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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요.

행복 조회수 : 1,429
작성일 : 2011-06-19 13:41:06
이런 얘길 하면 어떤 분은 자랑하는거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네... 자랑일지도 모르지만 제 진심은 정말 가여워요.

중3남자아이
집에선 둘째입니다.

제가 불면증이 있어 잠을 잘 못자고, 자다가 자주 깨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4시에 아이방에 불이 켜졌습니다. (그때까지 잠을 못이루다 소리가 나길래 나가봤지요)
책상에 웅크리고 기말시험 대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열여섯살짜리가요..(제눈엔 늘 아가같은데 열여섯이나 되었구나 생각하니 많이 크긴했네요^^)
그냥 모른체하고 안방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왜그리 가슴이 저리던지요.
공부가 뭐길래,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긴장하고 일어나 책을 보고 있는지..
저렇게 열심히 공부한다고 인생이 행복한것도 아니고, 우리사회가 미래를 보장해주는것도 아닌데..

아침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에 깼고
그래서 공부를 했답니다. 아직 공부할게 많이 남았는데 잠을 너무 많이 잤다며 속상해합니다.
철이 일찍 들어버린것도 같고, 공부욕심이 많은 아이라서 그런것도 같고..
그렇지만 전 나이에 맞게 철없이 맘껏 놀지도 못하는
제 아들이 너무 가엾습니다.

제가 그만한 나이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시대가 변해, 옛날과 요즘은 달라졌다지만 놀고 싶은 마음까지 달라지진 않았을텐데..

이번 시험은 더 열심히 공부하는거 같습니다.
여긴 비평준화입니다. 지금까지 아이의 성적으론 이지역에서 젤 좋다는 고등학교는 충분히 갑니다.
특목고 말고 일반고중에서요..

아이는 특목고가 가고 싶은거 같습니다.
사실 특목고를 대비해 준비한것이 없습니다.
선행을 한것도,특별한 봉사활동을 한것도, 스펙을 위해 경시나 인증시험을 준비한것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보기에 특목고를 가기는 힘들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얼마전 특목고를 견학하고 와선 (아이친구엄마가 가는김에 제아들도 데려갔습니다)
그 학교에 가고 싶답니다.
아이 생각으론 내신으로 뽑는다니까, 더구나 중3성적이 젤 많이 들어간다니까
어떻게든 이번 시험을 잘보고 싶은겁니다.
그렇지만 내신만으로 뽑는다는건 그냥 하는 얘기고
자기소개서나 학습계획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많다는거 저 압니다.
제 아이는 특별히 쓸만한 경력이 없다는것두요.

욕심이 있는 아이니까 특목고에 간다면 어떻게든 벼텨낼겁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는 말도 못하겠지요.
전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 떨어져 있고 싶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어차피 집을 떠나는 일이 많아질테고
그렇게 독립하면서 부모와 점점 멀어질텐데, 고등학교부터 아이를 보내고 싶진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며 잠깐 얼굴만 보더라도 스무살까지는 부모곁에 두고 싶습니다.

전 아이가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없습니다.
그냥 아이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고,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게 사회적으로 좀 덜 우대받고, 돈을 좀 덜 벌더라고 (돈을 덜번다면 제가 열심히 모아 도와주고 싶어요)
말입니다.

아이의 성적이 최상위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전 제아이가 공부를 참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도와주는것도 아닌데(제가 공부를 못해서)
오로지 혼자 열심히 애써서 저만큼 공부를 한다는것이(전교10등안에는 들거든요)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고 놀랍습니다.
제 아들이지만 가끔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내지는.. 뭐 저런애가 있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구쟁이 아들을 둔 엄마들은 호강에 겨운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네...제가 복에 겨워서인지...전 아들녀석이
말썽도 가끔 피고,,땡땡이도 치고,, 그나이에 맞는 속없는 소리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른같은 아이가 키우기에는 하나도 힘이 안들고 편하지만
그 아이의 속은 괜찮을지...건강한건지..걱정이 됩니다.

형이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엄마가 형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서
아이가 일찍 철이 들어버린거 같아 속이 상하고 미안합니다.
아이에게 나가 놀라고, 빨리 자라고 등떠미는게 제 일입니다.

제 소원은,,
제가 아이에게 바라는것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인생을 살 수 있는겁니다.
나중에 웃음이 많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잘웃는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 참 좋겠습니다.

아들...
사.랑.한.다.
네뒤에는 항상 엄마,아빠가 있다는거 잊지 마.
IP : 175.119.xxx.20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일단
    '11.6.19 1:58 PM (115.41.xxx.10)

    부럽구요. 전교 10 등 안에 들면 최상위권 아닌가요?
    그리고 안됐다고만 할게 아니라 특목고도 밀어주고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심이 어떨까요? 특목고라고 전부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건 아닌데요.

  • 2. 동감
    '11.6.19 2:30 PM (118.46.xxx.61)

    글 읽구 제가쓴건줄 알았습니다.
    어찌 이리 똑같은건지요...
    학년도같구 특목고 문제도 그렇고 새벽까지 공부하는것도 그렇구
    성적은 전교 1,2등 하구요..착하구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내가 전생에 뭐였길래
    이런 아들을 낳았나 하구요..^^

  • 3. ..
    '11.6.19 2:36 PM (110.8.xxx.9)

    정말 심하게 부러워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이제 중1인 딸...
    기말고사 코 앞인데 공부 안합니다...
    그럼서 수학도 모르겠고 영어는 더 모르고.....족지시험 점수는 뭐,,,,,40점대 입니다.
    어쩔려고 저러는지 제 속은 타들어가는데 아니는 테레비 앞에서 낄낄거리구...
    넘 속상해서 눈물이 납니다.

    좋으시겠어요...
    알아서 공부하는 자식들..

  • 4. 흠..
    '11.6.19 3:59 PM (58.237.xxx.178)

    같은 중3아들을 둔 엄마로서 ..

    믿을수가 없군요 ㅡ.ㅡ;;

  • 5. .
    '11.6.19 4:17 PM (119.203.xxx.73)

    기특한 아들이네요.
    꼭 아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더불어 행복하기를요~

    흠..님 댓글
    믿을수가 없군요에 빵터졌어요.
    우리 고등은 책상에 앉기만 하면 졸아서 오늘도 한바탕했네요.
    2주후면 시험인데
    일찍일찍 잡니다.^^

  • 6. 원글이
    '11.6.19 5:33 PM (175.119.xxx.206)

    괜히 가슴이 아려서 쓴 글에 댓글 달아주신분들
    감사해요^^
    제 큰아이는 재수생인데 속을 많이 상하게 해요.
    한배에서 나왔는데도 어쩌면 저렇게 아롱이다롱이 인지..
    작은아이는 너무 성실해서 안스럽고
    중3보다 공부를 안하는 재수생은 너무 날라리라 걱정되고...
    신이 공평하긴 한가봐요.

  • 7.
    '11.6.19 9:03 PM (14.52.xxx.162)

    특목고 중에서 외고는 말이 그렇지,,스펙이나 봉사 독서기록 요식행위입니다
    내신만 봐요,인증도 안봅니다,
    스펙이 필요한 학교는 과고의 특별전형 정도이고,,민사고는 자체 시스템이 있어요
    일단 아이의 희망을 접게하지 마세요,
    붙은다음에 걱정해도 되는 일입니다,

  • 8. 흠흠
    '11.6.20 1:37 AM (121.139.xxx.171)

    아이가 원하면 특목에 보내주세요
    저도 가까이 두고 싶어 중3가을까지 반대했었습니다.
    그러다 맘 접었지요
    두달동안 미치게 공부하더니 원하는 곳에 갔어요

    원글님 아이 욕심 많아서 가서도 잘하거라 믿겠지만
    거기 사정은 또 다를겁니다
    좌절도 겪을거예요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하고 일반고하고 또다른 만족을 느끼는듯 합니다.

    우선 아이가 간절히 원한다면 보내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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