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기말고사 보고 온 아이들에게 많은 격려 부탁드려요
답답한 마음에 어디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이들의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시험 보느라 수고했다고 안아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적어요.
오늘도 한 아이가 시험을 보고 엉엉 울면서 왔네요.
수학 시험을 꼭 잘 보고 싶다며 어제 저희집에서 밤을 샜어요.
저도 같이 밤 샜구요.
그만 자라고 해도 잠이 안온다고, 후회할 것 같다면서 결국은 계속 하더라구요.
또 풀고, 질문하고를 반복하다가 오늘 시험을 봤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못했어요.
원래는 공부를 안하는 아이였는데 이렇게 공부해본게 처음이래요.
아이가 열심히 하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놀렸데요.
과외 선생님한테 미안해서 그 시험지 보여줄수 있겠냐고...
친구들 얘기를 듣더니 저에게 미안하다면서 엉엉 울더라구요.
내일도 친구들이 그런 소리 하면
"너네 과외선생님은 그런가보지? 우리 과외 선생님은 안그러셔!
시험 전에 수고하라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가고
우리 방학 때 나들이도 가기로 했어!"
당당하게 얘기하고 오라고 했어요.
제 수업에는 늘 시험 전 최후의 만찬과 방학때 나들이 행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쁘니 의외로 외식 잘 못하시길래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곳에 한번 들리고
마찬가지로 이런 핑계가 없으면 콧바람 쐬러도 못가더라구요.
정식(?) 타이틀은 <문화에 소외된 XX(우리동네) 학생들을 위한 서울나들이> 입니다.;;;;;
하루 죙일 먹고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는건데 다행스럽게도 부모님들께서
휴가 날짜까지 이날을 피해 다 맞춰주시더라구요.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게 뛰어내리라고 했다면서 아이는 엉엉 울고,
저도 아이도 최선을 다 했지만 아이 부모님께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고 하네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거 내가 다 안다고,
나는 너가 자랑스러운데 누가 널 창피하다고 하냐고,
나는 자신있고, 지금과 같은 너의 마음가짐이라면 다음 시험은 더 잘 할 수 있다고
안아주고 달래줬는데 주변에서의 말들에 아이는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도 주부겸 과외 선생이지만,
살림이라는 것도 그렇잖아요.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또 밥 해야 하고
청소 해도 다시 또 어질러져서 또 청소해야 하고
빨래 또한 마찬가지고 말이에요.
아이들의 시험도 마찬가지에요.
같은 범위를 계속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중간고사 끝나면 또 새 범위로 기말고사 보고
지난 시험 성적처럼 받기도 힘들고, 떨어질 수도 있는건데
부모님들께서는 너무 눈에 보이는 점수 숫자에만 연연하시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밥하고 빨래하는 것에는 자신있지만 청소와 정리정돈은 자신 없어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자신있는 과목과 자신없는 과목이 있고,
과목 중에서도 특히나 더 좋아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공부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 하위권 아이들도 시험을 잘 보고 싶어해요.
시험을 못 보면 가장 속상한 것은, 선생도 부모도 아닌 아이일꺼에요.
저희집에 같은 요일 4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으러 오는데
자기 수업 시간이 아닐 때에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율학습을 해요.
배웠던 것들 다시 풀어보고, 학교 숙제도 하구요.
같이 밥 먹게 되면 제가 차릴 동안 한명은 수저 놓고, 한명은 컵에 물 따르고,
한명은 반찬 나르고, 언니 동생 서로 챙겨주고
자율학습 하다가 피곤하면 잠깐 자다가 서로서로 깨워주더라구요.
심지어 수학 여행 갔다가 언니 동생 선물까지 사왔더라구요.
저희 신랑은 이 아이들을 보며 어쩜 애들이 그렇게 착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공부도 열심히냐며 놀래요.
저도 아이들이 너무 예쁜데
모든 것이 성적으로만 연관되는 것 같아 속상해서 저도 오늘은 울컥 하네요.
신기하게도 저는 심한 하위권들을 잘 만나거든요.
이 아이들도 10점 20점대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60 70 80 90 점점 오르고 있어요.
아이들은 점수가 올라야 부모님 얼굴 볼 면목이 있다고 하는데...
진정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이런 착한 마음씨와 노력하는 모습만으로 만족 못하시는 걸까요?
저도 물론 점수가 아깝기는 하지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사람이기에 만족할 수 있었지만...
저는 이제 나들이 준비나 해야겠습니다.
같은 요일의 아이들이 함께 가는데
배려심으로 똘똘 뭉친 자매들 중 한명이 고3이거든요.
동생들이 수능 백일 전으로 날짜를 잡아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자고 하네요.
감동의 장문 편지도 적을꺼라는데 너무 예쁘지 않나요?
아... 또 속상해지네요 ㅠㅠ
우리 누구, 선생님은 늘 응원한다, 언제나 옆에 있다, 힘내라, 잘해보자,
선생님은 자신있으니 걱정마라, 사랑한다,
제가 해주는 이 말들을 저의 학생들이 참 좋아하더라구요.
시험 보고 속상해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마디 건네주시고 다정하게 안아주셔요.
1. 기말고사
'11.6.30 1:29 PM (121.253.xxx.126)우리 초등 딸들도 오늘 기말인데..
오늘은 학원가지말고 저랑 영화보러 가려구요^^
큰애가 5학년인데 써니 보고 싶다고 해서 저녁에 예약해뒀어요2. ..
'11.6.30 1:30 PM (14.47.xxx.160)오늘이 마지감 시험날이였네요...
다행히 삼일은 잘보고왔더니만 오늘 체육을 완전 망쳤다고 어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이가 전화가 왔어요.
수고많았다고..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엄마가 아니까 기죽지 말라고
했어요.. 스트레스 받지말고 그동안 못잔 잠자고나면 저녁에 엄마가 맛있는거
해준다고요...
말은 괜찮다고 위로해줬는데 사실은 저도 아깝고 속상하기는 합니다...
체육이 구멍일줄이야 ...3. ..
'11.6.30 1:34 PM (211.51.xxx.155)마음 따뜻한 선생님 이시네요 ^^ 저도 학교다니면서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기에 울 아들에겐 안 그러려고 노력한답니다. 울 아들은 오늘 시험 끝나고 한시간 PC 방 갔다가 도서관 가서 책 읽는다고 하더군요. 중간고사 보단 기말 고사 잘 보고 그렇게 조금씩 성적 올라가면 좋겠어요. 부모님들도 결과보단 열심히 한 아이들의 노력을 알아주는게 좋을 거 같네요^^
4. 위에 14님
'11.6.30 1:39 PM (221.165.xxx.203)혹시 우리 아들과 같은 학교? 제 아들도 오늘 체육 보고 왔는데..오늘 체육/미술 보고왔어요. 다른 학교도 다 이렇게 비슷하게 배치하나...제 아들은 어제 농구 규칙 공부하던데..
5. !!!
'11.6.30 1:40 PM (219.249.xxx.68)수고했다로 아이를 맞으려구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6. .
'11.6.30 1:53 PM (211.114.xxx.135)초등 3학년 4학년 엄마입니다.어제 기말고사 봤어요. 나름 긴시간 꾸준히
준비 했기에 올백 받을줄 알았는데 한개씩 틀렸더라구요. 어린것들이(!) 열심히
했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맨날 백점 타령만 하는거 같아서 반성합니다. 한 두개씩
틀려도 잘한건데 흔쾌이 기뻐해 주지도 못하고 백점이냐 아니냐만 따지다니...
오늘부터 격려해주고 기 살려주고 많이 놀게 해줘야 겠네요.
우리딸들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따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