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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법문 들은 적 있어요.

가을이오려나.. 조회수 : 1,188
작성일 : 2011-08-12 10:17:28
베스트 글 보니, 괜시리 서글퍼 져서...
끄적 끄적 쓰게 됩니다.

불자는 아니구요.
형식도 중요하지만, 성격상 어딘가에 소속 되는 것이 좀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혼자 책 읽고 ... 그러는 정도입니다.

친정은 카톨릭이구요.
부모님께서 신앙심이 아주 깊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 습관처럼 신앙 생활을 하고 계시죠.
제가 불자가 되면 좀 섭섭해 하실 것 같긴 해요.
저도 세례 받은지 꽤 오래 되었으니,
(어느 분 표현에 빌자면) 불토릭 정도 되겠네요..ㅎㅎ

법정스님 법문을 들은 적 있어요.
2008년 10월이었나?
길상사 법문을 몇번만 하셨을때였어요.

회사 그만두고, 큰애 낳아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면서 살다가..
마음이 너무 안좋아서..
정말 큰 맘먹고 법문을 들으러 갔죠.
아직 6개월도 채 안된 어린 아기 데리고..
남편이 출장중이어서..
정말 힘들게 힘들게 갔어요.

가을의 길상사는 참 좋았고.
법문 들으러 오신 분들도 많았고.
어린 아이가 혹시 방해 될까 싶어서 저는 경내 한쪽 구석에서 칭얼거리는 아이 달래며 들었지만.
참 좋았습니다.
(스피커로 흘러 나온 법정스님 목소리만 들었죠...)

그때 (안타깝게도) 최진실씨가 돌아가신 후여서..
스님께서 그 이야기를 하셨죠.

어떤 종교든.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을때.
그것이 절이든, 교회든, 성당이든..
무조건 찾아가라고.
그리고 그 어떤 종교지도자도.
스님이든, 목사님이든, 신부님이든.
그렇게 절박해서 온 사람을 내치지 않는다.

그러니 종교와 상관없이.
정말 너무 힘들어서 생을 끊고 싶거든.
가장 가까이 있는 종교 지도자를 찾아가라고.
그들의 존재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전쟁같은 육아 때문에 참 힘들었는데.
스님의 말씀이 기분좋은 서늘한 바람이 되었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잠이 든 아가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길상사 숲을 거닐고 있는데.
아!
맞은편에서 법정스님께서 함께 하시는 분들과 함께 오고 계시더라고요.

사진 속 인물이었던 법정스님을 처음 뵈었을때 느낌은.
아.. 스님도... 세월을 피하실 수는 없구나..
상상 속 법정스님은 항상 대쪽같이 짱짱한 어르신이었는데..
실물은 훅 불면 쓰러질 것 같이 여윈 모습이셨어요.
하지만 그 매서운 눈빛만은 잊을 수가 없네요.

정말 오래 오래 사시길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차마 쑥쓰러워 고개만 살짝 숙여서 인사를 드렸는데...
(유모차를 끌고 있어서 합장은 못했구요..)

그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 들었을때는.
정말 가까운 지인 소식 들었던 것 처럼 마음이 안좋았어요.

입추 지나니..
새삼 법정스님이 뵙고 싶네요.

제 기억속의 법정스님은.
청량한 가을 하늘과 겹쳐집니다.
IP : 182.210.xxx.6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8.12 10:21 AM (115.136.xxx.29)

    에릭의 글뿐만 아니라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법정스님이 비난 받는것 가슴아픈 사람입니다.
    평생 그분을 존경했는데 많이 그립습니다.

  • 2. 불교방송
    '11.8.12 10:22 AM (110.10.xxx.87)

    지난 방송프로그램으로 들어가면 법정스님 법문 동영상 모아놓은 것이 있기에
    저도 가끔 들어가서 들어요.

  • 3. ^^
    '11.8.12 10:23 AM (180.66.xxx.147)

    저도 법정스님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님글이 제 마음을 청정하게 해주네요
    더운날 계곡의 맑은 시냇물을 만난듯 합니다..
    행복한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님..행복하세요..혹..맑고 향기롭게란 길상사 소식지 받아보시나요.
    법정스님 말씀이 짧게나마 늘 적혀 옴니다..안받으시면 길상사에 전화하셔서 받아보세요
    한달에 한번 맑은 공기를 만나는듯합니다.

  • 4. 맞아요
    '11.8.12 10:24 AM (82.236.xxx.232)

    저는 가족이 불교고, 저도 불교인데
    (집에서 종교에 관해서는 터치 안하는데 여러 종교 기웃거려 보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종교)
    예전에 학교를 멀리 다녀서 자취할때 가까운데 절은 없고
    자취하는 집 바로 옆에 성당이 있어서 기분이 너무 안정이 안될때 혼자 가끔 갔었는데
    마음이 많이 차분해 지는것 같았어요. (그러나 미사때 무릎꿇고 앉았다 일어났다하는건 너무 힘들었..;;)

  • 5. ...
    '11.8.12 10:24 AM (114.46.xxx.48)

    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 6. 저도
    '11.8.12 10:29 AM (122.34.xxx.23)

    가톨릭 신자지만
    김추기경보다 법정스님을
    더 존경합니다.

  • 7. ...
    '11.8.12 10:33 AM (121.164.xxx.19)

    종교를 떠나서
    법정스님 처럼 정신적 길잡이가 되어주실 수 있는
    큰어른이 계시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요즘 마음이 많이 부대껴서인지
    유독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가서 참여해볼까 생각중인데..
    원글님 글을 읽으며 산사에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게....신청해야겠어요..

  • 8. .
    '11.8.12 11:31 AM (125.152.xxx.117)

    그러게요.......정말 모든 걸 주시고 가신 분인데.....

  • 9. 저도 어디
    '11.8.12 11:34 AM (116.121.xxx.196)

    소속되는 게 싫어 스님책으로 많이 만나 뵈었어요..
    돌아가시고나니 생전에 한번 길상사 법문을 들으러 갈 걸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게 쉽게 쉽게 쓰신 글하며 살아오신 길은 마음속에 항상 촛불처럼 밝게 켜져 있습니다..
    스님... 하늘에서 잘 계시지요?

  • 10. 저도
    '11.8.12 12:08 PM (14.52.xxx.228)

    너무 반갑습니다. 원글님과 같은 그때 그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원래 법정스님이 5월에 10월에 한번씩 정기 법회를 하셨었죠.(정확하진 않습니다만). 그때 전 3년반의 외국생활을 끝내고 막 귀국했을때고 마음적으로 정서적으로 생각이 복잡하고 불안정했을 때였는데, 그 법문 듣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니 책에서만 뵙던 법정스님의 법문을 직접 듣는 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기뻤습니다. 제 목표가 법정 스님 법문 3번만 듣자... 였는데, 2번 듣고, 세번째 (돌아가시던 해 부처님 오신날) 기회때 못 들은게 너무나 아쉽지만,(세번째는 법정스님 돌아가셨을때 갔었죠) 2번 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스럽고 두고두고 자랑스럽습니다. 아직은 미천한 중생이어서 스님의 큰 뜻 다 받들지는 못해도 영원히 가슴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 11. 원글
    '11.8.12 12:42 PM (182.210.xxx.63)

    밋밋한 글이어서, 댓글은 기대도 안했는데,
    뜻밖의 귀한 답글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와 같은 법문 들으셨다는 분도, 정말 반갑습니다.
    그날 날씨가 참 쾌청했었죠.
    가을 날 치고는 약간 덥다.. 느낄만큼.
    모쪼록 모두들 행복한날 되셔요..*^^*

  • 12. 명진스님
    '11.8.12 12:55 PM (125.188.xxx.39)

    법문도 법륜스님 법문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들어보세요.

  • 13. 좀 부끄..
    '11.8.12 1:08 PM (114.200.xxx.81)

    진정한 기독교인은 다른 종교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그것이 설령 기독교를 욕하는 것이라고 해도) , 내부의 종교인(목사..)의 발언과 행동에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참 부끄러운 일 많이 일어나네요..

  • 14. 살면서
    '11.8.12 2:11 PM (14.43.xxx.6)

    많이 생각나는 법정스님..
    생전에 한번도 직접 뵌적없고 오로지 영상이나 책에서만 ...
    집에 꽃혀있는 스님의책을 바라보기만해도
    그저 마음을 정화시켜주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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