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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자리 양보받는 방법에 대한 소고.

익명이라오..... 조회수 : 894
작성일 : 2003-11-27 21:36:15
도저히, 그간 나에 대해 갖고 계신 이미지(랄 것도 없겠지만...)가 손상될까 두려워 이름을 차마.....
서른 몇해를 살면서 오늘같이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퇴근시간인지라 콩나물 꽂은 듯 서있었다.
다리 아파 죽겠는데, 앞에 않은 여편네, 코를 골며 자고 어디 자리가 난다한들 뛰어갈 수도 없도록
퇴로가 완벽하게 차단된 버스안. 한시간 넘는 길....휴....한숨만......

30분 남짓 갔을때 전화를 받고 잠을 깬 앞자리 여편네. 전화를 끊더니 황급히 일어서며
"어머, 죄송해요. 제가 피곤해 자느라 몰랐어요."  "????"
"여기 앉으세요"하며 벌떡 일어서는데, 난 그때까지도 사태파악이 안됐다. "예?"
"임신하셨죠?"   "아닌데요...."  
약간 당황한 빛을 보이길래 아닌 걸로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여인 "제가 해봐서 알아요. 얼마나, 힘든데.....아유 미안해요"  "허걱......."
워낙 사람이 많은지라 주변의 모든 남정네들 시선이 내배에 꽂히고, 그쯤에서 나는 더 이상 반항도
못한 채 그 여인의 손에 자리에 앉혀지고 말았다.......흐흐흐흑......

자리에 앉긴했는데,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도 모르겠고, 일단은 그런 사태가 벌어진 내 배에 대해
분노가 치미는데.......얼른, 사태파악을 마치고는 너무나 피곤했다는척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잠은 안오고, 그 자세가 참으로 불편하긴 했으나 눈을 뜰 수도 머리를 들수도 없어서
가만히 내배를 만져보니 한웅큼이 잡히는데.....

변명 - 작년말부터 매우 아파서 움직이지 않고 6개월을 보낸지라 작년보다 무려 5kg가 불었다.
오늘, 작년에 입었던 고르텐바지를 입었더니 자크가 올라가지 않았으나 억지로 올렸음.
그러니, 그위로 배가 어떤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겠나? 뽈록, 한웅큼.....나만 몰랐네....

오늘 만난 모든 이들이 나의 기형적으로 도드라진 배를 봤을 생각을 하니, 그만 죽고싶었다.

어쨌든. 내릴때가 됐는데, 이 여인이 내리지 않는다. 주변에 서있는 무수한 남정네들도 물론.
모두들 종점까지 갈 모양인데. 난 내려야겠고......그래서, 무겁게 끄응.....배를 부여잡고....
자리 양보해 준 여편네에게 자애로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빨랑 뛰어내리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지도 못하고.....천천히.....배에 손을 대고....내렸는데, 이 놈의 버스가 마침 신호대기에 걸린지라
그 버스가 출발할때까지 배를 잡고 서있어야만 했다.........살다가 별일을 다 당하는군......

집에 오자마자 거울로 옆모습, 앞모습을 비춰보니 작은 바지 입은 배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면서,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한 모든 의문이 저절로 해결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고백한다. 낼부터 살을 빼기로
했다. 3개월 후 변신한 나의 앞모습, 옆모습 사진을 올림과 동시에 신분을 공개함을 약속한다.

.........그러나, 아직도 분이 안풀림은 무슨 연유인지..........

IP : 211.204.xxx.16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11.27 9:37 PM (218.51.xxx.197)

    하하하...

  • 2. 아짱
    '03.11.27 10:01 PM (211.50.xxx.30)

    우하하하...
    설마 오늘 분당 번개 오신분 중에 한분 아니세요?
    아닌가?
    누군지 알면 만나서 배부터 보게 될거 같아요

  • 3. ms. song
    '03.11.27 10:01 PM (218.153.xxx.165)

    죄송해여......ㅋㅋㅋ 웃었슴다.....허나... 남 얘기가 아니져...ㅋㅋㅋ 뱃살,,,, 해가 갈수록 무섭게 느껴지는것을.......

  • 4. 나나
    '03.11.27 10:08 PM (211.110.xxx.17)

    ㅎㅎㅎㅎ오랫만에 익명(?!)님 때문에 웃네요...ㅎㅎㅎㅎ

  • 5. 쥴리맘미
    '03.11.27 11:34 PM (218.156.xxx.125)

    하하하하~~~~~후.
    저요 배 미어집니다. 글읽다 내배 한번 처다 봤습니다. 스퍼하지 마세~~효 ㅎㅎㅎㅎㅎ

  • 6. 오이마사지
    '03.11.28 9:41 AM (203.244.xxx.254)

    조선일보에서본 카툰이 생각나네요..^^
    첫애낳고..친구모일에 가야되는데 맞는옷도 없고해서..멜빵바지를 입고갔는데..
    친구들이다 둘째가졌니?? 했다죠..ㅋㅋ

  • 7. 요조숙녀
    '03.11.28 11:12 AM (61.79.xxx.102)

    어째 내이야기 같네요.아 이원수 같은 뱃살이여~~~~~~

  • 8. 김효정
    '03.11.28 11:19 AM (61.251.xxx.16)

    ㅎㅎㅎ 너무 재밌었어요. 익명님께는 죄송하지만..

  • 9. 김소영
    '03.11.28 3:15 PM (211.229.xxx.101)

    어제는 유통기한 지난 어묵으로 웃기는 회원이 계시더니
    오늘은 임산부같은 뱃살로 오후 한때를 즐겁게 하시네요.
    오늘 컨디션 진짜로 안좋은데 덕분에 웃다 갑니다.
    저두요, 3년동안 근 7kg 늘어나는 바람에
    머지않아 남편이랑 체중이 같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 10. 박희숙
    '03.11.28 3:32 PM (61.97.xxx.90)

    정말 많이 웃었네요.
    저는 스스로 깨달은건데요, 작아진 바지나 스커트를 억지로 입으면
    오히려 살이 두드러져 보여서 살이 엄청 쪄보이더군요.
    차라리 약간 큰듯한 옷이 오히려 살이 안쪄보여요.
    그나저나 요즘 운동을 쉬었더니 내 뱃살도 늘어만 가는데 어쩌나........

  • 11. 푸우
    '03.11.28 3:45 PM (218.52.xxx.21)

    아짱님,, 날씬하시다구,, 씩씩,,

    근데,, 정말 3개월 후에는 누구인지 밝히시는거죠??
    너무 궁금해요,,(뭐가 그리두 궁금한것이 많은지,,쯧쯧,,)

  • 12. 카페라떼
    '03.11.28 4:54 PM (61.106.xxx.177)

    ㅋㅋㅋ..익명님 죄송해요..
    너무 웃겨서 배꼽 빠지는줄 알았어요..
    뒤숭숭한 꿈을꿔서 기분이 좀 우울했는데 한참을 웃었네요..
    3개월뒤의 모습을 기다릴께여..힘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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