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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잘하세요.

둘이 똑같다 조회수 : 351
작성일 : 2011-06-08 10:44:57
1.
간만에 친구와 잠시 만났는데, 친구가 단독주택을 짓고 싶다는 말을 하더군요.
땅콩주택에 관심이 있다, 경기쪽에 땅 사서 집 지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대화를 했어요.

집에 와서 아이들 잠든 후 궁금해서 땅콩 주택이 뭔지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 지을 경우 예산이 최소 얼마일까 궁금해져서 땅값을 검색했어요.

이런 저런 검색 중인데 갑자기 남편에 버럭 화를 내며,
"나 이사할 생각 없으니 그딴 짓 하지 마" 합니다.

네, 제가 검색한 동네 중에 남편 회사 부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동네가 서울에서는 개발이 덜 된 곳이라 다른 곳보다 부지를 싸게 살 수 있겠지.. 싶었거든요.
제가 그 동네 하나만 검색한 것도 아니고 그 전에 땅콩 주택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검색들 계속 하고 있었고
남편에게 그에 대해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검색만 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다짜고자 저런 말 합니다.

내가 지금 집에 대해 일언반구라도 꺼냈냐, 갑자기 버럭하는 거 기분나쁘다 했더니
잠시 조용한 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여네요.
이직해서 힘든데 그런 거 네가 언제 걱정해줬냐,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철없이 그 동네 땅값 검색하고 있냐
나 기분 나쁘다.. 그게 남편의 말입니다.

네, 그놈의 이직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남편이 회사 옮긴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을 때 전 분명히 이런 저런 경고를 했습니다..
다른 회사를 다닌 적이 없어서 본인의 근무 환경이 좋다는 걸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 경력직으로 가면 지금보다 처지가 결코 좋지 않다 등등.
뒷등으로도 안듣고, 제가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런다는 말만 하더군요.
결국 이직하더니, 두 달 정도 지나서부터 지금까지 이직 괜히 했다 힘들다 합니다.
다시 이직 고려한다기에 어디를 가더라도 처음 1, 2년은 똑같이 힘들테니 일단 그냥 다니라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힘드니 또 다른 회사 알아보라 해야 하나요?

남편이 이직하기 전 제가 남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때 이직 이야기 안했어요.
다만, 주변이 영 좋지 않다는 말만 했는데 제 남편 힘들겠다 그런 말 해준 적 없고
속편한 소리 한다는 반응만 했습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비슷한 상황에 가니 바로 이직한다 난리.
제가, "언제는 나보고 참을성 없고 속편한 소리 한다더니 웬 이직?" 했더니, 그 때는 자기가 이런 줄 몰라서 그랬답니다.

부인 힘들 때는 속편한 소리 한다 관심도 없다 자기가 비슷한 상황 가니 이직하겠다 난리치고
결국 자기 뜻대로 이직해서 또 불평불만 하는 걸 제가 좀 참고 다니라는 말 하는 건데
그게 남편 힘든 줄 모르는 철없는 부인입니까?

그리고 힘든 줄 몰라준다는 말이 나왔으니 집안일까지 꺼내야겠습니다.
시집과 합가해서 같이 사는데, 시어머니 참 대단한 분이십니다. 다들 혀를 내두르죠.
세상 어떤 직장 상사도 우리 어머님보다 더 사람 질리게 하기 힘들 겁니다.
저 결혼 전에 완전 사이코로 소문난, 부하직원에 욕설은 기본이고 한밤에 술마시다 집합시킨다 전화질하고 술마시면 멱살까지 잡는 상사와 일해봤는데요.
우리 어머님, 며느리 대하는 게 그 사람보다 결코 못하지 않거든요. 아니, 솔직히 더 심했죠.
회사 상사는 집에 와서 잠잘 때 얼굴이라도 안 보지만 어머님은 한밤중에 퇴근하는 며느리 무릎꿇게 하고 일장연설하시는 취미까지 있으셨어요.
욕설 수준도 피장파장, 물리적인 폭력은 안쓰셨지만 며느리 앉아있는 꼴을 못보셔서 시간나면 집안일을 뺑뺑이 돌리는데 여념이 없으셨죠.
평일에 육아를 도우시니 그렇다, 살림을 평일에 하시지 않느냐 하는 분들 있으실 거 같은데
그런 거 손 까딱 안하시는 분이예요. 귀하게 자란 분이라서.

제가 눈물 줄줄 흘리며 어머님 때문에 힘들다 하면, 그거 못참는다고 뭐라 하던 사람이 남편이예요.
남편 앞에서 제게 욕설을 날리셔도, 아무 소리 안하고 엄마 비위 잘 맞추라 한 사람이라고요.
지금 자기가 제게, 남 힘든 거 모르고 철없이 군다는 말 할 처지인가요?


2.
회사 퇴근 후 시간이 좀 이르기에, 아이들에게 산책을 가자 했어요.
큰 애는 안간답니다. 아빠와 PC 해야 한대요. 작은 애는 좋아라고 손 잡고 데려가달라 손 벌렸고요.
두 번 정도 큰 애에게 정말 안 갈 거냐 묻고, 작은 애 챙겨서 같이 산책 갔어요.
참고로 그 전에도 큰 애는 몇 번 산책 안가고 애 아빠와 pc하고 논 적이 있습니다.

산책 갔다 와서 작은 애 손 씻기고 옷 갈아입혔는데 갑자기 큰 애가 자기도 밖에 나가고 싶대요.
이제 곧 잘 시간이라 안돼, 아까 엄마가 같이 가자 했는데 안간다 했잖아, 내일 같이 나가자 했더니
나 산책갈거야, 나갈거야, 엄마 미워 하면서 울고 짜증냅니다. (5살)
그래서 혼냈어요. 왜 네가 안간다 하고 지금 엄마에게 짜증내고 뭐라 하냐고.

옆에 있던 남편이 제게, 아이가 뭘 안다고 그렇게 혼을 내냐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뭐라 하더군요.
저요, 애 때린 것도 아니고 윽박지른 것도 아니고
그냥 목소리 깔고, 아이에게 두 세 번 이야기했을 뿐이예요.
OO이가 아까 엄마 나가자 할 때 안간다 했지. 그런데 왜 지금 엄마에게 화내고 짜증내니.
OO이가 지금 잘못했잖아. 뚝해.

자기가 안한다 하고 나중에 징징 울면서 엄마 미워 나 나갈거야 떼쓰는 아이를 혼내는 게 심한 거래요.
그런 자기는, 두 돌 좀 지난 둘째가 잠자리가 바뀐 후 낯설어서 울고 있는데
우는 소리 시끄럽다고, 애 덜렁 집어들고 문 밖으로 던지고서
시끄러워, 자꾸 울 거면 너 나가!
소리 지르며 방에 들어오겠다 우는 애를 계속 못 들어오게 밀고 다른 방에 던져놓고 그 문 닫겠다 한밤중에 난리쳐서
10분 울고 진정할 아이 1시간을 울게 한 장본인이거든요.
그 때 제가 애를 왜 울리냐고, 내버려 두면 금방 그친다 하니 한 말이
"애 버릇 참 잘 가르친다. 애가 그렇게 오냐오냐 하니 버릇이 없어지지." 였죠.

네, 제 남편 첫째 예뻐하고 둘째 그다지 안 예뻐해요. 아무리 그래도 편애에도 정도가 있는 거예요.
아이 심하게 혼낸다는 말에, "며칠 전에 잠투정한다고 둘째를 문 밖으로 던저버린 사람이 할 말이 아닌 거 같은데" 하니
본인도 민망한지 더 이상 말은 못하더군요.


3.
기왕 쓰는 김에 어머님 이야기까지 하죠.
큰 애를 합가 전에 친정에서 돌봐주셨어요.
아이 가진 이후부터 어머님, 집요하게 아이는 친정에서 안봐주냐 하시더군요.
저는 어린이집 보내거나 도우미를 쓸 생각이라 이야기했는데도 몇 달을 그러셨어요.
그런 와중에 친정에서 아이 봐주신다고 하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맡겼습니다.

아이 친정에 맡긴 이후로 어머님, 제게 수시로 친정에서 이런 거 해주냐 저런 거 해주냐 하시더군요.
어디 방송 보니 할머니가 애에게 영어 가르치더라. 이 이야기 몇 달을 반복해서 나중에는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고요.
아이 교육은 친정에서 어떻게 시켜주냐, 요즘 애들은 어릴 적부터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어쩌구.
제 친정 어머니, 국민학교만 나오셔서 영어 못읽으십니다.
그런 거 아시면서도 할머니 열성만 있으면 영어를 배워서 가르쳐야지 어쩌구.
제가 그놈의 영어 타령, 애 교육 타령에 지쳐서 나중에는 친정 어머니와 전화하다 울 정도였어요.
그게 큰 애 20개월 정도까지 계속되었죠.

그러다 어머님의 주장으로 합가를 했습니다. 본인이 아이 보신다 그 난리 치신 후 복직 전에 나 못한다 드러누운 건 그렇다 칩시다.
어머님, 늘 본인이 한국 최고 여대 나온 거 자랑하시는 분이시죠.
그런데 합가해서 2년간, 저 어머님이 아이들에게 책 한 권 읽어주시는 거 못봤습니다.
영어는 커녕 한글책도 안 읽어주시더군요.

대신, 이런 건 많이 봤죠.
광고 틀어놓고 애 앞에 앉히시면서, "애들은 광고 봐야 조용해진다니까"
제가 TV 너무 많이 보면 안좋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거 들으시더니 "네깟게 뭔데 내가 TV틀어주는 걸로 난리냐?" 길길이 뛰시더군요.
애가 좀 크니 만화 참 많이 틀어주시던데요. 만화도 참 어찌 그리 종류를 가리지 않고 틀어주시는지..

그러시면서, 합가 전에는 애 교육이 어쩌구 애를 뭘 먹이고 어쩌구 하시던 분이 합가해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애들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너무 이것저것 가리며 키우면 안되지" 로 말씀이 바뀌셨지요.



누가 모자지간 아니랄까봐.
<니나 잘하세요>



* 1, 2번 이후 남편, 왜 자기가 미안하다 사과하는데 화를 안푸냐며 제 눈치 보는 중입니다. 미안하다는 생각 하기나 하는지.


IP : 112.223.xxx.5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순이
    '11.6.8 2:23 PM (61.111.xxx.254)

    그래도 원글님 남편은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사셔야죠..
    끝까지 난 잘못한거 없노라 박박 우기는 남자들도 많잖아요.
    힘내세요...

  • 2. 정말
    '11.6.8 3:15 PM (175.114.xxx.13)

    도가 저절로 닦이시겠네요. 유구무언입니다.
    그래도 남편이 눈치보면 그냥 봐주세요. 아이 키우듯 이뻐해 줘야 더 잘 하는 게 남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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