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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싸웠어요.

일하기 조회수 : 3,282
작성일 : 2011-08-15 02:23:23
결혼할 땐 맞벌이다가, 20평대 집 장만해놓은 후 재작년부터 대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전업학생으로요. 그 중간에 아기도 생겨서 돌 가까워지네요.

그런데 오늘 뭣때문에 남편이랑 말다툼 하는 와중에 남편 왈, 자기 외벌이 해서 힘들고 부담스럽대요. 물론 저도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들을 해왔지만 월수입은 많아야 백만원 선이거든요. 그러니 혼자 회사다니는 남편 안스럽기도 하고, 고맙게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

남편 말의 요지는 그게 힘들다는 토로나 하소연이 아니라, 자기만 일하는 건 부당하고 이렇게 해서는 언제 집을 넓힐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고 등등 구차스러워 다 적기는 그렇고, 한마디로 말하면, 계산적인 태도인 거예요.

저렇게 나오니까 저도 욱한 것이...제가 대학원 다니기로 한 건,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이었거든요.
1. 둘다 월급장이면 40대초반 이후 너무 불안정하니 누군가는 학위를 따서 연구직 혹은 학교쪽에서 일을 얻자
2. 아기를 낳게 될 경우, 학생이면 그래도 좀 더 많이 아기랑 시간을 보내줄 수 있어 좋다.
3. 제 직장 상사가 저를 너무 괴롭혀서..좀 더 다니려던 계획을 바꾸어 생각보다 빨리 그만 둠.

물론 실행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3번이지만, 1,2번에 대해 충분히 동의한 상태에서 결행한 것인데, 그런 협의는 다 잊어버리고 단지 혼자 돈 버는 것만 억울하다고 하다니. 더구나 이런 상황이라는 이유로, 그간 논문쓰고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아기 돌보는 건 나 혼자 하다시피 했는데...

여차저차 대화가 오가면서 점점 화가 나서 저도 나름 선언을 했습니다. 나도 다시 직장을 구하겠다. 대신 앞으로는 기브앤테이크 혹은 반반 뭐든지 계산 똑바로 하자. 지금 집도 팔아서 재산 반으로 나누고, 앞으로 가계 운영에 필요한 공동 비용 반반씩 내고 나머지 돈은 알아서 하자. 그랬습니다. 남편 돈 받아서 저 좋은 공부한다는 식의 시부모 눈총이나 시선들도 싫고, 그냥 떳떳하게 내 힘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남편이 이렇게 나오는 이상, 고생고생 공부한 결실도 저 혼자 갖고 싶구요.

남편에게도 앞으로는 나도 절대 손해보는 짓 안하겠다 했어요. 결혼하면서 집값 우리 둘만의 돈으로 합쳐서 구했고, 시부모님 경제력 없으셔서 한푼 도움 못받았고 사는 내내 밑빠진 독처럼 돈 들어가기만 했어도 그거 원망해본 적 없었는데...앞으로는 나도 계산적으로 살 거니까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온정적으로 대하지 않을거다, 그랬습니다. (당신들은 늘 자식한테 손 벌리려 하시면서 며느리가 학생되면 아들 돈 잔뜩 쓸까봐 벌벌...하셨죠.) 그리고 집 넓혀서 가지 못하는 이유를 마누라한테서만 찾지 말고, 부모님이 물려준 것 없는데서도 찾아야 계산이 정확하지 않겠냐고 쏘아붙였습니다.


남편 태도에 저도 정말 악에 받혀버렸네요. 정말로 화요일에 부동산 가서 집 내놓고, 선후배들 동원해서 일자리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다만 아기가 걱정이라 마음이 좀 안좋아요. 엄마와 떨어지는 거 한창 싫어하고 많이 칭얼거리는데... 제가 일하기 시작하면 이제 풀타임으로 베이비시터 쓰면서 아기 맡겨야죠. 제 마음 속에서는 이혼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사실 결혼 생활이 평탄하지 않았거든요. 주로 시부모님과 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제가 학위 받고 자리 잡는대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거예요. 아니면 좀 더 일찍 해야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힘내라고 위로좀 해주세요.ㅠㅠ
IP : 121.161.xxx.27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화나서
    '11.8.15 2:29 AM (124.80.xxx.157)

    한 이야기겠죠?
    정말 쓰신 대로 그렇게 한다면 그건 결혼생활이 아니잖아요?

    한숨 돌리신 후에 남편한테 섭섭한 점 이야기하고 푸세요~~
    남편도 힘들어서 푸념했다가 아차 할거에요.

  • 2. ㅠㅠ
    '11.8.15 2:43 AM (180.70.xxx.122)

    첨에는 함께 의논해서 내린 결정이겠지만
    혼자 돈벌다보면 괜히 더 힘들고
    부담스러워지는건 사실이죠
    남쳔분이 미래를 더 중요시 여긴다면
    지금 내가 좀힘든데 같이 힘내자 너두 더 열심히
    공부해라 하면 퍼펙트했겠지만 사람이
    어찌 그렇게만 할수있게나요
    남편이 많이 힘들었나보다 그냥 한번만 이해해주셔도
    될거같아요
    제가 혼자 돈벌구 신랑이 박사할때 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일엇어요 시댁두어려워서 더 부담이엇는데
    어느날 힘들다 투정부려떠니 신랑이 파르르 떨면서
    이제 경제적으로 나누자 생활비도 따로내자
    딱 원글님처럼 하더라구요 자존심을 건든거죠
    그때 제가 든 생각은 아....본전도 못찾았네 ㅎㅎㅎ
    지금 남편분 후회하고 있을지모릅니다

  • 3. 일하기
    '11.8.15 2:44 AM (121.161.xxx.27)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공부 시작할 때부터 남편 돈으로 학교 다닌다는 소리 듣기 싫었었어요. 일하면서 공부하려다가, 아기를 직접 기르고 싶은 욕심이 더 커서 당분간만 남편한테 도움 받는 걸로 생각하자 했었는데.... 그거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던 남편한테 뒤통수 맞은 기분이예요. 역시 경제력이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일자리 알아볼 거예요..

  • 4. 일하기
    '11.8.15 2:48 AM (121.161.xxx.27)

    ㅠㅠ님..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공부하는 배우자 뒷바라지 해주고 기다려주고..힘든 일 하셨네요.
    저도 그간 남편한테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었는데....
    남편이 하는 말에 그 간의 고마웠던 마음도 다 사라졌습니다.
    그냥 악에 받친 기분만 남았어요.. 자존심 때문인 거 맞습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저를 살려온 걸요..

  • 5. ㅠㅠ
    '11.8.15 2:54 AM (180.70.xxx.122)

    원글님 야무지구 좋은 분같아요
    돈벌며 공부마치려면 힘드시겠지만
    나중에는 더 당당하고 원하는길을 선택하는데도
    더 맘이 가벼워지실거같아요
    암튼 남편분이 저랑 비슷하게 길게 못보구
    조바심내며 사는분같아 안타까울뿐입니다

  • 6. 일하기
    '11.8.15 3:10 AM (121.161.xxx.27)

    ㅠㅠ님 감사해요. 비록 조언 그대로 행동하진 못하지만
    담백하게 하신 말씀들이 많이 와닿네요..

    제가 격한 사람이라 그런지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저와 남편 사이에서는 이번 일이 그렇구요.
    ㅠㅠ님 부부사이에선 그때 그 불화 잘 풀어내고 살고 계신 거겠죠? 행복하시길 빕니다..

  • 7.
    '11.8.15 3:12 AM (112.169.xxx.27)

    현실적으로 학위따서 학교나 연구직으로 남기가 쉽나요??
    제가 문과라서 그런지 몰라도 제 주위에는 학비 들인거 회수하는 사람 거의 없어요, ㅠㅠ
    아직 나이도 많지 않으신데 20평대 집 마련하신거 정말 장하신데요,,
    저정도 말에 욱하시면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구요
    집을 그냥 공동명의로 하면 되지 팔긴 뭘 팔아요,괜히 세금이나 내지요,
    좀 여유갖고 날 밝으면 다시 생각해보세요

  • 8. 원글이
    '11.8.15 8:31 AM (121.161.xxx.27)

    음님, 제 나이는 삼십대 후반입니다.^^
    공부 시작한 것도 굉장히 절실한 이유에서예요. 아기들 초등학교나 다닐 나이에 실직자 되면 안되니..
    다행히 제 전공은 수요가 많아서 괜찮습니다. 학비는 국립대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
    그런 고민 정도는 다 하고 공부를 시작했지요.
    집은 이미 공동명의입니다. 말씀 감사하지만 조언이 제 상황과는 많이 달라요..

  • 9. ㅎㅎ
    '11.8.15 8:41 AM (125.177.xxx.133)

    일단 이기적인 남편 말씀에 반박(?)하신 건 잘 하신 것 같구요..
    님의 응대에 남편분이 그냥 수긍하셨는지 화만 내셨는지 궁금하네요.

  • 10. 원글이
    '11.8.15 9:16 AM (121.161.xxx.27)

    남편은... 예상보다 제가 강하게 나와서 그런지 어느 시점 이후로는 제 말을 듣기만 했어요.
    전 새벽까지 생각을 정리하다가 늦게 잤는데, 아침이 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휴일이지만 남편이 출근하는데, 문앞에서 저한테서 뭔가 미안하다 어쩐다 얘기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응해주지 않았어요. 마음 먹은대로 실행을 해야지요.

  • 11.
    '11.8.15 10:06 AM (110.13.xxx.156)

    30대후반에 대학원이라...학교쪽에서 일하기는 힘든 나이 아닐까 싶네요 30대초도 힘들다는데
    아는 동생이 29살에 카이스트 박사인데 지방대도 티오가 없데요 요즘은
    대학원 다니는게 학교쪽에서 일하기 위해서라면 잘생각해보세요

  • 12. ㅎㅎ
    '11.8.15 10:09 AM (211.246.xxx.240)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남편이 뉘우치고(?)
    현 체제대로 님이 육아랑 학업 하시는 거구요..

    완전 반반 나누는건 공평히 되기도 어려울뿐더러(원글님께 육아책임이..)
    정말 이혼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똑부러지게 잘 말씀하셨네요
    저렇게 말하지 않으면 남편분은 님이 자기 벌어온 돈으로 자아실현
    하면서 편히 산다고 착각할 듯요

  • 13. ,.
    '11.8.15 10:25 AM (118.46.xxx.73)

    다른건 이해도 가는데
    집 넚혀가지 못하는걸 시부모만 탓하는건 좀 그렇네요
    언제까지 부모가 도와줘야 하는건가요?
    님 친정에서는 도와줬나요?
    잘살면 자기들이 잘해서 그렇고 좀 힘들면
    부모탓 하는 사람들도 그닥 좋게 보이지는 않아요

  • 14. 하여튼
    '11.8.15 10:43 AM (218.232.xxx.245)

    시부모라는 사람들은......ㅠㅠ
    제가 집에서 아이들 가르치며 돈을 벌다가 학원을 하나 다니게 되었었죠.
    배워서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학원이였는데
    제게 물으시더군요.
    네 자아성취를 위해 다니느냐 아님 돈 벌기위해 다니느냐......
    당연히 돈 벌기위해 다니는거였으니까 그렇게 대답했고
    시어머니 만족해하셨고......
    지금 만약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자아성취를 위해 다닌다고
    거짓말로라도 대답하고 싶어요.
    집을 사준것도 아니면서 집 사주셨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는것도 너무 싫었었고......
    왜 시어머니에 대한 추억은 지옥인가 모르겠네요.

  • 15. .
    '11.8.15 10:49 AM (110.13.xxx.156)

    시부모님에 대해 과하게 적대감을 가지고 계시네요
    원글님 아이 가르치는 직업을 하면서 새로운 직업 갖기 위해 학원다니다 또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 위해 대학원다니고 ..사실 그것도 40가까워서 대학교수를 할지 말지도 모르겠는데 여기 저기 성과는 없이 쑤시고 다니는 스타일 같아 좀 안타갑네요

  • 16. ***
    '11.8.15 12:12 PM (119.71.xxx.80)

    저랑 얼마전 남편과 싸운 내용과 똑같네요 전 아이가 둘이고 10살 4살이였어요 남편자존심을

    건든게 시발점이였지만 결국경제적인얘기가 골자 였어요 원글님과 내용은 똑같습니다

    전 이집에 공헌한게 없으니 애들도 보기 싫으니 데리고 나가라는거 였어요 님은 그집에

    공동명의시라고 되니깐 보탬이안돼는거에 대해 얘기하는거구요 전 제가 일하는 수업을

    저축만 하거든요 애들 오피스텔이라도 하나씩 물려줘서 애들이 컸을때 큰 도움이 되길

    바라는맘으로요 친정부모가 떡떡 물려주는 사람들이 참 많이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저두 뒤통수를 맞은거에요 이건 뭐랄까 참고 말고 하는문제가 아니고

    결혼과 사는 문제에 대한 본질을 흔드는 거였어요 시아버지가 집사는데 도움을

    주셨으니 10년 모실꺼 각오하는 바짝엎드리는 감사한 태도를 보여라도 얘기하더

    군요 전 잡팔아서 다 돌려주고 전세로 가자 집에 미련없다 10년같은 소리라고 날을

    새웠죠 시아버지 뒤통수도 보기 싫은데 10년이나 수발드는거 이혼하는게 더 나아요

    남편은 홧김이 아니에요 그게 진심이죠 앞으로 더할꺼에요 저도 예전보다 지금이 더한거

    같네요 저도 진지하게 이혼생각했다가 애들 하나냐 둘이냐는 또 달라요 애들때문에 주저앉았는

    데 맞았다거나 자존심을 더건들여서 돌아오지않을 강은 건넜으면 뒤도 안돌아봤을꺼에요

    애들때매 자존심굽히고다시 살맞대는거 정말 피눈물이 났어요 경제력때문보다는 저도 풀잡을

    구하면 보수가 괜찮은데 애기가 어려서 파트잡을 하고 있더든요 암튼 맘이 저도 늘 복잡해요

    앙금이쉽게 없어지지않구요 감정의 골은 늘 있고 그게 더 깊어질꺼 같네요

  • 17. 원글이
    '11.8.16 7:42 AM (121.161.xxx.27)

    우선 집 못넓혀가는 걸 시부모 탓만 하면 어쩌냐는 ,.님과 제가 성과는 없이 쑤시고 다니는 스타일이라신 .님은 글과 댓글들을 잘 안 읽어보신 것 같네요. 뒷분은 특히, 댓글 보고 한심해서 엄청 웃었습니다. 남 일에 빈정거릴려면 똑바로 이해나 좀...^^

    어제 남편이 집에 와서 회사일이 힘들어 순간적으로 말을 그리 했다고 하더군요. 그랬을 수는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순간적이라는 말은 믿지 않아요. ***님 말씀처럼 그게 남편 마음의 바닥에 깔려있는 거겠죠. 일단 생각을 좀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이전과 달라요. 며느리 자아실현은 용납이 안되는 시어머니...저희 시어머니도 그런 분이지요. 늘 자신이 손해본다는 마음을 가진 남편이며. 이런 이들에게 애정어린 희생이나 양보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결국 인생 나 혼자 사는 거다, 싶네요. 저보다 더 크게 상처 받으신 댓글님들도 보이셔서 저도 위로 좀 해드리고 싶어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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