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엄마가 밉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엄마는 저에게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천사같은 엄마였답니다. 그 이후 돈을 잘 벌지 못하는 아빠대신 작은 가계를 하시다가 소위 바람이 나셨죠. 어린 저였지만 엄마 아빠의 이혼은 정말이지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울며 애원했죠. 제발 엄마 정신차리고 가정을 지켜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엄만 매정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아빠와는 더이상 살 수 없다 하셨습니다. 아빠는 돈을 잘 벌지 못할뿐 정말 열심히 사시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친할아버지가 한의사로 잘사는 집안 아들이었지만 육이오때 모든걸 잃은후 혼자 고등학교 졸업하고 영어독학도 하고 그래서 아버지는 한참 중동지방에 건설붐이 한창일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년간 가족과 떨어져서 고생하시면서 돈도 벌었구요. 그당시 별로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거기서 번 돈으로 아파트도 장만하고 차도 샀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엄마의 욕심에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엄마는 드디어 이혼을 하시고 여동생과 나를 새아빠 그리고 새아빠의 아이둘과 함께 키우셨습니다. 물론 우리에겐 새아빠가 생겼구요. 그러나 사랑한다던 그 사람. 엄마의 그 사람은 우리 아빠와 달리 화나면 엄마에게 손찌검을 했습니다. 너무 심각해서 새벽에 제가 경찰서에 맨발로 피흘리며 뛰어간적이 한두번이 아녔습니다. 결국은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을 안해줘서 엄마가 고소하고 그사람 감옥가고 그런 절차를 겪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였더랬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환경에서 공부는 커녕 저 하나 올바르게 추스르며 사는것도 힘들더군요. 그 와중에 저는 친척집으로 그리고 아빠에게로 한달이 멀다하고 거처를 옮기며 살았습니다. 아빠에게도 새엄마가 생겼는데 중2때 그집가서 살고 고등학교를 실업계를 들어갔습니다. 새엄마가 저 대학 보낼 맘이 없었던거죠. 저와 맞지않는 공부 때문에 전 여상에서도 공부를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이빨 꼭 깨물고 수능공부해서 비록 여상이지만 우리 학교에서 수능 최고점수를 받아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대학교 등록금은 엄마가 주셨습니다. 그때쯤 우리엄마 또 결혼을 하셨습니다. 거기도 애들이 두명인가 여자애들이 있었죠. 전 그때부터 독립해서 혼자 아르바이트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엄마 사고를 치셨죠. 예전부터 엄마 글쓰는게 취미였는데 자비로 자서전을 내셨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민망하게도 엄마의 성생활까지 다 적혀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바람났을때 그 아저씨가 그렇게 자기와 잘 맞았다는... 전 참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대학앞에 그 책을 깔고 친구들이 우리엄마인줄 알고 책을 사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과 사람들이 친구엄마 책냈으니 도와준답시고 단체로 다 사보았죠. 전 그날이후로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창피했습니다. 엄마의 여러번에 걸친 결혼도 창피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적날한 성적표현에 기가 막혔습니다.
그렇지만 어찌어찌해서 졸업은 했습니다.
지금 저는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때문에 너무 지쳐서 결혼이라는것 자체에 회의를 느낍니다. 정말 결혼을 할 수 있을까하는..아니 해도 잘 해 나갈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엄마딸이니 저도 엄마를 닮을까봐 무섭습니다. 이번에 엄만 또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럼 네번째의 결혼인셈입니다. 그 사람은 가정도 있는가보던데 돈이 많다고 합니다. 엄만 지금 자신이 가진 돈을 불려달라는 핑계로 그 사람에게 접근중입니다. 엄만 혼자 돈을 좀 모아두셨는데 엄마가 끝까지 돌봤던 여동생에게만 집을 사주려고 돈을 좀 더 굴리고 있습니다. 전 당연히 엄마를 미워하고 엄마에게 가도 고운소리 안하기 때문에 제가 결혼을 하건 뭘 하건 절대 십원한장 보태주지 않을꺼라 합니다. 전 그래도 괜찮습니다. 돈때문에 여동생처럼 엄마에게 알랑거리고 싶지 않습니다. 여동생은 알랑거린 덕택에 전 꿈도 못꾸던 재수까지 해서 돈 많이 드는 미대에 나왔습니다. 전 대입당시 재수하면 좋은대학 갈 가망성이 높았지만 그냥 그대로 대학에 갔지만 말입니다. 여동생은 이제 얼마 안있으면 엄마가 집을 사준다고 합니다. 물론 큰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작더라도 내 집을 가져보지 못한 저로서는 부럽습니다. 저는 대학졸업하고 혼자 벌어서 겨우 전세집에 살고 있으니까요.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엄마닮아 동거를 하는거 아닌가 나도 우리엄마처럼 남자나 밝히는 여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의지할곳이 필요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필요했구요. 지금 남자친구는 저에게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이후 받아보지 못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근데 차마 결혼은 못하겠습니다. 우리엄마의 결혼사실도 그렇고 결혼해도 제가 아무것도 가진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보다는 저도 엄마처럼 결혼에 실패할까 무섭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천사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합니다. 김치 만들어놨으니 가져가라 먹을꺼 좀 해서 보낼테니 받아라. 엄만 제가 동거하는걸 뻔히 알지만 겉으로는 모른척 하십니다. 당신 자존심에 금이 가니까요. 제가 한때는 엄마가 자랑할만한 회사에 다녔었는데 그때는 엄마 제 자랑하느라 맨날 정신 없었고 저도 집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지금 별 볼일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그냥 반찬만 가져가란 입에 발린소릴 합니다. 엄만 제 식성도 모릅니다. 제가 뭘 잘먹는지까지는 몰라도 좋다 치더라도 못먹는 음식을 해가지고 줄때는 정말 무슨 엄마가 이런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예전에 이사를 할때 제 남자친구와 그냥 편하게 지내는 남자친구와 함께 이사짐을 옮겼는데요. 엄만 둘중 누가 저와 함께 지내는 남자친구인지 알면서도 그냥 편하게 지내는 남자친구가 잘생겼다는 이유로 그 친구가 고생한다고 땀닦아주고 난리도 아녔습니다. 잘생긴 사람이 이렇게 힘든일을 하면 되냐면서..이런말 하긴 뭣하지만 젊고 잘생긴 남자한테 추근거리는 엄만 정말 추해보였습니다. 엄만 사람 생긴거 정말 많이 따집니다. 지금 제 남자친구가 키도 작고 안경도 쓰고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엄만 여동생에게 제 남자친구가 키는 난쟁이 똥자루만하고 턱도 약하고 부실해보인다며 한마디로 재수없는 인상이라고 했답니다. 그러는 엄마딸은 어지간히 미인인줄 아나본데 저도 평범합니다. 그런 엄마딸은 생각 안하고.. 엄만 옆에있던 잘생긴 남자아이가 탐났던지 여동생에게 제가 멍청이고 보는눈도 없어서 그런 잘생긴 사람 안사귀고 못나빠진놈을 만난다고 남자 보는눈을 자기에게서 반만큼이라도 닮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전 정말 엄마가 너무 밉습니다. 또 한 가정을 파괴하려고 접근중인것도 싫습니다. 자기가 무슨 늙은 꽃뱀입니까? 엄만 가정깨는게 너무 쉬운일이겠지만 남에게는 아니라는걸 모릅니다. 그사람은 우리엄마가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한척하고 순수한척 하는데 홀딱 넘어가서 엄마 돈 불려주느라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전 어쩌면 좋을까요. 엄마와 인연을 끊고싶을 지경입니다. 제가 요즘 이모댁이랑 이종사촌들을 좀 챙기는데요. 그런데가서 기념일 챙겨주고 하는게 정말 가족사랑을 옆에서 보고싶어서라는건 모르고 저보고 엄마 열받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냉정한년이라고 이모한테 욕하고 다닙니다. 이모랑 이모부도 제 남자친구 봤고 사정도 다 말했더니 이모와 이모부는 우리를 아주 좋게 봐 주십니다. 왠만하면 동거하는 젊은것들 못마땅해 할텐데 다 이해해 주시고 잘해주십니다. 전 너무 복잡한 마음입니다. 엄마가 차라리 이민이라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옆에서 늘 생인손처럼 아픈게 싫습니다. 잊을수도 무시할수도 그렇다고 사랑하고 받아들이기엔 미움이 너무 많이 쌓인 상태입니다. 제가 나쁜걸까요? 이젠 그 판단마저 흐려지려 합니다. 이런말 엄마에게 다 해봤지만 엄만 짜증이나 화만 냅니다. 자기 인생이니 나보고 간섭 말라는거죠. 그리고 나나 똑바로 살아라고.. 아마 동거를 가지고 말씀하시는듯 합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답한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부디 나쁜여자라고 욕하지 말아주세요.
1. 익명
'03.11.15 5:06 PM (211.226.xxx.127)눈물이 나네요..
저두 부모님 이혼하셔서..(아버지가 새여자 생기셔서..) 마음고생했지만 그래도 제가 똑바로 자라는것이 제 동생들과 저를 위한 길이란 생각에 비뚤어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결손가정이라는 딱지가 싫어서 정말 제일 친한친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결혼했지만 결혼실패하는게..엄마 닮아서..(엄마가 잘못해서 이혼한것도 아닌데 그걸 왜닮는다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두렵습니다...
님도 기운내시고 용기내세요..
그냥 저도 마음이 아파서 몇자 끄적거렸습니다.2. 아임오케이
'03.11.15 5:39 PM (221.145.xxx.204)엄마를 미워하는 자신에게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그런 엄마라면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힘들거에요.
현재 같이 살고있는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만 걱정하세요.
엄마가 변하는걸 기대하기는 힘들어요,
이럴땐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저에게 쪽지 보내주시면 비용부담없이 좋은 상담 받을 수 있는 곳 알려드릴께요.
지금 엄마에 대해 부정적이고 복잡한 마음을 잘 정리하고 벗어날 수 있어야 나중에 예쁜 아기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답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화나고 짜증나는거, 그건 대부분 내 어린시절부터 비롯된 부모에 대해 억울하고 섭섭한 마음이 지금의 자녀에게 되돌리고 있는거거든요.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님보고 아무도 나쁜 여자라고 생각안한답니다.
아마 저 같았으면 더 난리를 피웠을것 같은데요.3. 익명으로
'03.11.15 10:40 PM (211.204.xxx.145)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사세요. 엄마한테 휘둘리지 마시구.
엄마와는 최소한의 거리만 유지하세요. 동거하는게 무슨 죄두 아니구....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 엄마에겐 없으실 거 같습니다만.
저두 아이를 키우는 엄아가 되고보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님두 아이 생기면 열심히 사시구, 반면교사라고, 엄마를 그냥 보고 닮지 않으면 되죠.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과 치료 나쁘게 생각마시고, 도움 받으세요.
그 컴플렉스를 완전히 떨쳐야 앞으로의 생활이 자유로우실 것 같습니다.4. 익명
'03.11.16 7:45 AM (80.11.xxx.8)님.....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님 엄마 만나서 얘기좀 했으면 좋겠네요....
제 주위를보니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면을 닮지 않기 위해 남보다 더 노력하면서 열심히 살던데요.
엄마와의 거리를 좀 두시는게 어떨런지. 아직도 엄마의 삶이 님의 삶 여기저기에 영향을 주고 있는것 같아요. 힘드시겠지만..이젠 엄마와의 보이지 않는 탯줄을 끊으시기 바랍니다. 그 모든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엄마는 엄마! 나는 나! 우리는 각자가 다른 개체다.
행복은 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엄마로 인해 손을 놓지 마시기를 진심으로 바래요....5. 김혜경
'03.11.17 12:27 AM (211.215.xxx.43)나쁜 여자라뇨...넘넘 가슴이 아프네요...
엄마의 딸이라는 멍에 때문에 행복을 포기하진 마세요...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3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75 |
682632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41 |
682631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24 |
682630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75 |
682629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1 |
682628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79 |
682627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12 |
682626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05 |
682625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791 |
682624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50 |
682623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6,993 |
682622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14 |
682621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192 |
682620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398 |
682619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10 |
682618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2 |
682617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078 |
682616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56 |
682615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25 |
682614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60 |
682613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391 |
682612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45 |
682611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41 |
682610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39 |
682609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58 |
682608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19 |
682607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08 |
682606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33 |
682605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081 |
682604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