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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배추 밭에서 헤엄치다.

경빈마마 조회수 : 1,273
작성일 : 2003-11-14 00:08:14
어제는 아는 집 엄마네 김장을 절구어 주고 왔다.
우리집에 큰 고무다라 두 개를 빌리러 왔었는데...
50포기 한단다. 이 포기는 얼마 안된다. 그런데 그 엄마 나 어떻해? 언제 하노? 한다.
아~~~~ 심란. "그래! 공장 점심해주고  내가 도와줄께!" 하고 말았으니...
죽으나 사나 해 주러 갔단다.
일을 하면 하고, 말면 말지 꼼지락 거리지 못하니 죽어라 했다. 아마도 그 엄마 계획은
1시에 시작 했으니 저녁 지을 때 까지 할 생각 이었나 보다.
배추 절이고, 무 50개 씻고 나서 시간을 보니 2시 30분.
그 엄마 기절하려 한다. 후후후후~~~~ "나아~ 어디가서 일 잘한다는 말 안 할께." 해서 웃었다.
저녁에 정말 뻑적지게 힘들었다. 그래도 어째? 우리것도 준비 해야지...!
오늘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마음은 급하고 할 일은 많고.
움직이기 편한 츄리닝 바지 입고, 검정 양말에 훍 묻은 신발 신고,코팅장갑 싣고,
터덜 터덜 화물차를 끌고 가다 친구 두 명 싣고 배추 밭으로 갔다.
춥기전에 다 뽑는다 하니 덕분에 올해는 김장을 빨리 하는 셈이다.
시누이네 배추까지 500포기 심어 달라고... 아는 이 집에 부탁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다 포기하고, 150포기만 담그려고 싣고 있는데...
지나던 동네 아저씨가 화물차가 길을 가로 막고 있으니 차에서 내려 도와주며 묻는다.(착하기도 하지)
"식당 하나 보네요?" 피식 웃었다. "아니요? 우리가 다 먹어요. 올해는 양을 많이 줄인겁니다.."
하고 태연스레 말하니 놀란다. 후후후후~~~~~(뭐? 놀라긴...^^)
일단 우리집에다 150포기 내려 놓고,,,(덤으로 더 얻어 왔으니...150포기 보다 훨씬 더 많다.)
다시 밭으로 가, 친구들 것과 다른 집 것, 합하여 200 포기 더 뽑아 싣고...아고 허리야~~
두 친구 배추 떨어지면 어떻하냐? 하고 짐칸 위에 타겠단다.
비상 깜박이 켜고 달리는데...지나가던 사람들 어안이 벙벙 눈이 둥그래 쳐다 본다.
왠? 배추를 젊은 여자들이 저리도 많이 싣고 가나??? 하는 표정인거 나는 다안다.
아마 나를 배추 장사 하는 아줌마로 생각 할 수도 있다. 후후후후~(나~! 경빈마마인데..이름만...)
아이고 바빠라~! 얼른 내려주고 친구가 사준 밥 먹고 어제 김치 절여준 집으로 갔다.
올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다는데...또 걸리지 않나?
다행이 한 명 더 와서 도와 주고는 있었지만...빨리 빨리 마무리 해야 겠기에 서둘러 해 주었다.
내가 교통 정리를 했다. 이것은 저기에...저것은 여기에... 이거 치우고...여기에 담고...
일하며 엄마들이 깔깔 웃는다...누가 주인이야?...왜? 그 엄마 내 말대로 바삐 움직였으니...
깍뚜기도 버무려주고 김치 몇포기와 겉절이 한 봉지에 쌈까지 얻어왔다.
저녁에는 다른 반찬 필요 없이 그냥 대충 먹었고...어머니도 그냥 먹자 하셔서 덜 미안 했다.
설거지 후다다닥 하고...농산물마트에 가서 갓과 마늘 그리고 갈아놓은 생강을 사왔다.
내일은 절여야 되는데...아무래도 또 날 필요하는 이가 있으니...모른척 할 수 없어
내일 아침부터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내가 있었으면~~~~~ 하는 그 눈빛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 잘 어울리던  이들이 막상 김장 하자하니, 아무도 시간이 없고 약속이 있고 일이 있다고 한단다.
그럼요~! 경빈마마도 일 엄청 있습니다.
그러나~ 어째요?  별려 놓은 일 있으니 먼저 마무리 해야 하지 않나요?
혼자 하는 걸 아는데 ....어째? 힘들때.. 필요할 때.. 해 줌이 힘이 되는 것을...나는 너무 잘 안다.
이름만 경빈마마인 나는  당분간 배추 속에서 헤엄치게 될 것 같다.
몸은 천근 만근 십만근이지만...
다들 "칭.쉬" "칭.쉬" "칭.쉬" 하는데 잠시 궁금해 82 쿡에 들렀다 나간다.
아무래도 배추 속에서 헤엄쳐 빠져 나오는 날, 나는 "칭.쉬"를  볼 수 있겠지.
이렇게 경빈마마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IP : 211.36.xxx.198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그네
    '03.11.14 12:17 AM (210.223.xxx.223)

    엄숙, 존경,
    풍요, 따뜻함...

  • 2. Fermata
    '03.11.14 1:28 AM (211.40.xxx.103)

    허억.
    너무 대단하세요.
    글 읽으면서 제가 다 숨이차고 힘드네요.
    얼른 배추 속에서 빠져나오셔서 푸욱 쉬세요
    근데 배추가 왤케 많이 필요하신거에요..? ^^;;

  • 3. 레아맘
    '03.11.14 5:51 AM (81.51.xxx.207)

    손해보지 않고 사는게 잘 사는게 되어버린 요즘...받는만큼만 줄려는 요즘...경빈마마같은 분이 계서서...그래도 역시 손해도 보면서 그렇게 사는게 참 사람인생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자손대대로^^

  • 4. 김새봄
    '03.11.14 7:59 AM (218.237.xxx.174)

    에구에구...마마님~
    담주면 김치 끝나남요? 그럼 제가 쏠텡께 찜질방 가십시다..
    아니문 마마님댁 김치 하실때 저 부르세요.
    울 둘쨰는 형빈이랑 짝꿍맨들어 주면 놀테니까 저 가서 마늘빻고 갓 다듬고..
    이런건 잘하니까 거들어 드릴께요.

    하여간 마마님 정말 못말려...
    (근데 왜 내 맘 한쪽이 뜨끈해 지는 겁니까??? 네에? 마마님 책임 지셔요~~)

  • 5. 김혜경
    '03.11.14 8:11 AM (218.237.xxx.251)

    에구구...
    경빈마마님 맘은 모르는 거 아니지만 몸 그렇게 마구 쓰지 마세요. 병 생깁니다.
    김장,그거 어디 보통일입니까, 전 100포기 정도 보조만해도, 울 친정엄마랑 사촌언니들이 다 하고 전 나르는 것 정도만 해도 몸이 아프던데...

    암튼, 몸 살펴가면서 일하세요...

  • 6. 경빈마마
    '03.11.14 8:15 AM (211.36.xxx.198)

    선생님~~~~!!!

    선생님 마음을 내 맘에 차곡 차곡 담아 일하러 갑니다.

    감사 해요.

  • 7. 치즈
    '03.11.14 8:36 AM (211.169.xxx.14)

    경빈마마님....
    수빈이의 합격을 축하합니다.
    오늘 일, 힘든거 모르고 하시겠어요.
    수빈이가 효도 하네요.
    가까운 곳이라면 얼른가서 거들고 싶어요.*^^*

  • 8. 싱아
    '03.11.14 9:02 AM (221.155.xxx.213)

    마마님 저도 마음으로만 도와드려요.
    수빈이 외고 합격했나요
    추카추카

  • 9. 복사꽃
    '03.11.14 9:18 AM (61.72.xxx.197)

    경빈마마님! 제가 도와줄수 없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당~~~
    마마님, 몸생각하시와요.
    경빈마마님! 수빈이가 외고에 합겼했군요. 정말정말 축하드립니다.
    "모전여전" 입니다. 수빈이 한테도 정말정말 축하한다고 전해주셔요.

  • 10. 때찌때찌
    '03.11.14 9:21 AM (61.83.xxx.210)

    마마님 저도 축하드립니다.^^ 수빈양.....합격!

    그런데요....... 노래가사처럼.......저 숨이 탁 막힐것 같아요.
    너무 무리 하지 마세요.. 몸살나면 누가 알아주나요.......

  • 11. 김혜경
    '03.11.14 9:50 AM (219.241.xxx.36)

    아니, 그런 좋은 소식을 왜 널리 안알리셨어요??
    경빈마마님 축하드립니다...
    수빈양, 잘 했어요...진짜 효도 했네...

  • 12. 김소영
    '03.11.14 10:19 AM (211.229.xxx.158)

    나, 이제 경빈마마 미워할 거예요.
    어제 나한테 수빈학생 시험 되었단 소리도 안했으니까...
    내가 알았으면 퇴근하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생각하니까 막 미워지네요.
    그건 그렇고 너무 무리하면 안되는데 조심하세요.

  • 13. 수풀
    '03.11.14 10:58 AM (218.239.xxx.154)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걱정만 하다가 세월 다갑니다.
    어머님생신에 음식을 나눠서 했는데, 부침과나물만 해 갔는데도 하루종일 걸렸겠구나하는
    소리 듣습니다.
    우리 작은아들 학원 외고반에 다니는데 고생이 많습니다. 따님이 합격해서 기쁘시겠어요.
    축하합니다.
    우리 큰아들은 내년에 고3 이구요. 그런데 제 가슴이 왜 이리 답답할까요?
    고3 학부모병인가 모르겠네......
    경빈마마님 글 읽다 보니 제가 몸살 나는것 같아요.
    참 열심히 사시는 군요.

  • 14. 능소화
    '03.11.14 12:38 PM (218.159.xxx.100)

    따님이 시험을 치셨나요?
    합격을 축하해요
    근데 노래가 누구것이던가요?

  • 15. 통통
    '03.11.14 1:20 PM (211.40.xxx.222)

    역시...
    언제나 맘이 따뜻해 지게 하십니다.
    그래도 몸생각하시구여...
    그리고 엄마닮아 아이들도 착하고, 효도하네요.

  • 16. 푸우
    '03.11.14 2:23 PM (219.241.xxx.15)

    휴,,,
    정말 그러기 쉽지 않은데,,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 안살려고 너도나도 바둥바둥인데,,
    경빈마마님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데,, 자꾸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면 왠지 내가 바보인가 싶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더 바부인데,, 그쵸??
    가슴이 짠합니다,,

  • 17. peacemaker
    '03.11.14 8:15 PM (218.155.xxx.198)

    나이들어 아프면 어쩌나...

  • 18. 오로라
    '03.11.14 9:50 PM (221.160.xxx.121)

    정말 대단하시네요. ^^

  • 19. 꾸득꾸득
    '03.11.14 11:57 PM (220.94.xxx.47)

    따님 외고합격 축하드려요!
    아, 정말 엄숙한 이야기 입니다. 배추가지고 이렇게 엄숙해 질 수 있다니.....

  • 20. 경빈마마
    '03.11.15 8:05 AM (211.36.xxx.198)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전 행복한 여인 입니다.

    님들이 있어....

  • 21. 수선화
    '03.11.15 5:37 PM (211.193.xxx.70)

    오랫만에 뵙네요.
    수빈이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궁금해 하면서도 연락을 못했습니다.

    김장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자 님을 떠올렸었는데...
    마음만은 님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그리고 맛나게 김장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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