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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황당 시리즈

사라 조회수 : 918
작성일 : 2003-09-19 23:26:33
애구, 오늘은 여러 가지로 황당한 날입니다.

퇴근 후에 집에 들어왔는데 대문 앞에 택배 박스가 놓여있지 뭐에요.
오늘 배달받기로 한 택배상품이 있었는데 제가 낮에 집에 없으니
시간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고,
꼭 전화를 하고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덜렁 갖다 놓은 모양이에요.
그런데, 어디 숨겨 놓은 것도 아니고, 옆집에 맡긴 것도 아니고,
그냥 대문 앞에 덜렁 두고 가는 경우도 세상에 있나요? ㅡㅡ;;
(설령 배송 전에 전화를 못했다고 해도,
  대문 앞에 두고 왔다고 -_-;;; 나중에라도 전화를 해줘야하는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문제는, 이 놈이 일반 물건도 아니고 생선이었거든요.
부랴부랴 열어보니 드라이아이스포장을 해 놓아서 아직도 서늘하긴 하지만,
드라이아이스는 물론 다 사라진지 오래고 생선도 거의 해동이 되어있더군요.
비록 상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먹기에 걱정스럽기도 하고,
적어도 해동된 걸 다시 냉동시켰다가 먹으면 맛은 확실히 떨어질 것 같구요.
제가 주문한 사이트의 잘못이라고 생각은 안되고,
택배회사에서 부주의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여겨지긴 하는데,
생선을 처음으로 주문해 본 사람으로서 좀 속상하더군요.



(지금부턴 비위 약하신 분들은 읽지 마세요.
  요리 사이트에 이런 내용이 좀 죄송스러워서..)





어쨌거나 생선을 다 냉동실로 옮겨 놓고 저녁을 먹으려고 부엌에 가서
밥 한공기와 냉장고의 반찬을 꺼내고 있는데,
부엌 쓰레기통 주변이 하수상한 겁니다.

깨가 잔뜩 흩뿌려져 있는 듯한 거에요.
남편이 나 모르게 깨를 쏟아 놓고 나갔나? 싶어서 들여다 보니,
깨같이 생기긴 했는데 깨는 아닌 정체요상한 것들인 겁니다.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는데...
뜨아..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더*가 아닌가 의심이 드는 거에요. ㅡㅡ;;
그냥 쪼그만 깨같이 생기긴 했지만 쓰레기통에 생기는 놈이 이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포도씨를 버려서인지 쬐꼬만 날파리같은 게 보여서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설마 이런 게 생기리라곤 상상도 못했답니다.

동네 쓰레기 버리는 날에 일반 쓰레기는 버렸는데,
음식물 쓰레기는 3l짜리 봉투 반도 못채울 정도로 조금밖에 안 남아있어서
다음번에 버리자하고 놔뒀거든요.
날도 좀 선선해진 거 같고 냄새도 별로 안 나길래
반도 못채우고 버리는게 아까와서 그랬던건데..
주부인 제가 완전히 실수해버렸습니다. 흑흑..  ㅡㅡ*

부리나케 쓰레기통 비워서 다른 봉지 속에 밀봉해 버리고,
쓰레기통 주변에 에프킬라 뿌리고, 청소기로 밀고, 박박 닦고,
쓰레기통은 락스로 청소하고 그랬더니 땀이 줄줄 흐를 정도입니다.

다 해치우고나니 그제서야 놀란 마음이 더 심해지기도 하고,
집 안에 저런 걸 키우다니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하고,
흑흑.. 내가 제대로 하는게 뭐가 있나 스스로 민망하기도 하고,
아뭏든 기분 꿀꿀 요상 그 자체랍니다.

그러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녁 먹으려고 꺼내놓은 밥이며 반찬이 식탁 위에 그대로 있는데,
한참 부산떨다가 쓰레기통 만지고 락스 쓰고 그런 손으로
숟가락 들고 밥먹게 되지가 않아서.. 도록 냉장고에 집어 넣었습니다.
반성하는 의미로 넌 저녁 굶어!! 그러면서요.


.... 그런데, 한시간쯤 지나니 반성도 약발이 다했는지,
배가 너무 너무 고파지면서 힘도 없는데.. -_-;;
집어 넣은 밥을 다시 먹고 싶지도 않고 아주 죽겠더이다.
그래서.. 냉동실에 넣어둔 찐빵을 꺼내 쪄서 맛나게 먹어치웠습니다.
흑흑.. 반성모드보다는 식욕의 힘이 더 위대합니다. 끄응~~

퇴근해서 지금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올 저녁은 이렇게 왜 이리 길고 험난한 것인지...

사라.
IP : 211.207.xxx.2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essie
    '03.9.20 9:17 AM (211.201.xxx.10)

    택배가 거기 두고 가는 거 처음인 모양이군.
    나로 말하면 한동안 쇼핑중독이던 시절에 내가 뭘 주문했는지도 기억을 못할 정도로 여기저기 이것저것 많이 주문했었거든. 아저씨가 흔히 현관앞에 두고 가버리더군. 울집은 꼭대기 층이라 다니는 사람이라곤 세탁소 아줌마랑 신문 배달밖에 없어서 분실할 거 같지는 않더라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내가 몇가지 잊어먹었는지.. 그나저나 여기서 쪼잘거릴래니 기분이 희안하네! ㅋㅋ

  • 2. 키라
    '03.9.20 9:28 AM (203.236.xxx.71)

    깨.. 저만 그런게 아니였군요^^;;
    저희 신랑 왈 " 여버 깨 아냐-_-;;;;;;;;"
    그 이후로 깨 먹을때마다.. 속이 좀 울렁댑니다 --;;

  • 3. 때찌때찌
    '03.9.20 9:44 AM (218.146.xxx.81)

    제가 스팀청소기를 떳떳하게 살수 있었던 이유가.
    여름철 펼쳐놓았던 대자리 때문이였어요. 햇빛 쨍쨍 거릴때 말리기도 하고.나름대로 신경썼는데..
    접어 보관할꺼라고 신랑이 둘둘말아 세로로 꽝꽝쳤거든요. 먼지 떨어지라고..
    그런데...... 그자리에 하얀 정말 눈을 가까이 하지 않고는 알수 없는 벌레가...두세마리 움직이는 거예요.......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딱고........ 얼마나 찝찝하던지..
    사라님처럼 그런감정.. 민망함....... 신랑앞에서의 부끄러움..........허탈감까지 오더군요.
    내가 얼마나 깨끗하지 못하게 살고 있었던것일까.....(먼지가 보이면서도 저건...어쩔수 없는 먼지야! 하면서 제 편리화 시킨 모습도 반성되고....한번가서 쓰윽 닦으면 됐던것을...)
    얼마전에 바퀴벌레까지 제가 불렀거든요.......신랑이 젤루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벌레를.....

  • 4. 사라
    '03.9.20 2:17 PM (203.238.xxx.70)

    흑흑..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쬐꼼 위안이 됩니당. ㅡㅡ;;

    집 안에 그런게 살아갈 줄은 상상조차 못했어요. ㅜㅜ

  • 5. 사라
    '03.9.20 2:27 PM (203.238.xxx.70)

    글구 Jessie님, 울 집은 주택이걸랑요. 대문 앞을 사람들이 지나다닌다구요.
    비록 약간은 한적한 동네라고는 하나, 그래도 아파트 현관이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
    택배 몇번 받았는데 이런 경우는 첨이었어요. 없을 때 도착하면 꼭 전화받았거든요.
    제가 사람 없을 때, 깨지지 않는 건 대문 안으로 던져넣으라고 할 때도 있긴 했지만-_-;;
    (그리고, 저도 여기서 쪼잘거리니 희안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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