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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앞날
입사할 때만 해도 이리 오래 다니게 될 줄 몰랐었지요.
그사이에 결혼도 했고 두 아이도 얻었답니다.
연년생 두녀석이 어느새 자라 큰 녀석은 초등학생이 되었지요.
부족한 엄마를 두고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랍니다.
요사이 고민이 많아 험한 꿈을 자주 꿉니다.
얼마전 부터 회사에 나돌기 시작한 소문 때문이지요.
명예퇴직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소문이 파다한 걸
보면 분명 있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아이가 둘이나 있고 가정이 있는 결혼 10년차
여자에게 직장이 그리 큰 의미가 아닐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남들에게 말 하지 못한 아픔이
있답니다.
결혼 후 만 2년 정도를 제외하고 남편이 지금까지 거의
반 백수라는 것이지요. 저 또한 그리 출중한 능력을
자랑하는 캐리어워먼은 아닌지라 많지도 않은
월급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워왔답니다.
IMF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 즈음에 뜻하지 못한
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지금까지
정기적인 생활비를 받아보지 못했답니다.
결국, 제가 가장인 셈이지요.
그런데.... 회사에서도 제 자리를 굳건하게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에 저의 불안과 고민이
시작된 것이랍니다. 오늘 당장 그만두어도
그 후임이 굳이 필요없는 그런 자리에 있다보니
불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나 크답니다.
웃고 있어도 가슴 속은 숯검댕이처럼 타들어가고 있지요.
"너, 나가" 이렇게 꼭 집어서 말은 하지 않겠지만 분명
명예퇴직자 타겟 중에는 제가 들어가 있을 겁니다.
비굴하게 버텨야 하는지 아님 보란 듯, 걷어차고
나가야 하는지 갈길을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가장 역할은 요원해 보이고, 올 초 집장만
하면서 얻은 대출에, 저축해 놓은 돈도 없고,
아이들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저 어째야 할까요?
이런 내가 몹시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공부도 했었고, 모두들 부러워하는 학교도
졸업했고, 결혼 후 대학원 다니며 석사학위도
받았고, 순전히 내 힘으로 아파트도 장만 했건만
무능한 남편덕에 이렇게 비참하고 초라한
존재로 남게 되다니.....
빚투성이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어디에도 손벌리지 않고, 당당하게 잘
버텨왔는데 요즘은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그 어떤 경제적 원조를
구할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도
한스럽기 까지 하네요.
전문직도 아닌 내가 이 나이에 다른 회사에 또
들어간다는건 거의 불가능 할테고, 또 어찌 벌어
먹고 살아야 할지.... 지금까지 월급은 얼마되지
않아도 알뜰히 저축하고, 살뜰히 꾸리며 살았었는데....
아마도
회사의 많은 사람들은 제가 아이들도 다 크고 시간
남아 여가선용으로 회사에 나오는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심각한 괴리감과 곧 상실하게
될 지 모를 경제적 능력에 대한 박탈감으로 너무 괴롭습니다.
곧 밥 한끼를 걱정하게 될 지도 모르는 나의 처지.
어쩌면 좋을까요?
1. 지나가는 이
'03.11.5 11:21 AM (211.180.xxx.61)안녕하세요? 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님께서는 "무능한 여자"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니 행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구요.
저도 한 직장을 10여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결혼한 여자가 직장다니면,
다 맞벌이인줄알고, 자기개발하려고 회사다니거나 아니면 둘이 버니 윤택한 생활을 할거
라고 생각하기 쉽겠죠. 저는 맞벌이는 맞습니다만, 울남푠이 직장 몇번 옮기면서
중간중간 쉰적이 몇차례 있었습니다. 제 오랜 동료도 남푠이 거의 97년인가 부터
일정한 수입이 없이, 이것 저것하고 있는 것도 보았구요.
일단 님께서는 그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 와중에 대학원까지도 마치셨잖아요.
사실 회사다니는 아줌마라고 해서 다 전문직은 아닙니다. 제 자리도 물론, 관두면
후임이야 뽑겟지만, 누구나 와서 며칠만 하면 다 할수있고, 지금 제월급의 3/1만 줘도
젊고 싱싱한 직원 쓸수있죠... 그런면에서는 저두, 누가 모라는 사람 없어도 쫌 그럴때가
있고, 높은 사람들 눈에는 되도록 안띨라구 합니다.
일단은, 마음의 준비는 하시되,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밤에 꿈까지 꿀 정도로 걱정을 하신다고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다니세요.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하시면서...
글구 남편분에게 좀 스트레스를 주십시오. 왜 혼자 그 무거운 짐을 다 지고
가려고 합니까? 꼭 번듯한 직장에 다녀야지만 돈을 버는건 아니잖습니까?
큰 돈이 못벌더라도, 육체노동을 해서라도 가정경제를 같이 책임져야죠...2. 동감합니다..
'03.11.5 11:35 AM (210.181.xxx.172)무능한 여자라는 표현은 맞지 않네요..지금껏 충분히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오셨는데요...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직장에서 10년근무하셨다면 분명이 지금껏 해오신일에 대한 경력이 있으니 그 경력으로 다른곳으로 옮기실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님처럼 남들이 보기엔 아이어느정도 키워놓고 자아실현이니 그런 거창한 맥락으로 회사를 다니는 줄 알지만 사실은 저도 가장입니다...남들의 눈을 넘 의식하시지 마세요..
그냥 타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굳이 아니다 난 상황이 어렵다등등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는 없거든요..오히려 자신의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에는 남들의 자신에 대한 그런 넉넉한 시선이 오히려 버티는 힘이 될수 있으니까요...
어떤 상황이든 본인이 맘 먹기 나름이지요..저도 물론 현실은 힘들지만 항상 이렇게 살거라곤 생각지 않아요....상황이 힘들때는 잠시 그 상황에서 나와 제3자의 입장에서 그냥 관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더군요...자포자기의 맘이 아니라 그냥 말그대로 관망이죠..
우리가 끝이라 생각하지않고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오거든요..
제가 그런맘으로 삽니다..
힘내시고 또 다른 직장 구할수 있을겁니다..3. 나두동감
'03.11.5 12:09 PM (220.117.xxx.237)힘내시란말 해드리고 싶네요.
전신랑이 고정수입은 있어도 그 금액이 작기때문에 내가 회사를 그만둘수가 없어
푸념하는 맞벌이입니다.
여자로써아줌마로써 가장노릇해내기가 우리나라 현실에선 너무나 힘들죠.
슈퍼울트라우먼의 힘을 발휘해 아이들키우고 직장다니고 살림하고.... 그 많은 일을 감당해도
사회에선 저희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네요.
전화위복이란말이 있잖아요.
지금까진 님이 가장노릇하시니까 남편이 책임감을 덜느껴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장 님이 명퇴를 당한다함 망막하겠죠. 하지만 그게 전화위복으로 남편의 책임감을 부추겨
가장노릇 제대로 할수 있는 기회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힘내세여. 홧팅~4. 이희숙
'03.11.5 12:53 PM (211.178.xxx.65)지금까지 살아오신 모습이 결코 무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식구들 건강하니 앞으로의 일도 충분히 본인의 뜻과 의지로 살아가실줄 믿습니다.
식구들중 한명만 아프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금의 문제가 너무 쉽고 별일 아닌걸로
받아 들여지실 겁니다.
석사까지 공부하셨다니 무능력은 너무 겸손이신거 같아요.
힘내시고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건강 잃지 않도록 주의하세요.5. kkkk
'03.11.5 12:53 PM (211.229.xxx.72)저도 수입상으론 집의 가장이랄 수 있습니다.
남편은 같은 직종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자기 사업한다고 시작한 지 얼마 안됩니다.
남들은 저보고 돈벌어서 다 어디 쓰냐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매달 버는 제 수입이 저희집 생활비랍니다.
그래도 저 우울해 하지 않아요.
하루하루 저자신에게 최면을 걸지요.
지금 이대로가 얼마나 감사한지 그걸 알아야 한다......
힘내세요. 하늘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들어주더라구요.
서로가 의논해서 열심히 살면 막막하지만은 않을 거예요.6. 무능한 여자
'03.11.5 1:16 PM (203.238.xxx.253)여러분의 말씀들이 눈물겹게 고맙게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는데
이제야 좀 뚫리는 것 같습니다.
소심한 성격탓에 앞서 걱정하고 고민하곤 했었는데
이젠 툭툭 털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렵니다.
사실, 고민은 그저 고민일 뿐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니까요.
설령 행상을 하게 될 지언정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비록 무능하긴 하지맘 내게는 남편도 있고,
너무도 귀한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쥐꼬리 월급 샐러리맨 생활 접고
보다 크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의 위로에 힘입어 지금 두 주먹 불끈쥐고 있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힘 내겠습니다.7. 쇼펜하우어
'03.11.5 4:26 PM (211.116.xxx.181)희망은 마치 독수리의 눈빛과도 같다.
항상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먼 곳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희망이란 바로 나를 신뢰하는 것이다.
행운은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을 따른다.
자신감을 잃어버리지 마라.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 쇼펜하우어의 <희망에 대하여> 중에서 -
오늘 아침 보내져온 아침편지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마음속 저 아래 구겨져 있던 희망을 꺼냈습니다.
햇살좋은 창가에 내다 말리려구요...
쌓인 먼지두 털어내구.. 깨끗해진 희망 마음속에 다시 넣었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를테니까요.......
저희 회사두 통합이다 뭐다 좀어수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교류가 원활치 않아서 가슴앓이 들을 하길래..
오늘 이글을 많이 뿌렸습니다.. 새파란 희망을 다시 꺼내들 보시라구요....
꺼내세요. 그리구 뽀송하게 거풍시키세요...
다시 가슴속에서 곱게 피어날겁니다..8. 예쁜유신
'03.11.5 5:09 PM (220.72.xxx.91)'무능한여자' 님이 무능하다니 절대 그말에 동감할 수 없습니다.
좋은 학교 졸업하고 집도 스스로 장만하고, 게다가 결혼후에 석사를 마치셨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미래는 모르는 겁니다. 아무일 없이 계속 잘 다닐 수도 있고, 아님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수도 있는데요. 저도 저희 애기 아빠가 한동안 논적이 있어서 정말 그 맘 이해합니다.
그래도 글을 읽어보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끄떡없이 잘 사실 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시게 될 경우, 이렇게 생각하세요.
내가 늙어 죽을때 까지 이 회사를 다닐것이었나?
대답은 분명 아니다 입니다.
그냥 그 시기가 빨리 왔을 뿐이다. 라구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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