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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받아내기^^
저희 낭군이랑 전 대학 선후배 사이입니다.
그러니까 어언 9년전 제가 대학 1학년 울 낭군이 3학년때 과축제로 연극이란걸 했는데
제가 주인공이었거든요~ 음하하~~
(자 여기서 저를 비련의 청순한 여주인공으로 생각하시겠지만...흑흑
그 내용이란게...일제시대부터 몸팔던 할머니...미군에게 몸팔던 어머니....미군에게 다시 몸을 파는 혼혈아 딸...여기서 제가 그 혼혈아 딸이었슴당 결국 할머니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 지금생각해도 끔찍한 내용이었군요 그때 당시 하기 싫다고 매일 징징거렸답니다.그래도 시키면 하는 몹쓸 교육덕분에 성황리에 마치기도~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그때 울 낭군이 저희 연극을 지도한 마지막 연출가였거든요~
(당시 반항하던 저희들 연출가를 4명이나 갈아치우는 기염과 함께 그 이후로 과축제에 연극이라는 단어를 소멸시키기도 ㅋㅋ)
근데 그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있던 저는 울 낭군과 연극함께 한 사실도 기억을 못하고
학생회장이고 같은 실험반인 공부 안하는 선배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9년이 지난 어느 봄날 아니 겨울같은 날
느닷없이 전화와서 받으니 우리 동네 살고~비슷한 취미에
요상한것 물어서 맞추는 신통력까지 갖추어 제게 나타났죠~
(알고보니 다 알고 한 수작이었슴당 일명 짜고치는 고스톱~!제 동기에게 연락해서 물었다더군요 나쁜 !!)
순진한 저~
그의 신통력 신기하다고 인연인가보다구 좋아했답니다 어흠어흠~
아무튼 연애초기에는 울 낭군 뭐라대장(야단무지 많이 쳐서리~)도 아니었구
그냥 키크고 따뜻한 사람이었답니다.
(아~~ 이게 제이상형이었답니다....)
무지 다정하고 챙겨주고 배려해주고~~~
(알고보니 무뚝뚝 이런 무뚝뚝이 없답니다. 쬐금 귀엽고 쬐금 자상한)
ㅎㅎ
뭐 속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도 좋아서 속았는데^^
만나면서 웬지 저도 덜컥 결혼이라는게 하고 싶더라구요
누가 먼저 결혼하자고 한것도 아니었는데
얼마지나고 보니 결혼식장을 제가 알아보구 있더라구요~ㅋㅋ
근데 제가 원래 절대 포기 못하는게 있었죠~
바로 청혼이요!!!!
제가 그랬거든요 청혼안하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는다구~~~
결혼날짜가 일주일 삼일을 남겨도 이남자 청혼할 생각을 안합니다.
아쉬운 제가 옆구리 쿡쿡 찔러두 기다려봐~ 이 한마디뿐~
내심 서운한생각도 들고 괜시리 결혼준비도 짜증나기만 하고 그러던
결혼 이틀전날~
아니죠 이틀전날의 전날 오밤중에 잘자라 전화하니 웬 마트랍니다~
뭐사려고? 물어도 그냥 살것이 있다구 얼른 자라고 합니다.
그다음날 가구 들일것이 있어서 신혼집에 먼저 살고 있던 낭군에게 전화하니
자기 지금 집에 없답니다.(낭군은 11시넘어서 출근하고 밤 10시에 옵니당)
뭐사러 밖에 나갔답니다. 나참~ 어이없어서리~
그러면서 이따가 몇시에 끝나냐고 묻더군요 그날 일이 있어서 9시즘 끝난다니 끝나고 신혼집으로 가 있으라더군요~ 알았다구 하고~
볼일보구 신혼집앞에 가니 낭군차가 있는거 아닙니까?
퇴근하려면 한시간 남았는데 어디 아픈가...싶어서 걱정하면서
벨을 눌렀는데
문은 안열어주고 제 핸폰벨이 울리더군요
밖에가서 우유하나 사오랍니다.
남은 힘들어 죽겠는데~
아무튼 사가지고 와서 벨을 누르니~
파란 앞치마에 꼬깔모자(케익사면 주는 술달린 꼬깔)쓴 울 낭군이
멋지게 셋팅된 식탁을 보여주며 저를 반기더라구요
오디오에서는 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적 있나요?"
노래가 나오고
본인이 직접만든 미트소스 스파게티와 케익과 와인과 샐러드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나와 결혼해주겠냐고 묻더군요
저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 그러겠다구 했구요~
(알고보니 며칠전부터 다 준비하느라 그랬구 그날도 근무시간을 다른분과 바꿨다고 하더라구요)
히힛
지금생각해도 참 행복한 날이었어요~
살면서 제게도 힘든날들이 있겠지만 그런 좋은 추억을 떠올리면서
견디겠죠(그런 힘든일 안생기면 더더더욱 좋겠지만요&^^::)
어제는 같이 근무하시던 분이 묻더래요
매일 똑같은 반찬 먹지????
울낭군 ~ 아니요 매일 다른 반찬 먹는데요~~
ㅋㅋ 그러니깐 그분이 울 낭군보구 운이 좋다고 하더래요
요리 좋아하는 신부 얻어서~~ 냐하하~
(칭찬에 무지 인색한 울 낭군에게 처음 들어본..물론 간접적이지만....강요아닌 칭찬이었슴당)
참 이상한건 남자들은 칭찬이라는걸 안하더라구요
이부분에서 혜경님 무지 부럽사와요~~
칭찬이 얼마나 좋은 보약인데~~
ㅎㅎ오늘은 어제 들은 칭찬때문인지 이따가 올지도 모를 혜경님 책때문이지 기분이 넘좋아서
또 게시판에 글적글적 해봅니당~
1. ms. song
'03.11.18 12:57 PM (203.234.xxx.253)ㅎㅎㅎㅎ 맞어여~~ 칭찬은 너무나 큰 보약이지여~~그 말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운건지 알면서도 안되네여...ㅋㅋㅋ 행복이 마구 마구 샘솟네여~~저까지 미소가 지어집니다~~ 늘 행복하세요^^
2. 푸우
'03.11.18 1:06 PM (219.241.xxx.242)전 청혼 못받았는데,, 그냥 뭉기적 거리다 보니 오래 사귀었고,,
우리 남편왈,, 그동안 너에게 준 선물과 그동안 만난다고 쓴 돈이 아까워서라도 꼭 결혼을 해야겠다,, 이게 다 였어요,,
사실, 전 결혼 하기 전에 남자가 이벤트 준비하고 사근사근하게 챙겨주는 걸 닭살이라고 싫어했던 것 같기도 해요,,
남편이 큰마음 먹고 꽃다발 들고 집앞으로 왔을때.. 그냥 케잌 사오지,, 했던 저에게 더이상 남편도 어떠한 이벤트보다 이 여자는 실용적인걸 좋아하는구나,,,
호텔에서 근사한 밥 먹자고 할때도 밥이야 먹으면 살만 되고,, 남는것도 없으니,,차라리 옷을 사달라고 했죠,, 밥은 학교 앞에서 라면이랑 김밥 먹구요,,
근데,, 지금은 ,,, 꽃도 받고 싶고, 호텔에 가서 기십만원짜리 풀코스도 먹고 싶은데,,
이젠 너무 늦었어요,,,~~3. 엄마곰
'03.11.18 1:10 PM (211.204.xxx.54)전 청혼이고 뭐고...울 큰오빠 고딩친구였거든요..신랑이..그러니 초등학교때 까불던것도 다 기억난다고 요즘도 괜히 큰소리칩니다.
그러니 자기한테 자꾸 맞먹지 말라나요?...그러고 보면 지난 날들 기억하는게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해지네요..
지금부터라도 많은 추억만들면서 살아야 나이가 더 들었을때 더 많이 행복할수 있겠죠?
참 좋은아침이네요4. 나혜경
'03.11.18 1:51 PM (202.30.xxx.200)제가 아는 사람은 남편이 4살 많은데 싸울때는 꼭 이런다는군요.
네가 중딩일때 나는 대학생 이었다. 맞 먹지 마라..
그 부인 참 괄괄 한 성격인데 체구 작은 남편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참 불가사의 하데요.5. ky26
'03.11.18 4:16 PM (211.219.xxx.159)3년 연애하는 동안 정말 멋진 남자친구 였어요
5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기위해
선물도 많이 받고 놀러도 많이 댕기고
근데 정작 결혼할땐 흐지부지...
신혼초에 제가 청혼 안받고 결혼한 사람 나밖에 없다구 징징...
울남편 끝까지 청혼했는데 제가 못 들었답니다 ㅋㅋㅋ6. 이슬새댁
'03.11.18 6:48 PM (210.122.xxx.199)꿀벌님..부럽사와요..
상상만해도 넘 멋진 청혼이네요..
저희 신랑은 멋진 청혼 씬이 나오면 TV를 사정없이 다른데로 돌린답니다..
양심은 있어가지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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