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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제목 그대로, 저는 제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모든 면에서, 남이 시키는 것, 누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 해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창시절 공부도 잘 했고, 회사에서도 업무 능력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고요. 물론, 스스로 하고 싶다고 죽으라고 노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냥 어찌 어찌 하면 못 하지는 않더라고요.
이러다 보니, 오롯하게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고, 어쩌다 하나 생각을 해도, 실천하기까지 기본적으로 1주일에서, 심지어 5년도 더 걸리는 일들도 많고, 어찌 생각하면 행동력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결단력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걸 하고 싶다, 이런 과에 가고 싶다.. 그런 목표가 딱히 없었거든요. 그때도 지금도, 시간 나면 그냥 빈둥빈둥 요리나 맛집 블로그만 하루 종일 보고 있거나, 그냥 TV만 보거나 해요. 영화나 여행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요.
어디를 가려고 나서도, 미리 미리 생각해서 아침 일찍부터 빨리 빨리 가는게 아니라, 가야지... 생각만 하고, 막상 실천은 한참 뒤에 하고, 그것도 전날 다 알아보는게 아니라, 당일날 아침에 좀 찾고 하다가, 늦어지면 그냥 다음에 가지 하고 포기하거나, 대충만 알아본 상태로 나서서, 좀 어리버리하게 돌아 가거나 (스마트폰 없어요), 지하철 티켓 끊을 때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도 얼른 뛰어가서 타는게 아니라, 그냥 다음 차 타지 뭐.. 이러고요. 딱히 목표도 없으면서, 오늘 간 백화점, 내일도 또 가고요, 가서 같은 것 보고, 같은 것 먹고 그래요.
또, 피부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몇 달 전인데, 이제서야 다녀 왔고요, 3곳을 다녀 왔는데, 다 비슷한 동네에 있고, 상담 시간도 10분도 안 걸리니까, 오전 한 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는 걸, 거의 3일에 걸쳐 나눠서 돌아 다니고 있어요 (요즘 휴가입니다. 휴가인데, 이러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아시겠죠). 게다가 아무 결정도 안 했고, 진짜 필요한 관리들인가.. 반신반의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엄청나게 검색하면서 정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요.
회사 업무가 엄청 바쁘고 많고, 기한이 딱딱 정해진 일이예요. 이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는 1분 1초가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제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이러네요. 저의 이런 모습은 회사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 저는 오래 전부터 이랬거든요.
한 마디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건지, 시간 관리를 못 하는 건지, 행동력이 없는 건지, 우유부단한 건지. 그냥 어릴 때부터 그냥 성격인 것 같아요. 스스로 이런 성격이 너무 싫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남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제가 또 굉장히 싫어해요. ㅡ.ㅡ
점점 나이가 들고 (30대 후반), 싱글이고, 남들은 모든 면에서 뭔가 목표를 정하고, 굉장히 용의주도하게 계획 세우고 실천하는데, 난 회사 일만 잘 했지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무얼 하고 지냈나.. 싶고, 이러다 보니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왔지만, 점점 남들 눈에도 제가 회사에서 제 일을 하는 것 외에 더 큰 나무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 시간을 너무 낭비해 온 것 같아서 요즘 들어서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집에서 혼자 인터넷 하면서, 뒹굴뒹굴 하는 일이 너무 좋고 편한데, 이게 아무리 좋고 편하더라도 여러 면에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 싶으면서, 나중에 정말 늙어서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집에서 뒹굴뒹굴 하거나, 동네 백화점 돌아다니거나, 회사와 집을 오고 간 것만 남을 것 같고, 그러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면서도, 막상 실천이 어렵고, 점점 마음 저 한 구석이 너무 무겁네요.
혹시 제 심리 파악이나 상담이나, 조언이나 좋은 책 같은 것 추천해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1. 저도
'11.8.5 11:18 PM (59.28.xxx.61)같이 조언구할께요,,,
구구절절이 제 이야기네요
이렇게 글로 잘 표현해 주셨어요.
저는 이렇게 상세히 글쓰는 것 조차도 귀찮고
나이 먹을 수록(40대싱글)깊은 생각도 싫어지고
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하고싶은게 없다는게 문제입니다.2. 힘내세요
'11.8.5 11:22 PM (211.192.xxx.56)회사 일에 에너지를 많이 뺏기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도 돌발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실수가 잘 용납 안되는 직업이었는데
회사에서 늘 바짝 긴장하고 살다보니 퇴근하거나 휴가 때는 정신줄을 놓는 수준으로
멍하게 지내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런 제가 엄청 뒤처지는 것 같고 자기계발도 조급해지고 그랬는데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잖아요.
스트레스를 활동적인 걸로 푸는 타입의 사람이 있다면,
저는 휴식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채우는 타입의 사람이더라고요.
님이 회사에서 지금까지 인정받아 온 것만도 큰 성취 아닐까요.
스스로 조급해 마시고 마음을 좀 편안하게 풀어놔 주는 게 먼저 일 것 같아요.
능력있는 분이시니 자신을 좀 다독여 주면서 에너지를 회복하시길 빌어요.3. ..
'11.8.5 11:29 PM (119.192.xxx.98)너무 수동적으로 사는데 익숙해진거 아닐까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나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냥 주어진 환경속에서 안전을 추구하면서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게 습관이 되다보니 내가 뭘 하면 기분이 좋고, 행복할까 그런것에 대해서
무뎌지게 되는것.
연애 안해보셨을것 같은데..맞나요? (기분 상하게 해드리려는것 아님)
사실 연애도 적극적인 액션이 있어야 하는거거든요. 상처가 두렵거나 상대와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면 연애도 도전하지 못하게 되는것 같아요.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뭔가 소소한 인생의 목표도 생기고
또 거기서 작은 행복도 느끼면서 활력을 찾고 그 힘으로 인생을 헤쳐가는 힘을 삼고..
뭐 그러는것 같거든요.
제 주위에도 님같은분 계시는데..보면 너무도 모범적이고 느긋하고 그런데
재미있게 사는 법에 대해서 관심이 없더라구요.
본인이 그걸 깨달으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냥 저냥 지금 크게 어떤 일이
생기지 않으니 결혼이나 연애나 이런것들도 미루고....하다보면 세월만 흐르고...
그런식인거 같아요.
30대시니까 결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구요.
경제력만 가진다고 미래가 보장되는것도 아니잖아요. 늙어서 외로움에 대한 준비는
되어있는가,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떤 남편감을 만나야 하는가 등등...
그런거 고민하다보면 취해야 할 액션이 나오지 않을까요.
인생..은 목적이 행복해지는거더라구요.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한 내일을 만들까 그런거 고민하면서 행동하는....
저도 잘하진 못하지만...
그런게 삶이 아닐까 하네요..^^;;;4. 공감
'11.8.5 11:30 PM (113.10.xxx.205)저도 그래요 50중반인데.....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게 뭔지도 모르겠어요..전업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하는 일은있어요. 그 외는 모든 것들이 다 무기력 하네요. 그래서 속상해요.물론 성격 탓이겠지만...
5. 저도
'11.8.5 11:50 PM (118.37.xxx.236)원글님과 상황이 너무 비슷하네요.
충분히 공감되어요.
라인 바이 라인 다 제 얘기인 듯..ㅠㅠ6. 나무
'11.8.5 11:56 PM (121.136.xxx.108)회사 일만 잘 했지 ....가 아니라
회사 일 잘 하는 거...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 아닌가요...
잘은 모르겠는데요, 애니어그램으로 본 성격중에 님은 9번 같습니다.
제가 9번인데 님이 묘사한 성격과 많이 비슷해서요^^:;
혹시 남 많이 배려하지 않으시는지요.
쉽게 결정을 못하는 이유가 남에 대한 배려때문은 아닌지요.
내가 A 결정을 하면 B가 상처받을 거 같고
B 결정을 하면 다른 이가 상처받을 거 같고... 등등등...
근데요, 이런 성격이 의외로 행동가에 들어간다는 거 아시나요?
꾸물꾸물 대지만 결국은 행동으로 옮겨서 그러나봐요.
옆에서 강하게 이끌어주는 사람, 강한 자극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사람과 참 잘 맞어요.
도서관에서 애니어그램 책 한번 찾아보세요. 재밌어요.
그리고 세상에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똑같은 성격을 강점으로 나타내는 사람이 있고
똑같은 성격이 약점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대요.
그 차이라 하대요.7. ..
'11.8.6 12:19 AM (114.205.xxx.63)저랑 너무 같으세요... 다만 저는 40에 기혼...
유에서 무는 창조하지 못하지만.... 원래있던건 정말 잘해내는 스타일...
개척하지 못하고 맡겨지는건 잘하는...
저도 계획은 창대하나 실천은 미약하고... 이유는 귀찮아서 또는 소소한 비용이 들어가는게 아까워서네요..
저같은 경우는 해내는것이 없다보니 결국 저 자신한테 화로 돌아오네요...8. 직장
'11.8.6 3:13 AM (121.176.xxx.230)남자들은 회사 다녀와 딩굴거려도 회사일 하느라 힘들어서 그런거라고 다 넘어가는데 여자들은 회사일은 기본이고, 쇼핑, 취미 등등 뭘 더해야 하는 의무같은 것이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저도 일할때 최선을 다하고 소진하는 형이라, 뭘 더 하지는 못하네요.9. 맞는걸까
'11.8.6 4:15 AM (211.207.xxx.119)조심스럽게 <내적 불행>이라는 책 권해드립니다.
책 소개 검색해보시고 도움 되실 것 같으면 한 번 보세요.
육아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닌 부분이 더 많으니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해요.10. tods
'11.8.6 5:42 AM (208.120.xxx.43)아...저도 에니어그램 9번유형이 아니실까 생각했는데, 위에 같은 생각 하신분이 계시네요 ^^
9번 유형들은 (죄송합니다...) 게으른 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게으름을 이기는 것은 단 하나, 인간의 도리...즉 내 의무 래요.
아마 님이 회사일 잘 하시는 이유가 그거일거에요.
근데 대부분의 9번 유형들은 본인이 수동적인데에 별 불편함이 없어요.
아예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본인 성향이 그러시다면...굳이 바꾸실필요까지는 없겠지만, 혹시 그 상태가 스트레스를 된다면
예를 들어,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들고 due date를 적으세요. 그리고 하루에 한 두 가지만 하는거에요. 너무 많이 하면 역효과 날수 있어요.11. 음
'11.8.6 6:35 AM (75.50.xxx.78)회사 일에 너무 전력투구하면 녹초가 되어 자기 생활에 여유가 생겨도 뭐 시도할 의지조차 생기지 않더라구요. 전 지금 대학원 다니고 있지만 예전 직장 생활할 때 돌이켜 보면 그랬네요. 원래는 문화생활도 좋아해서 서울 시내 스폰지영화관 한 군데에서만 개봉하는 영화도 먼 길 찾아 가서 보고 음악도 소모임할 정도로 매니아에 가깝게 좋아했는데 직장 다니면서는 밥 먹듯 야근, 프로젝트 하나 끝나면 또 바로 이어지거나 오버랩되는 프로젝트, 해외 출장...모처럼 시간 나는 주말에는 자기 바쁘지 영화나 음악은 무슨...하도 쇼핑을 안 해 버릇했더니 무슨 브랜드, 스타일이 유행인지도 몰라서 백화점 가도 그냥 둘러보기만 할 뿐 뭘 살지도 몰라서 그냥 올 때도 있고...전체적으로 삶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가 있는데 지금 혹시 님이 그런 시기는 아닐지 모르겠네요. 출장이 아닌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훌쩍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서 전공이나 업무와 전혀 관련없는 책 1권만 딱 읽고 나머지 시간은 낯선 커피숍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해 보세요. 사회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맞추다 보니 잃어 버린 아무리 사소하다 할지라도 나만의 생각, 느낌을 찾아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좀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요?
12. 성격이
'11.8.6 9:46 AM (14.32.xxx.155)댓글 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저와 비슷한 분들도 계시다는 사실에 괜히 안심도 되고, 위로도 되고요.
또 조언 주신 분들이 생각하시는 제 모습도 정말 다 맞네요.
어쩜 글 하나만 보시고 딱 맞추시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제 상태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더라도 딱 그렇게 보이는 상태인가 싶기도 하고요.
애니어그램 해 봤는데, 9번이랑 2번이 거의 똑같이 나오네요.
각각의 설명도 제 모습이랑 거의 같은 것 맞는 것 같고요,
주변 사람들과 오래 오래 이야기하는 것보다,
댓글 주신 분들의 말씀이 훨씬 깔끔명료하게 방향 제시도 되고, 위로도 되는 것 같아요.
조언 하나 하나 복사해 두고, 충분히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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