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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 때문에 속상해요...

ㅠ.ㅠ 조회수 : 2,028
작성일 : 2011-08-05 21:36:59
엄마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또 화가 나기도 하네요...

저희 엄마가 여자로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셨어요...
아빠는 가장의 역할을 못하셨어요. 알콜 중독도 있으셨고 몸도 약하셨죠. 그래서 아빠대신 엄마가 생계에 뛰어 들 수 밖에 없었고 20년 전에 남자들이나 하는 힘든 일을 하셨어요. 그런데 아빠마저 11년 전에 돌아가셔서 혼자 자식 셋을 가르치고 결혼을 시키셨어요.
제 결혼식 때 엄마가 어찌나 우셨던지..

엄마가 힘들게 사시는 걸 고스란히 지켜본지라 우리 3남매는 엄마 말씀에 무조건 순종했고 지금은 다들 잘 자리를 잡아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걱정없이 잘 살고 있답니다.
이모님들은 저희 엄마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세요... 엄마 몸만 건강하시면...

엄마가 10년 전엔 간경화 판정을 받으셨어요. 전 그때 엄마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계속 병원 다니시며 지내고 계세요...많이들 아시겠지만 간경화를 앓는 사람은 몸에 무리가는 일을 하면 안되요. 쉽게 피로해지고 기운이 빠지고 건강이 나빠지죠...음식도 잘 챙겨먹어야하고...

저희 엄마는 지금 시골에서 혼자 사세요. 자식들은 다들 경기도에 살구요. 직장 때문에 누구하나 시골에서 엄마를 모시고 살기는 어렵구요...엄마도 혼자 지내는게 제일 편하다고 반대로 경기도의 자식들 집에서 감옥살이 할 일 있냐며 시골에 사시길 고집하시죠.... 나고 자란 곳이 거긴데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 오셔서 지내시기가 어렵다는 거 저두 잘 알기에 걱정하면서도 그냥 혼자 계시는 걸 지켜보고 있어요.

그냥 동네 아주머니들이랑 심심풀이 화투치시며 맛있는거 드시며 지내시면 좋은데
자식들 먹인다고 쌀농사 지으시고 밭농사까지 지으세요....
간경화를 앓고 있는 사람이....
저는 매일 말해요... 맨날 힘들어서 목소리도 잘 안나오면서 뭐하러 그 농사를 짓고 있냐구요..남자도 짓기 힘든 농사를 엄마 혼자서 11년째 계속 하세요....

마음은 알죠...상추 쌈 싸서 손주들 입에 쏙쏙 들어가는 것만 봐도 행복하실테고 직접 기른 고추, 옥수수, 쌀...
직접 키운 배추, 무로 담근 김치 주시고 싶은 엄마 마음은요...

그치만 본인 몸은 자꾸 축나는데....

오늘은 그 더운 낮에 고구마 순을 따셨대요....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어요..
남들은 다 더위피해 그늘로 가는데 무슨 땡볕아래서 일을 하냐구요. 엄마가 키운거 아니래도 먹고 살 수 있다고..제발 엄마 몸만 생각하라구요...

근데 소용없어요.... 엄마 막말도 잘 하시거든요....저보고 시끄럽다고 잔소리 할꺼면 끊으라고....오히려 걱정하는 자식들 가슴에 비수 꽂으시며 막말 퍼부으세요....

지난 주에는 식도정맥류 때문에 내시경 시술을 하셨어요. 식도 시술 때문에 금식하고 미음먹고 죽드셨거든요. 큰 딸인 제가 시댁이 30분 거린데 시댁 한 번도 못가고 병원에 있었어요. 퇴원할 땐 남동생이 내려와 함께 엄마 모시고 집에 왔구요.   근데 퇴원한 그날 집에 오자마자부터 일하러 가시더라구요.... 말릴 수도 없어요....누가 말리나요....엄마 고집을... 근데 남동생 이 자식 집에 왔음 손 걷어붙이고 엄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일 찾아 해야는데 엄마가 일 안시키시는게 버릇이 된 나머지 제가 가져간 아이패드만 가지고 씨름을 하더라구요... 애까지 있는 녀석이 그러니 제가 어찌나 열불이 나던지.... 근데 엄마가 또 다 본인이 하시지 자식들 안시키시려고 해요.... 집에 오면 맛있는거나 해먹고 쉬다 가라고.... 그게 아니다..일 할 꺼 있음 자식들 다 불러 들여서 일시키라고 말씀드리지만 엄마는 그걸 또 싫어라 하시네요...

그렇게 한 주를 쉬었다가 지난 주에 또 친정에 갔어요. 아침잠이 없으셔서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또 풀을 뽑으시더라구요...저두 눈 뜨자마자 엄마 따라 풀을 뽑았어요. 저녁에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또 나와서 풀뽑고... 집에 와보니 풀뽑다 모기만 12곳 물렸더라구요....

제가 직장을 시골로 옮길 수도 없고....아니 옮길 수야 있지만 못떠나는거죠..

엄마 생각만 하면....
그냥 제 맘만 아파요...
농사일 좀 안하셨으면 하는데
IP : 112.170.xxx.21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똑갇은 엄마
    '11.8.5 9:45 PM (222.236.xxx.223)

    엄마들은 왜그러실까요, 저도지난주에 휴가가서 울면서 고추따고 콩밭에서

    풀뽑다왔어요. 엄마생각하면 속상하고 너무더워서요 우리엄마는 83세신데 아직도

    일만하시네요..

  • 2. ..
    '11.8.5 9:47 PM (112.153.xxx.92)

    평생 그러고 사시고 부지런함이 몸에 배인 분이신데 자식들이 말린다고 듣지도 않으실거고..
    참 뾰족한 수가 없네요.
    몸이라도 안아프시면 덜 마음쓰일텐데 그죠..
    고생하셔도 그게 낙이시고 어쩌면 그냥 쉬시라하면 오히려 병이 더 악화되실수도 있겠어요.
    자식들집에 와서 며칠이라도 쉬시라하면 그것도 거절하실까요?

  • 3. 엄마들
    '11.8.5 9:49 PM (122.40.xxx.13)

    그렇게 평생 자식들 챙기며 일하신 분들은 일손 놓으시면 더 아프시더라구요. 왜 그런지..ㅠㅠ

  • 4. ㅠ.ㅠ
    '11.8.5 9:51 PM (112.170.xxx.213)

    .. 님...

    농사 그만 지으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서 뭐하냐, 그냥 죽는게 낫지"그러세요....

    자식들 집에 오면 쉬지도 않으세요...그냥 반찬해대시고 청소하시고....

  • 5. 아기엄마
    '11.8.5 9:51 PM (118.217.xxx.226)

    글 읽어보니 어머님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프네요.
    근데 그렇게 팽생토록 일만 하신 분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실 순 없는 것 같아요. 힘든 농사는 정리하고 그냥 텃밭 정도만 가꾸며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원글님 마음도 그 마음일텐데..

    여름엔 정말 땡볕에 못나가시게 자식들 집에 번갈아가며 오게 하시는 건 어때요? 날짜 미리 확 정해서 못박아놓고요. 집 밖만 나가도 지글지글 끓는 이 더위에 농사일은 정말 안될 것 같아요.

  • 6. ㅠ.ㅠ
    '11.8.5 9:52 PM (112.170.xxx.213)

    정말 왜들 그러시는지.... 시골 가면 다들 그러세요.... 조그만 땅도 놀리지 않고 뭘 가꾸시죠....

    전 그래서 엄마가 주시는 건 상하기 전에 악착같이 먹어요. 쌀도 한 톨도 남김없이 먹으라고 애들한테 얘기하구요..우리 애들도 할머니가 힘들게 농사지으신거니까 싹싹 비워야되는 걸로 알구요.......뭐든 상해서 버리게 되면 엄마께 너무 죄스러워요...

    전 그래서 친한 이웃 언니에게 상추 한 장도 제대로 못갖다 줘요... 이마트에서 산거 나눠는 주는데 엄마가 주신 건 정말 미안하지만 나누질 못해요..엄마 생각나서...

  • 7. ㅠ.ㅠ
    '11.8.5 9:53 PM (112.170.xxx.213)

    아기엄마님...
    여름엔 논에 물 마를까봐 어디 가지도 못하세요...농사일이라는게 한 겨울 아니면 정말 쉴틈이 없더라구요...

  • 8. 아유 ㅠㅠ
    '11.8.5 10:02 PM (112.169.xxx.27)

    울 엄마는 주말농장 하나 하면서 물주러 오라고 ㅠ
    심지어 반찬 뭐뭐 해가지고 오라고 이주전부터 전화로 주문 ㅠ
    자식들뿐 아니라 엄마도 좀 섞어서 나눴으면 좋겠어요
    불 옆에서 강된장 멸치볶음 고추조림 하려니 덥네요 더워 ㅠㅠ

  • 9. ..
    '11.8.6 11:07 AM (124.80.xxx.108)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갖고 살지 않나요. 어머닌 농사와 자식들에게 헌신하는 것을에 삶의 의미를 두시는 것 같네요. 너무 말리지 마세요. 가만히 계시는건 살아 있는 게 아니리는 생각을 갖고 계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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