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동네에서 살고 싶고, 동네사람들이 그리워요.

촌에서 자라 그런지 조회수 : 540
작성일 : 2011-06-29 13:30:20
젊었을 때 읽었던 박경리선생님의 토지를 다시 읽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선지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대목들이 동네, 고향, 옆집, 앞집간의 유대 이런대목이네요.

작은 소도시 출신이다 보니
어릴적 집이 신작로(오랜만에 들어보시죠?)에서 한 20m 들어오면 Y자로 갈라지다
다시 L 자형으로 집이 주욱 이어져 있는 골목길에 집이 있었어요.

모두 7,8집이었는데 선생님, 한전다니던 뒷집 아저씨, 우체국 다니던 건넛집 아저씨.
교장선생님 집 이런식으로 다들 자녀들이 4,5명이고

우리 언니랑 뒷집 언니가 같은 반 절친이고 나랑 저 언니 동생이 동창이고 절친이고
그 와중에 조금 큰 언니는 시집가고 동네서 젤루 막내는 이제 기저귀차고 다니고
맨날 한집에 7,8 심하면 10명씩 모여 편먹고 골목에서 전봇대 하나씩 맡아서 놀고
그땐 다들 자그마하니 마당과 화단이 있으니 화단에서 놀다 뒷마당에서 숨바꼭질하다..
나이먹기, 땅따먹기, 돌멩이 던져서 하는 ..갑자기 기억이.. 돌멩이 세워놓고 맞추고 그런..

그런거 하다가 여름되면 조금 큰 5,6학년 오빠들 지휘아래 산으로 강으로 놀러다니고
어느 한집 어른들 여행가면 그밤에 그집에 다 모여 밤에 귀신놀이 하고
겨울되면 대문앞에 다 엇비슷한 눈사람 하나씩 만들어 놓고,
엄마가 좀 새롭다 싶은 음식하면 그릇들고 이집저집 다니고

뭐, 다 좋은 기억은 아니예요.

커서 들어보니 그나마 깔끔하고 입성 좋던 우체국집 아줌마랑 우리 엄마가 싸운적도 있고
술 드시고 집에 와서 고래고래 노래부러던 아빠의 노랫소리가 대문밖에 나갈까바
혼자 너무너무 부끄러워했던 기억도 있고 ...

여튼...
그 와중에도 맘 맞는 사람은 오래오래 서로 친동기간 같이 걱정해주고 아껴주고 안타까워해주고
그런 기억들을 저도 가지고 싶어요.

요즘 우리 아이는 2학년인데 노는 물이 딱 아파트 놀이터예요.
아파트가 산을 끼고 있는데 여자아이다 보니 험한 생각에 혼자는 가지도 못하게 해요.
시골에 계시는 시어른댁에 가도 뱀나온다고 시어머니가 나가지도 못하게 하시고.
우리딸 감자캐는거 마늘캐는거 너무 좋아해서 어머니 밭에 가실때 따라가면
옷버린다고 밭에 내려오지도 못하게 하세요.

또 아이가 아직 어리니 4,5년 이상 살았어도 학교때문에라도 한번정도는 이사해얄듯
이렇게 생각하니 동네사람들과 딱 지금 좋은 그 이상도이하도 아닌 관계정도이고.
스스로 마음단속을 하게 되요. 그냥 적당히 즐거운 대화, 소소한 관심거리 그 이상은 서로 부담?
뭐 그런식으로요.

저도 아파트가 싫은데 온갖 불편함 감수하고라도 작고 아담하게 살고 싶은데 신랑은 싫다네요.

IP : 211.115.xxx.13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1.6.29 1:38 PM (112.168.xxx.63)

    전 완젼 촌 출신이라 아직 고향집도 00리에 있어서
    고향 갈때마다 즐거워요.
    어렸을때 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개발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정말 그냥 그대로 남아줬음 좋겠어요.
    한때는 꽤 큰 마을이고 사람들도 많았고 애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노인분들 뿐이고
    한 해 한 해 갈수록 마을 분들이 한분씩 돌아가시고 안계실때 마다 참 마음이 아파요.

    정말 제 추억과 기억의 90%는 다 어린시절 마을 안에서 일어난 일들인데...

  • 2. 하니
    '11.6.29 2:02 PM (121.136.xxx.232)

    저는 아파트 출신인데도 군부대 안이라 정말 가족같이 지냈어요. 아빠들 직장이 다 같으니까요. 지금도 어린시절 사진보면 그때 멤버들 기억 새록새록 나죠. 지금이야 다 떨어져 살아도 부모님들은 서로 연락하고 살 정도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아니래요. 엄마도 애들 어렸을때야 재밌고 몰려다니는 재미였지만 말싸움하고 뜬소문나고 돈때문에 또 싸우고 서로 비교하고 저한테는 동네 아줌마들이랑 어울려 다니지 말라고 하실정도에요.

  • 3. &
    '11.6.29 2:06 PM (218.55.xxx.198)

    아파트가 대거 지어지고 부터는 이웃끼리 소소한 정을 나누기 힘들어
    진 세상이 되었지요... 정들만 하면 이사들 가 버리고...
    저도 가끔 버스타고 어릴적에 동생들과 동네아이들과 놀던 기억 떠올리면서
    옛날 집터에 가봐요... 많이 달라져서 서글프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93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1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3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9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85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7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9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24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24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67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9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9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15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20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23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55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32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7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4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5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5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4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62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61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70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30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9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2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15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8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