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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민 들어 주실 분 계신가요?
저와 제 남편은 주말부부입니다. 애 둘은 제가 키우고 있어요.
지난 토요일 차에서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남편의 휴대폰이
우연히 눈에 띄길래 그냥 무심코 휴대폰에 손을 갖다 댔는데 휴대폰을 못 만지게 하는 거예요.
거 아시죠? 손대지 말란 말은 않으면서 어, 어디 전화할 데가 있는데. 하며 휴대폰 가져 가는거.
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친구한테 전화를 하더니 휴대폰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 넣어 버리는 거 있죠.
아~ 이 남자가 뭔가 숨기는 게 있구나. 생각이 지나가는 거예요.
저는요. 직감이란 게 강한지 번개처럼 뭔가 후딱 지나가는 게 있으면 그게 거의 백발백중이거든요.
괜한 오해는 하지 말자, 그 때 정말 전화할 곳이 있었을 거야. 위로를 하면서도
맘이 안 편한 채 일주일을 보냈어요.
결혼 전에도 저랑 결혼하기로 해 놓고 다른 여자랑 사귀고 있는 걸
지나가는 한 마디에 감 잡아서 (정말 우연히, 정말 딱 한 단어에 감 잡고)
그 여자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어요.
근데 상습범(?)은 아니지 싶어요. (아니라 믿고 싶은 건지....?)
오늘 또 토요일인데 남편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런데 이런 맘으로 만나고 싶지가 않네요.
공연한 오해이길 바라면서도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네요.
고민하다 고민하다 여러분들께 저의 고민을 털어 놓기로했어요.
조금이나마 객관적인 시각에서 효과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요.
그냥 모른 척 할까요? 그러기엔 전 정말 너무 억울해요.
1. 러브체인
'03.9.27 10:18 AM (61.111.xxx.100)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 하심 어때요?
찜찜한채 계속 살순 없잖아요.
그리고 남자들은 떨어져지내면 좀 위험하더라구여.
저 아는 언니도 남편을 철썩 같이 믿었는데 주말이 아니라 주중에 암말 안하고 놀래 주려고 내려갔다가 배신 당하고 왔거든요.
결국 남편 용서하고 애덜 다 데리고 내려가서 함께 사는걸로 합의 하고 지금은 잘 살고 있지만 그때 당한 배신의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고 괴로워 하더라구요.
전 왠만하면 떨어져 지내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도 결혼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지방으로 발령나는 바람에 떨어져 지냈는데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더라구여. 정말 그런말 안믿었는데 실감 했어요.
너무 혼자 고민 하지 마시구..
사실 지난번 이후로 그것때문에 힘들다 이야기좀 하자..
이렇게 풀어 보시는건 어떨까요>?2. 강금희
'03.9.27 10:34 AM (219.250.xxx.25)부디 당신의 그 육감을 무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몇 년 전 일인데요, 그 즈음 남편은 집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을 때면 이상하게도 제 눈치를 보거나 다른 곳으로 가서 받더라구요. 어쩌다 핸드폰을 잊고 안 가지고 나간 날이면 집으로 전화를 합디다. 자기 전화기를 꺼달라, 그러면 회사로 전화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또 핸드폰을 안가지고 나갔나봐요. 그런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제가 외출하는 바람에 남편의 부탁전화를 받지 못했죠. 좀 일찍 들어왔는데 마침 그 핸드폰이 울리더라구요.
받지는 아나고 뒀는데 자꾸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서 번호를 확인해서 기억해두었죠.
집에 온 남편에게 전화 한통 왔는데 안 받았다 했더니 확인하대요.
"으응, 거래처야."
그럼 지금 해보랬더니 나중에 해도 된대요.
이상하죠? 지금 해도 되는데 나중에 해도 되다니? 일 미루는 사람이 아닌데?
다시 한번 다그쳤죠. 지금 하라고. 여자 전화냐고.
아니라는 겁니다.
이상한데? 꿀리는 게 있나? 왜 지금 안해?
꿀리긴 뭐가 꿀려! 그런 거 없어.
아니면 지금 해봐.
싫어.
난 이상해. 내 앞에서 지금 해. 안하면 문제삼을 거야. 내 의구심을 해결해줘.
사실 그때 안방에서 시어른이 버티고 계셨으니 큰소리 나는 거 원치 않았죠, 남편은.
어물쩡거리는 남편을 전화기 앞에 붙들어놓고 스피커를 켠 다음 그 번호를 눌렀죠.
아니나다를까 전화 저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남편, 주저하다가 "으응 난 또 누구라고. 왜 전화했습니까?"
남편 목소리는 딱딱한데 그 여자는 부드럽더라구요, "자기네 회사에 **라는 사람 있어?"
이리하야 소심한 남편은 그날 내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혼비백산했습니다.
그러나 내 태도는 침착하고도 당당했죠.
난 당신을 비난하고픈 맘 없다, 다만 나보다 더 좋은 여자 있으면 한동안 거기에 충실해봐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한 사람이랑 일평생 같이 산다는 건 고문이라 생각해 왔다, 밖에 나가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 많은데 궁상스런 집사람만 쳐다보느라 얼마나 고역이었냐, 나에게도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당신 아버지 모시고 사는 거 끔찍하다, 나를 놔줄 거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가 좋겠다, 이 기회에 우리 다시 생각해 보자...
이후 남편은 점점 다정하고 충실한 가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때의 상처가 때로 아프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여기니 맘 편합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나 역시 옛사람 전화를 받아서 그의 상처를 확인하기도 하니깐두루....
강조하지만, 부디 당신의 그 육감을 무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3. 김혜경
'03.9.27 10:57 AM (211.178.xxx.230)다들 비슷한 경험들을 가지고 계시네요.
'넘겨짚다가 팔부러진다'고 하면서 억측이나 앞서가는 걸 말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 생각엔 언성 높이지 않고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네요. 여자의 육감...그거 거의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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