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동막골’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영화가 있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산속, 깊고 깊은 곳에 살고 있어서 난리가 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는 순수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고 생각하면서 재밌게 봤었는데... ...
“그의 순수함은 80년 중반에서 응고돼버린 영혼 그대로인 거 같았다. 최소한 십년은 어려 보이는 그의 외모도 그걸 말해준다. 자고로 철이 안 들면 사람은 안 늙게 돼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딸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제대로 해주지 못한 부모를 원망할까봐 두렵지만 좋은 일 하느라 그랬다고 설명해줄 것이고 그런 부모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국하는 일과 좋은 부모 됨이 상충되지 않고 애국하는 일과 효도하는 일이 상충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한겨레21에 실렸던 인터뷰 ‘윤민석, 당신은 철들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이다. 딸도 있고, 아내도 있으면서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80년 중반, 젊은 시절 치기어린 자신의 사상 속에 갇혀서 응고돼버린 영혼 윤민석.
그를 가장 아름답게 포장하면 ‘순수함’이긴 하겠다. 세상물정 모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도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어린아이의 그 순수함.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순수함은 미덕이 아닙니다. 순수함은 무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A도 알고 B도 알고 모두를 아울러 안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설 수 있는 것. 선도 알고 악도 알지만 의지적으로 악에 물들지 않는 것 그것이 미덕이고 지혜입니다.”
순수는 고립되고 단절되어야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고... 순수, 우리가 갈망하는 그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연약하고 가련한 것인가? 세상에 한 발 디디면 거품처럼 사라질 인어공주의 꿈같은 것... ...
순수를 찾기 힘든 시대여서, 생수 이름도 ‘순수’로 짓고, 영화는 도리어 사람들에게 ‘순수’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는 안 되니까, 남보고는 그 순수를 지키며 살라고 다 큰 중년이 되어 한 가정을 책임지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대한민국의 ‘남자’에게 철들지 말라고 한다.
박제된 윤민석!
사람들은 그를 관람하고 싶어한다. 그가 그 상태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내가 머물고 싶던 대학시절을 살고 있는 그를 통해 대리만족하며, 그를 치켜세우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준다. 그래야 자신의 과거도 칭찬받는 것 같으니까. 그래야 내가 헛 살지 않았다고 느껴지니까... ..
그러니 순수한(?) 그 영혼은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과거로, 추억으로, 어릴적 치기 속으로 퇴행한다.
오랫동안 진행된 윤민석 박제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곤해질테고, 그 역시 자신의 어린 소신이 진리인 줄 알며 살던대로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박제된 틀을 벗길 바란다. 살아있는 미라처럼 먼지구덩이 거무죽죽한 과거의 추억을 둘둘 말고 다니지 말기 바란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내가 잘 못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실체가 진자인지 아닌지 세상으로 걸어나와 확인해 볼 용기를 가지기 바란다.
“윤민석씨! 채우지 못한, 그러나 버리지도 못한 욕망 덩어리들이 당신의 곁에 득실득실 들러붙어서 당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덮고 있답니다!”
이제, 자신의 나이게 맞는,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한 남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훗날 그의 딸에게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한 아빠’로 살기를 기도해 본다. 오지랖 넓어 남 못되는 꼴 못 보는 이 ‘한 인간’이 윤민석이라는 ‘한 영혼’을 향해 공허한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 정말 후회 안 할 삶을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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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혼을 향한 간절한 기도!
safiplease 조회수 : 250
작성일 : 2011-06-11 10:40:57
IP : 220.79.xxx.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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