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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많이 길지만.. 넋두리 좀 풀고 갑니다 언니들...

언니들아.. 조회수 : 2,646
작성일 : 2011-07-06 22:06:54
전 스물여덟.. 소위 말하는 명문대 나온 의사입니다.
남자친구는 스물여섯.. 두살 연하.. 외국에서 유명한 미대 나오고 한국 들어와서 디자인쪽 일 하고 있습니다.
남친은 내년에 군대 입대 예정이구요..(유학때문에 계속 미뤄왔다고 하더라구요..)

사귄지는 만 1년 정도 됐습니다.
전 아주 잘났다고 내세울건 없지만 할아버지,아버지를 포함해서 집안 어른들 중에 의사가 많고 나름 정계쪽에 이런저런 자리에 있는 집안 어른,친척 들이 많지만.. 다들 지방광역시에서 살아와서 그냥 동네에서 잘산다.. 집안좋다.. 이런 얘기 듣고 살았던 평범한 사람입니다.

남친은 재벌까진 아니겠지만.. 왠만한 사람들이 다 이름은 들어밨을 회사 창업주의 손자입니다.
지방에서 의사의 딸로 그냥저냥 유복하게 자라온 저보다 훨씬 가진게 많습니다.

1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남친의 화려한 집, 여배우같이 생긴 어머니, 따라나간 친구들과의 모임자리에 가보면 스펙만 들어도 입 떡 벌어지는 집안의 자제들.. 게다가 남친은 어려서부터 조기유학을 떠났던 지라 대학 입학 전까진 검소한 부모님 밑에서, 지방에서 공부만 하고 자랐던 저와는 너무 많이 달랐습니다. 약간은 위화감이나 컴플렉스(?)도 있었던 듯 해요.

뭐 제눈에 안경이겠지만, 제 눈에 제 남친은 너무 잘생겼고, 나이도 어리고, 몸매도 좋고, 학벌도 좋고, 집안도 좋고, 돈도 많고, 성격도 좋고.. 정말 뭐 하나 빠질게 없어서.. 왜 이런 애가 날 좋아하나.. 쟤는 속으로 우리 집을 무시하진 않을지.. 괜한 자격지심에 괴로웠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가끔 그런 쓸데없는 자격지심의 발로라고 해야하나.. 남자친구를 피곤하게 의심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남자친구는 늘 묵묵히 다 받아줬구요.. 정말 제 스스로가 싫어질만큼 남친을 괴롭혔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냥.. 테스트해보고 싶었던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못되게 굴어도 날 좋아해줄지..

남자친구가 사치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아마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 그랬는지.. 제겐 잡지나 tv에서만 보던 명품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입고다니고 밥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제 평소 버짓보다 비싼곳에서만 먹고..
(그냥 보면 알잖아요.. 허세로 그러는게 아니라.. 그냥 너무 당연하게 하고다니는 그런거요..)
제가 돈을 못버는건 아니기때문에, 남친 앞에서 저도 그만큼의 돈은 쓰고다닌다.. 고 과시하고 싶었나봅니다.
저도 당연하단듯 명품만 사고, 비싼 것만 먹고, 비싼 차를 사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남친이 혹시나
저를 깔볼까봐.. 저도 모르게 그렇게 제 수준에서는 사치를 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남친은 그게 사치라고 생각 안했죠.. 만나면 늘 더치페이 했거든요.. 제가 아무래도 나이도 많은데
남친한테 얻어먹고 싶진 않았어요, 그냥 남친이 너무좋아서 오히려 제가 돈을 더 많이 썼던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보니.. 통장에 잔고가 전혀 없는 상황이 와버렸네요,...

암튼..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얼마전에 남친이 남친 어머니께 절 소개시켰어요. 다행히 남친 어머니는 절 좋아해주셨구요.. 남친이 제 부모님을 자꾸 보고싶다고 조르길래.. 저희 부모님이랑 같이 밥도 한번 먹었구요.

두쪽 다 결혼을 생각하는 사이는 아니다, 그냥 연애하고 있다 라고 말씀 드렸구요. 실제로 전 당장 결혼 생각은 없거든요.

여기서 또 문제 하나가.. 남친은 굉장히 의존적인 성격입니다. 남녀가 뒤바꼈다고 할 정도로..
전 좀 혼자있는것도 좋아하고 제 할일은 제가 알아서하고, 힘든 일 있어도 내색 잘 안하거든요..
제가 뭐 엄청 강하거나 착해서 그런게 아니라...사실 힘든 일 있어도 누가 해결해줄수 있는것도 아니고..
근데 남친은 굉장히 감성적이예요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가..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리고..
남에게 상처주는 말 절대 못하고.. 예쁜것 보면 좋아하고.. 길가다 누가 헛다리 짚어도 입버릇처럼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예요. 챙겨주는거 좋아하고 자기도 챙김 받고 싶어하고.. 주인 쫄쫄 따라다니는 강아지같아요.

근데 시간이 갈수록 제겐 너무 부담되더라구요.
사실 전 지금 레지던트 그만두고 미국의사시험 준비중이거든요. 이래저래 바쁜데.. 남친은 아침에 저 보러 왔다가 또 저녁에 저 보러 와서 오늘밤에 같이 있으면 안되냐고.. 저녁 차려주고.. 너무 가정적이고 자상한데.. 그게 제겐 부담되고.. 전 하루종일 일하고 공부하고 저녁엔 쉬고싶은데 저녁에 쉬지도 못하고 남친이랑 놀아야 하고..

전 주말엔 친구들이랑 술도 한잔 하고 재밌게 놀고싶은데 남친 생긴 1년동안 친구들이랑 주말저녁에 나가 놀아본적이 한번도 없어요. 무조건 자기랑만 있어야해요..


결국 제가 지난주 일요일에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너가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
그냥 나보다 여러모로 좋은 조건의 너를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컴플렉스같은거 생기는것도 싫고
너 너무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해서.. 좀 부담된다.
사실 많이 사랑하면 이런것도 다 좋아보일텐데 내가 자꾸 부담된다고 느끼는거 보니 사랑이 식은것 같다.
고 말했습니다.
남친이랑 저랑 둘이 많이 울었습니다. 각자 잘 살으라고...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 제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제 집에 남친이 들어와서 저녁 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원룸 비밀번호를 남친이 알고 있거든요..)
나 정말 사랑이 식은것 같다고.. 돌아가라고 했더니 하룻밤만 자고 가게 해달랍니다.
자기 부모님 이름을 걸고.. 그냥 오늘밤에 같이 잠만 자면 다 잊을수 있답니다..
부모님 이름을 건다는데.. 그래서 정말 한 침대에서 손만 잡고 잤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에 이젠 정말 간다고.. 또 둘이 부둥켜 안고 울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비밀번호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화요일.. (어제저녁)
친구 생일이라 좀 놀다가 밤 10시쯤 들어왔는데 저희 집 1층에서 7시부터 기다렸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바로 택시타고 친구집으로 저 도망가버렸습니다.
전화와서 정말 할 얘기가 있으니 딱 5분만 보자고 해서.. 그놈의 정이 뭔지..
집 앞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맨날 농담으로 "나 불가리에서 반지 하나 사줘" 라고 했는데..
정말 불가리에서 다이아 박힌 금반지를 내밀면서 결혼하잡니다.

제가 이러는게 권태기라서 그런거고 아예 같이 살면 다 해결될거랍니다.
자기도 군대 갔다와서 미국으로 대학원 가겠다고 같이 미국 가잡니다.
일단 당장 결혼하고 같이 살자고.. 집도 알아보겠답니다.


뭐 긴말 할것도 없이 싫다고.. 너네 부모님 이름 걸고 맹세한다더니 고작 생각한게 이거냐고..
늦은밤이나 택시타고 집에 가라면서 택시비 2만원 테이블에 뿌려놓고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있네요.
제 나이 스물여덟.. 친구들은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하고있고.. 남자애들은 공보의 가서 결혼도 하고..
여자동기들도 어디어디 좋은 집안에 어떤 남자한테 시집갔다더라..
이런 얘기 들려오는데..

전 우리나라에서 젤 좋다는 의대 나와서 직업도 없이 수험생 신분에..
태어나서 첨으로 나좋다는 남자 만났는데 그놈의 자격지심에 돈타령에 ... 결혼도 못하고..

그냥 이게뭔가 싶어서.. 넋두리 한번 해봅니다.. 막걸리 한잔 하고..
IP : 58.140.xxx.12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언니들아..
    '11.7.6 10:08 PM (58.140.xxx.127)

    카카오톡에.. 남친 번호 삭제하려고 들어갔다가 "너가 이걸 볼때쯤엔 나도 떠나갔을거야" 란 프로필글 보고 괜시리 우울해져서... 끄적여봤네요..

  • 2. .
    '11.7.6 10:12 PM (114.200.xxx.56)

    글이 너무 길어서....
    아줌마들은 스트레스 받아서 긴글 읽기가 곤란하네요...

  • 3.
    '11.7.6 10:13 PM (110.10.xxx.13)

    이렇게 화려한 스펙 나열하는 글을보면 소설 같은 냄새가 나요. 그래서 진지한 댓글 못달겠어요

  • 4. ...
    '11.7.6 10:13 PM (175.193.xxx.149)

    그렇게 모질게 찾으면 절대 만나지 마세요.
    그냥 잊으세요.

  • 5. 언니들아..
    '11.7.6 10:14 PM (58.140.xxx.127)

    저도 다시 읽고보니 내용이 완전 횡설수설이네요..
    한마디로 너무 잘난 남친 만나서 1년 지난지금..모아둔 돈 다 바닥났고 제 일 못하고 시간 뺐기면서 놀다가 정신차리고 헤어졌다. 힘들다. 이거네요..

  • 6. ㅠㅠ
    '11.7.6 10:15 PM (14.63.xxx.215)

    길게 생각하기에는 남자가 너무 어리네요.ㅠㅠ
    잘 결심하신 것 같아요.

  • 7. .
    '11.7.6 10:19 PM (118.220.xxx.4)

    죄송한데 헤어진 결정적인 원인의 요점이 뭔지 모르겠어요.
    남친이 너무 손이 많이 가고 의존적인 성격이라 결정적으로 헤어짐의 원인이 된건지, 아니면 님하고의 환경 차이로 님이 자격지심이 생겨서 의존적이 된건지...
    이런것도 걸리고 저런것도 걸리면.. 사랑이 식어서 그런것일거구요..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되면 어떻게든 합리화 해서 이어가려고 하지만 마음이 식으면 어떻게든 합리화해서 헤어짐의 이유를 대기 마련이죠.

    요는, 님이 아직 미련이 있고 또 잘해볼 마음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시구.. 해결 방법을 찾아보세요. 지금 남친 군대 가는것도 마음에 걸리고 이런저런 상황이신거 같은데 우선은 님의 마음이 어떤건지 정확하게 스스로 들여다 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8. 그냥
    '11.7.6 10:20 PM (58.120.xxx.243)

    같은 동기나 선배 찾아 결혼하세요.
    그 남자 돈은 좀 있을지 몰라도..나중엔 자기가 할줄 아는일은 별로 없는듯..
    님이 벌어서 먹고 살지는 아무도 몰라요.의사부부면 지방에서 작은 빌딩도 삽니다.
    그렇게 사셔도 됩니다.

  • 9. 언니들아..
    '11.7.6 10:24 PM (58.140.xxx.127)

    118님.. 국문과 나오셨나봐요... (농담^^;) 제 마음 완전 꿰뚫어주셨어요.. 저도 정리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던 맘.. 118님이 한방에 정리해주시네요..ㅎㅎ
    맞아요.. 손이 너무 많이 가는거랑.. 자격지심..자격지심때문에 쓸데없는 돈까지 허영심에 엄청 쓰게되고.. 이거 두개가 원인이었네요. 제 생각도.. 아마 사랑이 식었으니 이런 원인을 제가 애써 찾은것 같기도 하구요..

    그냥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됐는데.. 다신 서로 연락안하는게 제일 좋은거겠죠..
    인생 잘못살았는지 이 시간에 어디 전화할 친구도 없어서 모니터 앞에서 혼자 막걸리 마시고 있네요.ㅎㅎ

  • 10.
    '11.7.6 10:30 PM (118.36.xxx.195)

    그렇게 상처 줘놓고 다시 원글님이 잡으시면 정말 모든 게
    추잡해져요. 원글님도, 두 사람 인연도, 상대방도요.
    한 번 선택하셨으면 지키세요.
    님이 그 앞에서 솔직할 수 없었고, 함께 있는 게 편안하지 않았으면
    인연이 아닌 거에요. 아무리 잘나고 좋은 남자도
    함께 있으면 내가 편안하고 아무 것도 속이지 않아도 되는 남자만 못해요.
    오래 같이 살아가기에는요.
    많이 아까우시겠지만 선택 잘하셨다 싶은데.. 마음 꼿꼿하게 지키세요.
    시험 합격하고 더 당당하고 멋져지세요. 그리고
    어디 어떤 모습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고 30년 함께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남자 만나세요.

  • 11.
    '11.7.6 10:30 PM (71.231.xxx.6)

    저는 님이 이해가 되네요
    결혼후에도 그런 경우가 있답니다

    남편이 너무 아내에게 집중하면 답답하고
    버리고 싶어지죠

    서로 인격을 바라보며 각자 삶을 소중하게 인정해 주는것이 좋을것 같아요

  • 12. 으잉?
    '11.7.6 10:37 PM (114.206.xxx.33)

    글쓴 분 아주 잘하시고 계신데요? 멋진 남자와 화끈하게 연애 하셨네요. 집에 돈이 없으면 모를까 두분다 먹고 살만 하잖아요.그렇다고 님이 못난것도 아니고. 남자는 내세울게 집안하고 반반한 외모지만..님은 머리가 되잖아요. 의사공부 아무나 합니까? 남자도 자존감 은근 낮을 거에요. 사업가 집안이면 냉철한 사람들 많을텐데 그 틈에서 혼자 예술하자니..얼마나 눈치보였겠습니까.. 다만..지금 힘든건 두분 다 약간 곱게 자라셔서 그래요. 살면서 돈때문에 고민한적은 없으시죠? 남친은 더 그럴거구요. 공부만 열심히 한타입들이 대 부분 님들 같습니다. 자기들 힘으로 관계를 이끌기 힘들어 하죠. 만난게 있으니 이제 미래계획을 세우던가, 결혼을 하던가 해야하는데..거기서 더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주변에 멘토나 상담할 사람 없나요? 급하게 헤어질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요. 이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했음 합니다. 함께 하는 선에서 미래 계획을 세워보고 그때 다시 헤어짐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것 같아요. 힘내세요.

  • 13. 저기
    '11.7.6 10:59 PM (14.52.xxx.162)

    그 남자 좀 소개시켜 주세요,,,
    제 동생이 아직 짝을 못 만났어요

  • 14. 까미
    '11.7.9 4:11 AM (1.237.xxx.162)

    님 정도면 꿀릴 거 하나도 없는것 같은데요? 제가아는 여의사는 작년에 부동산재벌 대*그룹 후계자랑 결혼했어요. 근데 그 여의사.. 집안배경도(평범이하) 돈도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엄청난 미인도 아니고..(뭐 그건 주관적인거니까 패쓰) 엄청난 주위의 반대를 극복후 결혼하더니 완전 잘 살고 있는걸요.??

    본인 자존감만 강하면 갑부든 재벌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사랑해서 결혼하면 어려운 그 어떤 난관들 다헤쳐나갈수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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