08 10:31:08


정말 일년에 두서너번은 다니던 여행길이라서
추억 만들기 여행도 아니고...

남편일로 목포로 가게 되었어요.
처음엔 아이와 저는 시댁 친정식구들있는 서울로 가라고 남편이 그러기도 했는데
40넘은 남자가 혼자 궁상떨고 지방에 있는거 상상하기도 싫고
사춘기 접어드는 아들놈 나 혼자 감당할 자신도 없고
할 줄아는거라고는 밥하고 운전하고 시장보는 거 밖에 모르는 여자도 답답하고
이래저래 세 식구 한솥밥 먹기로 결정보고 같이 목포로 가기로 했어요

철없는 40넘은 남자는 경상도를 섭렵했으니
이제 전라도를 섭렵하고 얼마나 재미있겠냐고 하더군요.
그래 나도 떠나기 전에 강원도 경상도의 동해 바다를 머리 속에 다져넣고 가야겠다고
어제 새벽에 길을 나섰어요
포항지나서 강구항 축산항 대진항 고래볼해수욕장의 길고긴 소나무밭...
언제 이 환상의 길을 다시 지나가랴 싶어 나섰지요
강구항에서 대게를 파는 것을 보긴했지만 비싼 돈 주고 먹고 나오면서 눈물 날까봐...속아서.
기왕 나선거 죽변항에 계신 현종님 댁을 턴닝포인트로 잡자 하고는
계속 올라갔습니다
가다보니 삼척 이라는 말이 나오고 ..아니 이렇게 멀어? 삼팔선 나오겄다 하고는 괜히 올라왔네 하고
남편에게도 약간 미안해지고...
그런데 안가서 뵈었으면 더 후회할뻔 했습니다.
황금빛이 반지르르 하게 나는 울진대게를 보았고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겨울방학 즈음부터 살이 찬다고 그때 오라고 하셨지만 이사관계로 좀 빨리 갔다 싶었는데
원래 2월 3월이 절정이라고 하시는데도
정말 게 다운 대게를 먹었네요
5마리 더 사고 집와서 먹었는데 오죽하면 제가 사진을 못 찍었다는 아닙니까..
대게는 목포가도 현종님께 부탁하기로 했으니 멀더라도 꾸역꾸역 올라가길 잘한거지요..

현종님 사진에 나왔던 대가실에도 올라가서
동해바다로 둥실 떠오른 달도 보고 ....
해가 지는데도 집에 갈 걱정 한하고 경치에 취했지요.
현종님 부부님 정말 순수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이시더군요.
이른 새벽 바다에 나가시고 남들 귀항하는 시간보다 서너시간 더 바다에 떠서 그물 몇번 더 걷으면
그들보다 더 가득찬 배로 귀항하신다는 말씀 ...가슴에 담았습니다.
무슨일이던지 그렇겠지요.
양비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가르켜 주신대로 아나고 구이 한번 해 볼께요.

추억도 다지고 마음가득 풍성한 인심도 담아 왔던 주말이었습니다.
IP : 211.169.xxx.14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꾸득꾸득
    '03.12.8 10:38 AM (220.94.xxx.39)

    정말 멀리도 가셨네요. 어제 무지 추웠는데....
    어제 안보이시길래 혹여 대게 드시러 가셨나 했는데. 정말..........--
    저는 자리 하나 깔아야 될것 같지 않나요?

  • 2. 오이마사지
    '03.12.8 10:40 AM (203.244.xxx.254)

    괜히..한국 떠나시는것도 아닌데..눈물날뻔? 했잖아요~~
    근데..깡통시장 언제오세요?

  • 3. 푸우
    '03.12.8 10:40 AM (218.52.xxx.64)

    대게 맛있었겠다,,
    근데, 목표 언제 이사가시는데요?
    그럼 울산엔 이제 안계세요??
    진짜 울산가면 얼굴한번 볼라궁 했더니만,,

  • 4. 치즈
    '03.12.8 10:50 AM (211.169.xxx.14)

    지금 당장은 아니구요...
    1월말이나 ..계획하고 있어요.
    깡통시장도 원없이 헤집고 다닐겁니다. 올매나 생각나겠서요?
    푸우님 오셔요. 재워도 드릴 수 있습니다. 냉동실 청소도 해야하고요.ㅎㅎㅎ

    대게 사드셔요
    정말 맛있더군요
    한마리에 6000원짜리 먹었는데요--보통 밖에서 만원 넘을거 같던데...?
    전에 백암온천앞 후포에서 3마리 5만원주고 로미 입에 들어가는거 보기만 한 가슴아픈
    그 대게 생각에 다시 한번 목이 멜 뻔 했지요.

  • 5. 푸우
    '03.12.8 10:56 AM (218.52.xxx.64)

    알았어요,,

  • 6. 은맘
    '03.12.8 11:06 AM (210.105.xxx.248)

    목포로 오신다니....
    전 목포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전라도권이라 무척 반갑네요. ^**^

    아니 그리구 물론 생각보담 어렵기는 하겠지만
    같은 대한민국에서, 여행도 좋아하시겠다....너무 슬포하지 마세요.

    흠~~~
    저두 시간내서 어부님댁에 대게 먹으로 가고 싶네요.
    아~~~ 그때가 언젤런지... 쯥

  • 7. 쥴리맘미
    '03.12.8 11:48 AM (218.156.xxx.125)

    a목포로 가시기로 결정하셨나봐요.
    이사하심 화장지 사들고 찾아뵈어도 되겠지요? 친정 가면요...힘내세요!!

  • 8. 수풀
    '03.12.8 11:55 AM (218.239.xxx.161)

    여행 좋으셨겠네요. 가족이 함께 지내기로 하신것 잘 하신겁니다.
    사춘기의 아이들 혼자 감당하기 힘들죠. 저보다 더 커버린 아이들 때릴 수도 없고 말은 안
    듣고. 아직은 착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아빠가 집에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많이 다르더라구요.
    잘 살든 못 살든 가족은 붙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은 엄마와 6개월동안 살다가 발견된 중3 아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세상의 아빠, 엄마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합니다. 삼천포로 빠졌나???

  • 9. 정원사
    '03.12.8 12:22 PM (218.236.xxx.97)

    앗! 현종님 배라고 말만 들어봤던 광복호가 저기 보이는군요..
    ^^ 태극기까지 달고 다니시네요?
    치즈님..여행 즐거우셨네요..과감한 선택..부럽습니다.
    달을 찍던 모습도 멋있었어요~
    밥하고 운전하고 시장보기 밖에 못하는 여자라니요..
    제가 보니 모든걸 잘하는 분이시네요^^
    전 초보운전이라서 죽변까지는 가 볼 생각도 못하지요.

  • 10. 치즈
    '03.12.8 12:30 PM (211.169.xxx.14)

    광주 목포 번개는 안 하신걸로 아는데요..가면한번 합시다.
    쥴리맘미님...꽃무늬 휴지로 사오셔용.한 번 써보게..ㅎㅎㅎㅎ

    수풀님말씀 백배 동감합니다.
    지지고 볶아도 같이 똘똘...해야지요..
    우선 떨어지면 남편 건강도 걱정되고요.맨 날 숙소 밥일건데...
    아이 교육문제도..집에서 엄마아빠가 보여주는 모습이 젤 큰 교육일거같아요.
    글로벌 교육도 시키는데 범전국적인 인간 한번 키워보죠.ㅎㅎㅎㅎ

  • 11. 쉐어그린
    '03.12.8 12:30 PM (220.74.xxx.185)

    치즈님 올린 사진 보니 착 가라앉는 마음이 한결 나아지네요. 겨울이라서인지, 집안에만 있게되니, 마음도 축~~이네요. 치즈님은 그러고보니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계속 사시게 되네요. 이사 잘 하세요. 도시 살 때는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산속에 틀어박혀 사니,
    가고싶은 곳이 은근히 많아지네요. 목포도 가보고싶은 곳에 포함시켰어요. 언제 가볼려나 모르겠지만요.

  • 12. 복사꽃
    '03.12.8 1:41 PM (211.216.xxx.142)

    치즈님! 주말에 추억만들기하고 오셨군요.
    사가시면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가시나요?
    가족이 떨어져살면 안되지요, 잘 생각하셨네요.
    어부현종님의 배가 "광복호"였군요. ㅎㅎㅎ

  • 13. 훈이민이
    '03.12.8 1:51 PM (203.241.xxx.54)

    치즈님~~
    잘 다녀오셨네요.
    아~~
    나도 떠나고 싶다

  • 14. 신용숙
    '03.12.8 2:46 PM (210.178.xxx.193)

    강구항. 우리 시댁이 거기 있죠^^
    전 덕분에 해마다 2월이 되면 대개를 시어머님이 한 상자 꼭 부쳐주세요.
    대개 정말 비싼데.... 이젠 많이 안 잡혀서리 거의 수입산이 대부분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시어머님 덕분에 전 잘 먹는데....
    노르스름한 게 진짜구요. 빨간 것은 "빵개"라고 해서 싸답니다.

  • 15. 푸우
    '03.12.8 3:13 PM (218.52.xxx.64)

    그러고보니 치즈님이 진정한 웰빙족이시네요,,
    웰빙족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생활과 명품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아니라,
    육체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하던데,,

  • 16. 재영맘
    '03.12.8 5:11 PM (218.53.xxx.194)

    치즈님 목포로 가시는구나...
    저두 남편따라 전근다닌는 팔자라...
    항상 아이들이 걸리죠. 이제 중학교를 가면 전학도 쉽지 않고 정착을 해야한다는 주위의 압력떄문에 항상 고민하게되는데 걸단을 내셨네요.
    말은 쉽지만 고민이 많으셨을것 같아요.
    이제 새해에는 목포소식을 듣게 되겠군요.
    좋은 일만 있으시길 빌께요.

  • 17. 치즈
    '03.12.8 5:23 PM (211.169.xxx.14)

    님들의 격려가 힘이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 18. 쪼리미
    '03.12.8 8:30 PM (211.243.xxx.5)

    아니 치즈님 이사하신다고요.
    벌써 섭섭함이....

  • 19. 일타
    '03.12.9 6:18 PM (211.208.xxx.8)

    저도 남편이 자주 이동하는 직업이라 전국 곳곳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5년 만에 벌써 이사를 3번이나 했으니깐요. 하지만 전국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구경도 많이 하고 있구요. 새로운 생활 정착 잘 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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