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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매정한 편이래요.

문득 조회수 : 1,926
작성일 : 2011-06-17 11:14:11
어려서부터 쌀쌀맞다거나 냉정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어요.
그게 어떤 의미인줄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는 얼마전에 알았어요.

20대 초반 짧게 연애하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있어요.
정말 열렬히 좋아했지만 나랑은 어딘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면서 헤어지게 되었어요.
나중에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나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러더군요.
"넌 네 가족에게는 정말 잘할 사람이다.그런데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정말 차갑게 군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아이가 저의 그런 성향을 많이 닮았나봐요.
하루는 시어머님이 아이 손을 잡고 가는데 아이가 갑자기 할머니 손을 홱 뿌리치더니
고모손을 잡고 가는거에요.
그랬더니 시어머님이
"엄마 닮아서 참 매정하구나."라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할머니 손을 잡지 않아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남편 말을 들어보니
손을 잡고 안잡고가 아니라 그냥 뭔가 확 밀어내는 느낌이 든대요.

애정을 가질때는 내 모든 것을 내줄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게 사라지면 곁에서 죽어가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외면할것 같다고 하더군요.

요즘 고민이 많이 됩니다.
차갑고 냉정하단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지만 그게 상대방에게 그 정도의 느낌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내가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잘 바뀌지 않는 성향이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IP : 116.125.xxx.4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6.17 11:20 AM (175.200.xxx.80)

    우리 신랑이 그래요.
    가족한텐 너무 잘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인연이 계속 되지 않을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이랑은 정말 차갑고 냉정합니다.
    부부관계도 좋고 아이한테도 잘 하는 아빠긴 하지만..
    보면서.. 나한테도 애정 식으면 저럴까..
    우리 자식 생각해서라도 주위 사람들한테 좀 잘 하지.. 하고
    혼자 불안해 하고.. 혼자 못 마땅해 합니다.

  • 2. ...
    '11.6.17 11:22 AM (221.151.xxx.28)

    저 좀 그런편이예요.
    감정이 좀 짧게 간다고 할까요.
    티비에 나오는 불쌍한 아이들이나 그런 사람 보고 눈물 흘리면서도 맘속에서는 저 상황이면 어쩔수 없는거지 하고 체념하면 다시 생각나지 않아요.

    저도 제 가족까지만 감정 이입이 됩니다. 확장이 잘 안 되요.
    저도 끈질기게 시도하는 타입이 아니라 남에게도 몇번 해보다가 잘 안되면 바로 관계를 접는 스타일인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고민도 별로 없고 상처도 별로 없고 외롭지도 않고.

    그런데 그게 단점인가요?
    그냥 나의 성격이고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전 감정 과잉 싫어하고 매달리는거 질질끄는거 이런거 딱 질색이예요.
    저 제 가족에겐 다시 없는 엄마고 아내입니다. 비난받을 이유 또 나자신을 비난할 이유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신 사회에는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개개인으로는 이입이 안 되어도 기부나 봉사생활 이런거에도 냉정하진 않습니다.

  • 3. ...2
    '11.6.17 11:28 AM (221.151.xxx.28)

    저도 감정 컨트롤이 잘 되는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저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내가 불행해 질꺼야.. 이런 생각이 들면 맘이 접어져요.
    인간관계에서도 깊어지면 얻을건 상처와 실망뿐이다 이런 생각이 저변에 있어요.
    저 모르는 어린시절 트라우마가 있나??
    남편과 저는 둘다 이런 사람들이라 사실 우리끼린 너무 잘 살고 있네요.

  • 4. ..
    '11.6.17 11:35 AM (110.10.xxx.95)

    저도 그런 편이라서 친언니한테도 정없다는 소리 들어봤어요.
    통화할 일이 있어야만 전화하고 그냥 수다떠는게 없는 편이고
    문자가 와도 답은 꼬박꼬박 해주는데 단답형이거든요.
    정말 제가 관심있는 분야외에는 관심뚝... 남의일도 먼저 말하기전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또 물어보더라도 말을 할까말까 하면 전 하기싫은 줄 알고 안물어보는데 이것도 냉정하대요.
    관심이 없다고... 언니가 그런 말 하면 내가 인정하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런가부다 하는데
    이게 냉정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잘못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 5. ...
    '11.6.17 11:35 AM (114.202.xxx.84)

    저도 좀 그런 성향인데,,생각해보면, 어려서 부모님 사랑을 제대로 못 받은거 같아요.
    그러니까,,,,스킨쉽 자체가 없었달까요.
    아빠한테 안겨본 기억도 없고, 엄마가 따뜻하게 품어주던 기억도, 아팠을 때 말고는 없고....
    어려서,,엄마는 계모일거다 라는 생각 참 많이 하고 살았어요.

    사랑을 못 받으니까,,,그만큼 감정이 풍부하지 않더라구요.

    나는 그렇게 자랐어도, 내 애들한테는 사랑표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남에게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에너지가 없어요.
    또 한가지는,,,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금방 파악이 되버려요.
    그래서 곁에 오래 둘 사람, 가까이 하면 안될 사람, 구분을 너무 잘 짓는,,
    이것도 나쁘다면, 나쁜거죠.

  • 6. 말의힘
    '11.6.17 11:43 AM (118.131.xxx.100)

    50가지 덕목 써주신 분 넘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 7. 초보
    '11.6.17 11:55 AM (180.66.xxx.72)

    저도 50가지 저장해놓고, 매일 실천하려고 해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

  • 8. 공감
    '11.6.17 12:30 PM (121.133.xxx.93)

    이젠 나와 다른 개성이겠니 해요.
    어릴땐 왜 그렇게 차갑니? 무섭다 얘~ 여자가 좀 부드러워야지~~등 그런말 신경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득을 보는게 많달까요?
    상황에 따라 둥글땐 둥글게지만
    여자이기에 전 그런 강인함이 꼭 필요한것 같고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거 느끼거든요.

  • 9.
    '11.6.17 12:57 PM (115.137.xxx.132)

    늘 정에 휘둘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인데 가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다는 말을 들어요. 아이러니하지요.ㅎ
    위에 점 셋(...)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린트해서 매일 아침에 읽을 거예요. 복받으실 겁니다.^^

  • 10. 말의 긍정
    '11.6.17 1:38 PM (110.168.xxx.135)

    적인 힘 50가지 쓰신 님 좋은 글 감사하구요~윗분들처럼 저도 복사해서 저장해놓고 잘 실천하도록 노력할게요^^ 이렇게 도움주시는 글들을 보면 좋은 물건을 얻게된거 이상으로 흐뭇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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