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정말 두달도 안 남았네요.
시골 가을은 정말 바쁩니다.
고구마 캐랴, 이것저것하랴.
바쁘다는 핑께로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글 안올려 저 궁금해 하신 분,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곶감 만든다고 감 깍다가 앞창으로 보이는 은행나무가 노란색이고,
은사시 나무에선 잎들이 파르르 떨고있고,......
만사 제쳐두고 컴앞에 앉았습니다.
재미난 얘기들 읽었으니 어제 쓴 글이 있어 여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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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쪽 흐르는 엄천강 위로 아침이면 하얀 안개가 자욱합니다.
집 앞마당에 서서 안개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이곳이 구름 위에
있는 무릉도원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안개가 자욱한 이유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기 때문인데,
오늘은 낮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어서 따스한 초여름 날씨를
연상시킵니다. 낮에는 더워서 잠시 반팔 옷을 다시 입어야했습니다.
한 낮에 위 밭의 몇 고랑 남은 고구마를 캐다, 일의 순서가
감을 따오는 일이 먼저라고 남편이 불현 듯 말하였습니다.
더워서 땀방울이 이마에서 흐르고, 셔츠가 다 젖으니
지금은 고구마 캘 기온이 아니라는데 저도 동의했습니다.
지난 찬 서리에 시들고 스러진 고구마 순들 사이로 다시 새로운
순들이 돋아나고 있으니, 계절이 거꾸로 가고, 사람의 일도 거꾸로
해야 맞을 듯하여, 고구마 캐던 호미며 삽, 낫을 팽개치고,
대나무 장대를 들고, 운암으로 갔습니다.
실은 고구마 캐는 일을 다 끝내고, 본격적으로 감을 따다
곶감을 만들 요량이었지만 날씨가 따스하여 감들이
홍시로 변해버리니, 일을 거꾸로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일 손이 많을수록 좋을 듯하여 낮잠 자는 아이들을 깨웠습니다.
꺽손이 역할을 하는 대나무로는 딸 수 있는 감들이 별로 없이,
높은 곳에만 남아있어 장대로 가지를 흔들고, 밑에선 넓은
푸대 자루를 받쳐들어 감들이 그 위로 떨어지게 하니, 상처없이
많은 감들을 따냈습니다. 감 가지를 흔들 때마다 감들이
하늘에서 와르르 떨어지니, 아이들은 감 포탄이 떨어진다며
깔깔거리고, 혹시라도 얼굴에 맞을까 공포심(?)에 맘을 졸였습니다.
떨어져 덤불 숲으로 숨은 감들을 찾다, 머구나물 밭을 발견했습니다.
날씨가 따스하니, 갖올라온 연초록빛 머구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군침이 도는지 아이들이 먼저 '따다 나물 해먹자'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때아닌 머구나물 무침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근사한 요리라도 되는 듯 아이들은 연신 초고추장에
나물을 찍어먹으며 "봄처럼 입맛이 돈다."고 합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날씨 덕에 오늘 우리 집 밥상이 푸릇푸릇해졌습니다.
가을까지도 나물들을 산에서 구해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서는 웃음이 헤실헤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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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먹는 머구나물
쉐어그린 조회수 : 941
작성일 : 2003-11-03 17:35:52
IP : 221.168.xxx.4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물푸레나무
'03.11.3 5:46 PM (211.248.xxx.246)um~~~~
싸한 안개향기가 느껴집니다...
넘 부러운 풍경.
근데, 그 머구나물 쌈 싸먹어도 맛있지 않나요?2. 김혜경
'03.11.3 5:53 PM (211.201.xxx.121)윗사진...한폭의 그림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글 올리셨죠?? 이젠 자주 좀 올리세요...^^3. 쉐어그린
'03.11.3 5:55 PM (221.168.xxx.40)쌈 싸먹어도 맛있죠. 근데 요즘 들짐승들이 좀 극성이라 끓는 물에 푹 삶았어요. 봄에는 식초물에 좀 담가서 쌈 싸먹어도 좋죠.
4. 쉐어그린
'03.11.3 5:56 PM (221.168.xxx.40)11월 지나면 백수에 가까울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겁니다. 자주 올게요.
5. 치즈
'03.11.3 8:14 PM (211.169.xxx.14)잘지내셨어요?
오랜만이에요...
가을에 꼭 한번 가려했는데..여행방향이 다른 쪽으로 정해지는 바람에요.
아침방송 잘 보았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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