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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막노동 남자친구와 따님 이야기 읽고....

문득 옛생각. 조회수 : 3,642
작성일 : 2011-08-12 23:00:27
뭐,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곱게 자란 막내딸인 저...
착실하게 공부해서,
나름 나자신도 만족스럽고, 부모님도 좋아하실 정도의 학교와 전공으로 대학 입학했고,
적당히 놀기도 하고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잘 지내다가

그 시절 불어닥친 IMF의 여파로 갑자기 한순간에 가세가 기울었지요.
아주아주 많이요.
학교를 휴학했습니다. 등록금이 없어서요...

왜 휴학하냐고 묻는 친구들..
"어학연수 가니?"
"아니..."
근데 왜 휴학하냐고, 같이 학교 다니고 같이 졸업하자는 친구들에게

"그냥~~다른 공부 좀 해볼까 싶기두 하구...뭐 그래.."

하고 둘러내고, 친구들도 안 만나고 한달여를 방콕하고 지냈어요...
어린 나이에..자존심도 상하고, 속도 상하고 그랬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있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작은 회사의 사무직, 일종의 어시스트?? 였는데..
처음 한달 보수가 50만원이었어요.

9시 반 출근, 7시 퇴근이었고, 아, 점심식대는 회사에서 줬네요^^
50만원 받아서, 뭐했을까요?
40만원 저금했어요.
두번 째 달부터는 20만원 집에 드리고, 20만원 저금했어요.
형제가 저 하나가 아니어서, 20만원만 드려도 되는게 다행이었어요...^^;;

그렇게 서너달 후, 60만원으로 올랐어요.
집에  생활비 보태고, 저금하고 여전히 저는 한달을 10만원 가지고 살았어요.
지하철 정액권도 사고, 버스도 타고(갈아타고 다녀야했어요.)
핸드폰 요금도 내고(남자친구-지금의 남편)이 군대에 있어서 이것만은 없앨 수가 없었어요.. 전화오는 거 받고 싶어서요...ㅠㅠ 편지만으론 위안이 안 되더라구요...이런..ㅡㅡ;;)

그러고도 남는 돈으로, 남자친구 면회도 가고...
가끔 친구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랬어요..
옷 한벌 사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하던 일년 반 동안...

남자친구가 제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더군요.
네, 막노동이었어요.
군대 다녀와서 쉬지도 않고, 바로...
남자친구 일 하는 곳에 일부러 가보지 않았어요.
낮에는 갈 시간도 없었지만,  그냥.. 볼 자신이 없었어요.

알바비 받던 날...아직도 금액도 생생해요..
딱 십만원 빼고, 저 주더라구요. 봉투째로...
깜짝 놀라, 뭐하는 거냐고 했더니,
"엄마랑 얘기 됐어. 엄마도 그러라고 하셨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갔는데, 일단 시작한 공부는 마쳐야하지 않겠냐며..어머님이, 친구 사이에 서로 어려울 땐
돕는 거고, 도움도 기쁘게 받을 줄 알아야 한다며..
그러셨다구요.

그리고는 어머님이 좋아하는 옥수수 한 봉지 사들고가야겠다며, 뭐가 맛있는 건지 모르니 골라달라며 괜히 멋적어하던 ...

그 남자랑 결국 결혼했네요.

만나면 매번 분식집에서 밥 먹고..
떡볶이 먹고...
커피전문점은 딱 한번 가봤어요...

....

참...가난한(?) 어린 커플이었는데,
결국 그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요.
애들 낳고, 어디 데리고 나가 눈총받지 않을 만큼
참 잘 키웠다 칭찬 들을 만큼(감사하게두요) 기르고 있고,
작고 싼 집이지만 집도 샀고, 차도 있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남편 하는 일 잘 하고 있고요.

참 많이 사랑하고, 참 많이 사랑받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가끔 뒤통수가 미울 때도 있고...요..^^;;;

갑자기 아랫 글 읽으면서 옛날 생각나서 주절주절...해봤어요.
아래 그 따님과 남자친구분...괜히 제가 맛있는 밥 한 끼 먹여주고 궁디 팡팡 해주고 싶은 이 오버는 또 뭐랍니까...ㅎㅎㅎ




IP : 211.187.xxx.114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네도
    '11.8.12 11:09 PM (175.28.xxx.118)

    그 따님 커플 못지않게 참 고운 부부시네요.
    모처럼 훈훈한 얘기 참 좋습니다.
    전 이렇게 추억있는 부부가 행복 아닌가 생각해요.

  • 2. 쓸개코
    '11.8.12 11:13 PM (122.36.xxx.13)

    아 읽고 괜히 뭉클해졌어요.
    어릴때라 가능했을것도 같고.. 남편분 사나이네요 사나이^^

  • 3. ..
    '11.8.12 11:15 PM (124.50.xxx.22)

    힘들 때 함께 견뎠던 사람끼리는 사랑 외에도 믿음이란 것도 생기는 것 같아요. 계속 쭈욱 행복하세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서 많이 공감갑니다.

  • 4. ^^
    '11.8.12 11:15 PM (180.229.xxx.18)

    감동적인 얘기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저도 남편이랑 스무살에 만나서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데 힘든일 좋은일 같이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전 결혼한지 얼마안됐는데 세월이 지나도 님처럼 잘 살고 싶네요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 5. 웃음조각*^^*
    '11.8.12 11:16 PM (125.252.xxx.74)

    흑흑흑.. 감동 백만개 먹었어요.

    남편분 정말 멋져요. 시어머니도 성품이 참 좋으시고요^^

    원글님의 됨됨이를 미리 알아보고 콕~ 찍어놓으신게 아닐까요?^^

  • 6. 원글
    '11.8.12 11:17 PM (211.187.xxx.114)

    그러니까요.^^;;; 어릴 때라 가능했을 것 같아요....ㅎㅎㅎ
    지금은 돈 걱정 안하고, 편안하게 잘 사는데,
    가끔 그때 얘기하면서 둘이 웃어요. 그리고 서로 놀려요...ㅋㅋ
    남편은 근데 그때 생각하면 너무너무 속상하데요.
    너무 불쌍하게 연애했다고...ㅡㅡ;;

  • 7. 짝짝짝짝!!
    '11.8.12 11:18 PM (220.86.xxx.23)

    너무 멋져요!!
    제 코 끝이 다 찡하네요.
    가끔 뒤통수가 미우실지언정 정말 믿음직스러우시겠어요.
    너무 부러워요...

  • 8. 부러워요.
    '11.8.12 11:20 PM (125.188.xxx.39)

    흑흑...

  • 9. 추억만이
    '11.8.12 11:26 PM (121.140.xxx.174)

    0

  • 10. 추억만이
    '11.8.12 11:27 PM (121.140.xxx.174)

    그러고보니 저도 한때 부산 신도시를 제가 지었는데 말이죠...케헴~

  • 11. 원글
    '11.8.12 11:29 PM (211.187.xxx.114)

    추억만이님, 부산 신도시를 지으신(!) 거에요.
    아님 지으시는데 필요한 자재를 나르신거에요. ㅋㅋㅋ

    제 남편도 맨날 자기가 지었다죠. ㅎㅎ

  • 12. 추억만이
    '11.8.12 11:31 PM (121.140.xxx.174)

    제가 지은 건물이 우체국 이랑 터널이랑....에 아파트 몇채 됩니다 케헴..~

  • 13.
    '11.8.12 11:38 PM (203.170.xxx.177)

    이런분들 보면
    고맙습니다!,라고 꾸벅 인사하고 싶어요.
    강하게 건실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50대 엄마맘이요.

  • 14. 리플을
    '11.8.12 11:58 PM (110.8.xxx.176)

    안달 수가 없네요. 참 감동적인 스토리에요. 멋지셔요.
    누구나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가질 수 있지 않잖아요.
    문득,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은 없으신지 궁금하다는... ㅎㅎ 남편분 넘 멋지시다

  • 15. 부러워서
    '11.8.13 12:06 AM (119.198.xxx.160)

    로그인 했어요...
    지금 저는 남편이 미워 죽겠는데, 결혼에대한 회의감으로 가득차 있는 상황인데 돌이켜보면 아픈 추억이 주~여서 이쁜 추억과 사랑을 한 원글님이 무척이나 부럽네요....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셔요~^^

  • 16. 아우
    '11.8.13 12:09 AM (211.208.xxx.201)

    저도 로긴했어요.
    너무 감동이에요.
    눈에 눈물이 맺히네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

  • 17. 의문점
    '11.8.13 12:11 AM (118.217.xxx.83)

    아름답고 건강한 사랑의 산증인 스토리
    고맙습니다.

    이쁘고 건강한 가정 쭉 기원합니다.

  • 18. 어머
    '11.8.13 1:03 AM (119.70.xxx.218)

    82에서 읽은 글 중 제일 이쁜 글이에요. 님 최고!

  • 19. ..
    '11.8.13 1:19 AM (175.213.xxx.66)

    저도 님 글 읽으니 술자리에서 같이 동석했던 친구의 친구 얘기가 떠올라서요. 대학교때 커플이었는데 여자 쪽 집이 망했나봐요. 그래서 대학공부를 계속 할 수가 없던 그런 상황. 여자 앞으로도 빚이 있었나봐요. 명의 빌려주고 그런 식으로요. 대학교 졸업을 1년인가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커플 남자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시곤 그 빚을 대신 갚아주셨대요. 여자 앞으로 된 빚만요. 일단 공부를 먼저 한다음 갚으라고요. 그 여자는 일단 남자친구 엄마가 도와주니까 아르바이트 하면서 대학 공부를 마쳤고, 정말 독한 맘으로 공무원 시험 쳐서 4학년때인가 졸업 한 해인가 공무원이 됐대요. 그담에 직장생활 하면서 남자친구 어머니에게 그 빚을 다 갚았대요. 그 담엔 그 남자랑 결혼.. 둘이 잘 산대요...

  • 20. 비번찾기
    '11.8.13 1:22 AM (180.70.xxx.77)

    님글에 꼬리 달려고 백만년만에 로그인했네요.
    예뻐요. 화이팅입니다.

  • 21. 비슷
    '11.8.13 1:31 AM (114.205.xxx.236)

    우리 부부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네요. 단 입장이 반대.^^
    캠퍼스 커플이었던 우리, 남편은 가난한 지방에서 올라온 고학생이어서
    방학 때마다 막노동으로 학비를 벌어 겨우겨우 공부를 했어요.

    우리 친정아버지께서 다행히 배경보다 사람만을 보시곤 교제 반대도 전혀 안 하시고
    오히려 학비를 보태주고 싶다고까지 하셨지만 남편이 정중히 거절했죠.
    졸업하고 회사 취직하기까지 그 흔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안 마셔보고
    포장마차 떡볶이랑 어묵이 최고의 데이트 음식이었구요. ㅎㅎ

    결국 결혼해서 지금 14년이 넘어섰네요.
    빈손으로 시작했던 남편, 여전히 성실하고 책임감있고...흔한 말로
    처자식 절대로 굶겨 죽이지 않는, 든든한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지금은 개인 사업하면서 돈도 꽤 벌었구요.
    그러면서 맨날 자기는 마누라 잘 만나 용됐다고~~~ㅎㅎ
    이젠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께 감사했단 얘기도 가끔 하면서...^^

    아까도 그 막노동한다는 남친 글 읽고 댓글은 안 달았지만
    반대할만도 한 딸의 남자친구를 아들처럼 애틋해 하시는 어머님이 참 대단하고
    또 그 딸도 그렇고 남친도 그렇고...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었답니다.^^

  • 22. ...
    '11.8.13 4:33 AM (116.33.xxx.142)

    저는 이런 분들이 결혼 잘 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읽다가 주책맞게 눈물 훔쳤네요^^;
    행복하세요.

  • 23. 에공
    '11.8.13 7:14 AM (184.146.xxx.210)

    원글님 글 읽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 돌아서 이렇게 로긴했어요
    아 정말 가슴 따뜻한 얘기에요
    요즘 제가 모든것이 팍팍하게만 느껴져 참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있는데... 원글님 덕에 조금은 촉촉해진거같아요
    정말 좋은 남편분 만나셨네요.. 행복하세요 ^^

  • 24. ..
    '11.8.13 8:12 AM (118.46.xxx.133)

    추억이 반짝이는 보석같은 이야기네요.

  • 25. ㅠ.ㅠ
    '11.8.13 8:32 AM (114.200.xxx.81)

    아침부터 갑자기 눈물이 마구 나요..

  • 26. phua
    '11.8.13 11:34 AM (218.52.xxx.110)

    원글님 같은 부부가 이 사회를 지키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친구 어머님( 시어머님이겠죠?) 너무 멋있으세요..
    저도 그런 시어머니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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