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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에 관한 짧은 이야기 ...

파도랑 조회수 : 890
작성일 : 2003-11-14 10:28:05

저,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전산과 출신이에요.
제가 첨 컴을 접했던게 중학교 3학년때 고입 시험 치고 나서에요.
제가 71년 생이니까, 그땐 정말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으니까 좀 일렀죠.
그때 모니터 본체 키보드 일체형인 Apple 컴퓨터에서 Apple Basic을 첨 배우고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일찍 제 진로를 확정지었어요. - 잘한건지 어쩐건지...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쯤부터 PC통신 - 지금의 인터넷의 원조(?) - 를 하기 시작했어요.
신랑도 그때 만나서 헤어짐과 만남을 거듭한 끝에 6년만에 결혼을 했구요. - 지금은 흔한 통신 커플이지만 그당시만해도 참 보기 드물었어죠.

제 아이디를 만들때, 고민 많이 했어요. 이왕이면 독특하고 여성취향 냄새가 안나게끔 - 그당시엔 통신하는 여자가 없어서 여자인걸 알면 쓸데없는 남자들이 정말 많이 달라붙고 했었거든요 - 아이디를 만드느라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제가 좋아하는 '파도와 함께'[란 뜻으로 파도랑이란 아이디로 결정봤어요. 왜, 너랑 나랑할때의 '랑'을 붙여서요. 바다랑으로 할까 파도랑으로 할까 고민 약간 했었는데, 파도랑으로 결정봤었죠. 그게 92년이었어요. - 그러고 보니 꽤 세월이 많이 지났네요.

요즘엔 은행에 가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할 때도 아이디를 함께 적어내라고 하쟎아요.
얼마전에 국민은행에서 padorang 아이디를 적어냈더니 이미 있는 아이디라고 하더군요. 사실, 국민은행 말고 다른 대부분의 이름난 싸이트에는 이미 padorang 아이디가 다른 사람에 의해 선점되어 있더군요.

누가 padorang이란 아이디를 생각해 냈을까, 어떤 유추를 해서 padorang이란 아이디를 만들었을까,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면 가끔 기분이 묘해집니다. 가끔, 전국의 padorang 아이디를 가진 사람들 모임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82에서 갖가지 아이디를 보면, 왜 저 아이디를 자신의 분신으로 삼았을까 하며 궁금해 합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사연이 숨어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며...
IP : 61.81.xxx.11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새봄
    '03.11.14 10:40 AM (218.237.xxx.174)

    크흐흐흐......
    여기선 이름을 쓰지만 제 아이디도 그걸로만 10여년을 버텼습니다.
    중간에 도용도 몇번 당해서 무지하게 열받고 쓸데없는 오만가지 메세지도 받고
    하는 우여곡절이 있지만 10년 쫌 넘게 쓰다 보니 정들었는지 못 바꾸겠더라구요.

    하이텔이나 천리안 나우누리 쓰셨겠네요 파도랑님..
    atdt치고 삑~ 하는 신호음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그때가 가끔 그립습니다.

    제가 기억나는 가장 미련한 아이디는...(예전에는 번호를 입력하세요 라고 뜨니까..)
    숫자를 6자리 이상 어떤걸로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주민번호나 군번으로 만든 아이디들 입니다.
    그떄 친했던 동호회 친구중 하나가 군번으로 만들어서 걔랑 친했던 사람들은
    죄 본의 아니게 걔 군번을 줄줄 외우고 다니는...

  • 2. 치즈
    '03.11.14 10:48 AM (211.169.xxx.14)

    하하하 새봄님...그 친구는 미련한게 아니네요.ㅋㅋ
    세상에 자기 군번 친구들이 죄~외우는 사람이 몇있겠어요.ㅋㅋㅋ
    군번 줄줄줄 외운다는 말이 지꾸 웃음나오게 하네요....

    전 원래 한메일 아이디가 마마였는데 여기서 눈물을 삼키며 아이디를 바꾸었지요.
    치즈라고 하게 된건.....안돌아가는 머리 열심히 굴리는데 책상에 "내 치즈를 누가 옮겼나"하는
    책이 있었어요......빨리 로그인은 해야겠고...머리는 안돌아가고...해서리 그냥 치~즈 했지요.

  • 3. 김혜경
    '03.11.14 10:51 AM (219.241.xxx.36)

    맞아요...
    전 다른분들의 아이디를 보면 그 재치에 놀라곤 합니다.
    전 통신세대도 아니고, 회사에서 안 짤리라고 컴을 쓰게 됐는데...
    아, 아이디가 문제더라구요...khk이런거에 생년붙이는 아이디 하기싫구...그러다가 어찌어찌 만들어쓰게 됐는데..., 이제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도 없구요...

    필명도 그래요, 어쩌면 그렇게 이쁜 이름들을 잘들 짓는지...
    그런데 저는 가끔 다른 사이트에 가서 댓글을 달려고 해도 마땅한 필명이 없어서, 그냥 글 못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게도 이쁜 필명, 이쁜 아이디를 작명할 수 있는 재치를 주옵소서....

  • 4. 나혜경
    '03.11.14 1:47 PM (202.30.xxx.200)

    제 싸인은 NHK 랍니다.
    아이디는 아니지만....

  • 5. 박진진
    '03.11.14 2:03 PM (218.54.xxx.208)

    저는 두가지 아이디를 쓰는데요. 하나는 도라짱이라는 제주도 방언이고 하나는 플라시보입니다.
    도라짱은 제주도 방언으로 미친여자라는 뜻인데요. 저는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여자라는 뜻 보다는 그냥 뭣에든 하나는 미칠 수 있는 여자라는 뜻으로 해석해서 쓰고 있습니다. 말도 도라짱하면 일본말 같기도 한것이 귀엽기도 하구요. 플라시보는 플라시보 효과라는걸 배우고 부터 좋아했던 말이고 (이걸 쓰면 약대 다니냔 소릴 하더군요^^) 또 좋아하는 그룹 이름이 플라시보이기도 합니다.

  • 6. Fermata
    '03.11.14 8:30 PM (211.40.xxx.103)

    약대 다니시냐고 여쭙고 싶어졌더랬어요. 진진님 ㅋ

  • 7. 레아맘
    '03.11.14 9:24 PM (217.128.xxx.187)

    하하하..전 예전에 뤽베송의 영화를 혼자 극장가서 보고는- 고등학교때- 그 여자한테 뿅~가서 그날 바로 머리 짜르고 계속 그 아이디를 쓰는데...쓰는 사람이 많아서 요즘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당.
    뭔가 멋진것으로 한번 바꿔볼라고....쉽지가 않으요^^

  • 8. 쭈니맘
    '03.11.15 12:34 AM (210.124.xxx.33)

    전 그냥 대학시절 러시아어로 제이름이 마가리따였거든요..
    줄여서 리따라고 불렀구요..
    학교생활 내내 리따로 불리어져 그대로 아이디가 되었네요..
    rita....
    10년 넘도록 쭈욱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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