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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잃은 것들..

자유부인 조회수 : 7,335
작성일 : 2011-07-19 04:02:46
결혼한지 한달 차된 병아리 주부입니다.
오늘 코감기약 복용으로인한  과도한 낮잠으로 잠이 안오기도 하지만..
몸 아프고 보니 더욱 울적해서 이런 글을 적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결혼한지 이제 겨우 한달이 채 되지 않았고
아이도 없고, 임신도 안했고, 남편은 6년 넘게 연애한 사람이고..
잠만 엄마집에서 자지 않을 뿐이지 그다지 달라질게 없는 삶이 바로 결혼 후의 삶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외에서 사는거 자체가 큰 변화이긴 하지만..
뭐 글로벌시대에 이게 대수인가 싶었습니다. 먼곳도 아니고 비행기로 2시간만 날면 되는 곳인걸요.

헌데..요즘들어 부쩍 결혼하고나서 내가 잃는 것이 너무 많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럴바엔 결혼은 왜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죠.

나를 사랑해주는 또하나의 가족을 얻은 것은 좋지만..
특히나 친구를 너무 많이 잃었어요.

결혼 전과 후가 뭐가 그리 바뀌었을까요?
대학동기들은 청첩장 돌리는 자리에 나와 2차3차 얻어먹어놓고 천연덕스럽게 축하한단 인사조차 없이
결혼식에 불참했구요..베프는 오묘한 경쟁심리 때문인지 임신한 유세인지 점점 거리감을 만들어 버리네요.
회사다닐때 알던 인맥은 그렇게 살갑게 하더니 역시 일때문에 만난 사람의 한계인지 제가 복직의 기미가 없자 역시 관계가 단절되고요..저는 이제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건낼수가 없습니다.
어색하기 때문이에요. 저도 서운한 마음을 감출수 없고..그들은 실제로 제가 말을 건내지 않길 바라고 있겠죠..찔릴테니까요..

평생친구라는 고딩교복 친구 몇과 남편 친구의 와이프들이 요즘 저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랍니다.

이런게 저는 조금 슬픕니다
고딩 친구들이 남편 친구의 와이프들이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관계 본연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달까요?

나이가 들 수록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이제 겨우 인생의 한 고비 넘겼을 뿐인데
상대적으로 빈곤감에 시달리자 오히려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출근 길에 우연히 마주친 호감남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수다는 이제 저에게 어울리지 않겠지요..
집에서 가장 가깝고 좋은 마트가 어딘지가 주된 관심사인 요즘의 저를 보면서..

가끔은 휴우하고 한숨이 나오고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이 공허한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어차피..인생 이런거 맞지요?
결혼하고 인맥정리 싹되고.. 큰 고비 있을때마다요..
어차피 잠도 안오는데..오늘은 인생의 큰그림을 그려봐야겠어요..
10년후에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20년 후엔 또 어떤사람이고 싶은지요..
IP : 1.36.xxx.110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7.19 4:12 AM (118.46.xxx.179)

    후아~남의 일 같지 않아요...꼭 제 얘기 같아요 ㅠㅠ
    정말 인간관계란게 뭔지....허무할때 많네요.

  • 2. ...
    '11.7.19 4:25 AM (119.192.xxx.98)

    원래 인간관계라는게...장소가 변하면..자연히 그 전 사람들과 멀어지는거 같아요...더구나 외국이시라니...근데..우리 엄마들 보시면..다들 먼곳으로 시집가고 그래도 거기서 아줌마들 사귀고..교회에서 사귀고...여기 저기 모임에서 또 친해져서 새로운 인간관계 창조하잖아요..^^;; 학창시절 친구들은..시집가면 원래 멀어지기 마련이고...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사는거 같아요.......

  • 3. ㅇㅇ
    '11.7.19 5:32 AM (59.14.xxx.35)

    님은 혼자 살아야지 결혼과는 어울리는 분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을 감추기 어렵네요
    그냥 이혼하고 혼자 사세요 님은 가족 구성원을 지키기에 현제는 부족함이 참 많아 보이네요....

    책임감을 배운후에 다시 생각해보세여 물론 그때는 님 맘이 많이 황폐해지겠지만요...

  • 4. 잉여..
    '11.7.19 6:50 AM (114.200.xxx.81)

    오구일사는 잉여인간일거에요. 그래서 삐뚫어진 듯해요.
    그 울분을 여기서 다 푸는 듯.

  • 5. 오타다..
    '11.7.19 6:50 AM (114.200.xxx.81)

    삐뚤어진 듯.

  • 6. T
    '11.7.19 6:59 AM (59.6.xxx.155)

    그런데 말이에요..
    글을 읽다보면 딱히 결혼때문에 소원해진 인간관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2차3차 밥얻어먹고 결혼식 불참하는 싹수없는 대학동창들이..
    결혼을 안했다면 오래오래 얼굴보고 정붙이는 사이가 되진 않았을것 같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이야.. 결혼을 하던 안하던 직장 그만두면 사실 별로 볼 사람들은 아닌테구요..
    더군다나 외국에 있으면서 느끼는 외로움이 더 크신 것 같구요.
    결혼탓이라고 더 우울해 마시고.. 툭툭털고 멋진 곳에서 새친구 사귀셔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빌어요.

  • 7. 힘내요.
    '11.7.19 7:33 AM (112.154.xxx.154)

    그 사람들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인데..원글님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아요.
    결혼이라는 큰 일을 겪으면서 내 맘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 타지생활에서
    겪는 외로움. 먼저 찾아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
    한동안 친구에 대한 집착. 아쉬움으로 가슴앓이 하게되는 시기가 있더라구요.
    내 생활이 그만큼 안정되고 여유있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옛 인연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인연 찾는 것이 해답인 것 같아요.. 좋은 친구 찾아봐요~~

  • 8. 저도
    '11.7.19 9:11 AM (202.212.xxx.64)

    잠시 휴직하고 해외입니다. 그 전엔 직장친구들이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더욱 돈독하구요. 인생이 긴데 친구도 인간관계도 조금씩 바뀌는 것인듯 해요.
    너무 아쉬운 마음 갖지 마시고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생활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 9. ..
    '11.7.19 9:46 AM (118.45.xxx.169)

    고맘때는 그럴 수 밖에 없어요..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낳고 육아에 힘들어하며 또 생활해야하고요..아이가 좀 자라면서 다시 예전의 친구들과 만나고 연락하고..뭐 그렇게 살게 돼요.
    지금 힘들겠지만 거쳐가는 시기라 생각하면 맞을 거예요.

  • 10. 사람의 인연
    '11.7.19 11:13 AM (125.140.xxx.49)

    이란 게 고무줄과 같아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군데군데 삭아서 떨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새 고무줄을 내 손에 쥐게 되고
    또다시 그 고무줄은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끊어지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그 인연을 지켜나가는 것도 님의 능력(?)이니
    마음을 터 놓고 먼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세요.
    얼마든지 예전의 인연보다 더 아름답고 기댈만한 인연이 생긴답니다.

  • 11. .
    '11.7.19 1:10 PM (114.201.xxx.116)

    인간관계가 원래 그래요, 천년만년 가는 관계는 미우나 고우나 가족밖에 없는것같고, 형제들도 각자가정가지면 소원해지는법이구요,서글퍼하지마시고 그냥 자연스레 받아들이세요, 이제 아기생기면 그야말로 자유도 사라지는데요, 결혼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가 다시 만들어지죠, 친구와는 멀어지고 시댁식구와는 가까워?지는.

  • 12. 원글
    '11.7.19 7:52 PM (1.36.xxx.110)

    아..고무줄 같다는말씀..정말 와 닿네요..결혼하고 보니 의당히 찾아오고 축하해주고 할 줄알았던 오랜 친구들이 외면하고 의외인 사람들이 와서 축하도 해주고 힘도 주고 하더라구요..저만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나가시는데 말이죠..너무 공들이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한 김 빼고 있어야겠어요..다들 이렇게 사는거겠쬬...감사합니다..

  • 13. ㅇㅇ
    '11.7.19 11:30 PM (123.254.xxx.222)

    결혼해서 잃는 것들요...? 인간관계도 그 중 하나죠.
    하지만 아이 낳아보세요. 기존에 내가 누렸었던 것들중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들도 많아요. (하지만 새 생명을 얻죠.)
    아직 님은 시작단계...

  • 14. 하니
    '11.7.19 11:31 PM (121.136.xxx.221)

    제 어떤 대학 선배는 친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결혼식 꼭 간다고 청첩장 보내라고 한번도 아니고 몇번이나 당부하더만 전화 한통 없이 오지도 않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그 선배랑 친한 동기한테 물어보니 자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ㅎㅎ 1년 후 그 선배 부친상 당했을때 연락 왔지만 쌩깠네요. 인생 대소사에 인간 관계 딱 정리됩니다

  • 15. !
    '11.7.20 12:30 AM (1.225.xxx.126)

    저는 같은 직종의 남자하고 결혼했어요. 그래서 직장이 꼭 같진 않지만 이직이 잦은 곳이고 해서
    남편하고 두루두루 같이 아는 사람들 많았죠.
    분명 남편보다 나랑 더 친했는데도...결혼 후엔 남편한테만 연락하더군요.
    삐져서 따지면 한결같이 부부는 일심동체니 한 사람한테 연락하면 된다고 생각한대나 뭐라나 ㅠㅠ
    여하튼 결혼과 동시에 사회에서 만난 그 많은 친분이 조금씩 스러져 가더이다.
    물론 남편과 별개로 아는 인연들도 처녀 아닌 아짐이 된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 많아지고
    소홀해지고....ㅠㅠ

    저 위의 고무줄 얘기...저도 무지 공감합니다. ㅋ

  • 16. -----
    '11.7.20 12:45 AM (121.88.xxx.78)

    오고 가는 인연 너무 아쉬워 마세요.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고 그러네요.
    이해타산 없이 순수한 시절 사귄 친구들이 그래도 오래가는 것 같아요.
    대학 친구보다는 고등학교때 잘 사귄 친구가 오래가구요.
    같은 전공 친구보다는 같은 동아리 사람들이 좀더 오래 가네요.
    사회생활 친구는 업계를 떠나니 다 소용없구요.
    아이 낳고 나니 미혼,비혼의 친구들이 불편하고 애엄마들이 편해요.
    재밌는것은 임신,출산,육아 시절 함께 보낸 소위 육아동지들은 스스럼이 없는 편인데
    초등입학후 알게되는 학교엄마들과는 어느 이상 가까워지기 힘든 거리가 존재해요.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 17.
    '11.7.20 3:03 AM (175.196.xxx.107)

    심심하신 모양입니다.

    외국이시라니 더더욱 그러신 듯 하군요.

    그런 정도로 소원해질 관계라면 애초에 그렇게 위태한 관계였을 거에요.

    그냥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차피 정리됐어야 할 관계엔 미련 두지 마시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해 보세요.

    일거리든 배울거리든, 하다 못해 출산 계획이든.

    외국이라니 여행 계획도 세워도 재밌겠네요.

    몸 좀 나아지시면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알아 보세요.

    그냥 주변에 왁자지껄 시끄럽던 상황에서 벗어나 조용해지니 전체적으로 무료하신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자칫 우울증 오기도 합니다만...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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