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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왜 이런지를 알겠네요.

자식을 낳아보니 조회수 : 1,111
작성일 : 2011-06-03 14:24:41
며칠 전 친정엄마와 통화 중에 제가 좀 짜증을 내는 상황이 있었어요.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냐? 라고 하시더군요.
이제 기가 많이 죽으셨는지 이게 어디서 짜증을 내냐던지 다시는 안본다던지 온갖 독이 가득한 말을 하시지는 않더라구요.

엄마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은 거 너무 잘 알겠어요.
저도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땐 아이에게 다정하게 못대하겠더라구요. 그럴 여유가 없지요.

어느날 엄마는 당신에게 애틋한 맘이 없냐고 하소연도 하셨는데
정말 없나봅니다.

밥은 먹고 학교도 가고 엄마가 정말 고생많았구나 머리로는 알겠지만 그것도 자식을 키우면서 너무 감사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엄마의 감정의 쓰레기통이었다는 생각이 점점 듭니다.
지금의 불안이 우울감이 다 거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내 아이에게 따뜻함이 아니라 냉정하게 가르치고 소리 지르는 저를 발견합니다.

남편은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제 인지를 하게 되었어요.
내 문제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요.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서 정말 감정적으로 따뜻했던 기억이 없어요.

대학 시험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밖에서 듣고서는
집에 오자마자 너때문에 충격받아서 공사하는 도로에 역주행해서 죽을 뻔했다면서 엄청 악다구니를 하셨지요.

이건 정말 새발의 피이고 예를 들자면 한도 끝고 없겠지만
물리적으로 때리지도 않으셨고 그래도 제가 하고자하는 것에 대해 서포트를 해주셨으니 너무 감사한 마음은 확실히 있어요.

하지만 뭔가 맘에 안드는 일이 있을 때 인민재판하듯 성격이 안좋다는 둥 성질머리가 어떻다는 둥... 나이 마흔에 아직도 그런 소리를 듣고 있어요.

기분나면 제 생각해준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이제 나이도 많이 드시고 그 우울감 저에게 다 쏟아 붓습니다.
며느리 맘에 안드는 거 다 쏟아 붓습니다.
며느리도 상태 별로지만 그래도 한마디씩 그래도 그럴 만하네 그건 이해하자 해도 난리납니다.
애 낳는다고 입원한다고 하니 골프약속있다고 꼭 오늘 입원해야하냐고 물으시더군요. 골프약속이 쉽사리 취소하기 어려운 건 저도 알지만 서운했어요. 결국 병원에 오셨지만 계속 피곤하다면서 맛사지 받으러 가시고 이틀 꼬박 진통하다가 수술해서 애 낳았는데 정말 오줌줄 꽂은 데도 그렇고 너무 너무 아팠답니다. 고등학생때 맹장수술하고도 바쁘다고 병실에 혼자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혼자 있으니 입 나왔다고 그걸로 또 욕 있는대로 듣고....  본인이 아프면 직장이고 일이고 뭐고 없이 몇달이고 남이 해준 밥 먹을 수 없다면서 삼개월씩 사개월씩 붙들어 두고.....  


점점 더 엄마와 같아질 까봐 두렵습니다.
폭발해서 퍼붓는 그 모습... 내 자식에게 보일까봐 두렵습니다.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엄마가 그랬겠구나 싶어도 오빠에게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으시네요. 심지어 지금도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도 오죽하면 그러겠냐면서 자책을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역시 나는 쓰레기통이었구나 싶어요.
IP : 110.14.xxx.14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
    '11.6.3 2:27 PM (121.189.xxx.136)

    http://cafe.daum.net/chambit1/5LW/427?docid=10vgW|5LW|427|20101009142705&q=%B...
    독이 된 부모라는 책을 추천합니다.저도 얼마전에 샀고요.
    이 링크는 사기전에 검색하다가 저 자신을 빨리 추스리려고 가끔 읽었던 부분이예요.

    힘내시고요!!
    그리고 싫든 좋든 가까이하게 되면 다 배운다는 거 진리거든요..
    조심하시고 항상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제가 싫어하던 주위 사람의 행동..그대로 따라하던 거 보고 충격 받았었거든요

  • 2. ㄴㅁ
    '11.6.3 2:32 PM (115.126.xxx.146)

    님이 바뀌야 님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로 바뀐다는 거
    그런 부모에게 죄책감 따위 갖지 않아도 되지만
    부모와 똑같은 행동을
    자식에게도 하고 있다는 그 사실엔
    죄책감을 가져야 합니다..

  • 3. =
    '11.6.3 3:31 PM (114.206.xxx.244)

    어젯밤에 폭발해서 퍼 붓는 그 모습을...내 자식에게 해 놓고
    밤새 잠도 못 자고 뒤척거리다가 오전내내 부모의 태도에 대해
    검색해 보고 눈물 흘리고 반성한 사람 여기 있네요.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런지...엄마한테 신체적으로 학대 당한 적은 없는데
    제게 욕을 많이 하셨고..집안일을 많이 시키셨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한테 서운했던 그 때일들만 자꾸 떠 올라
    감정적으로 엄마와 자꾸 부딪히고 싸우게 되어서 요즘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거든요.
    내 아이들한테만은 나한테 서운한 일, 속상한 일 안 생기게 하고 싶었는데...
    가끔씩 이렇게 아이들에게 감정을 쏟아 내고 나면 너무 후회가 되요.
    다시한번 인격적으로 존경 받는 부모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해 봅니다.

  • 4. 원글이
    '11.6.3 3:39 PM (110.14.xxx.143)

    집안일 작렬이었어요. 오빠는 늘 왕자 저는 하녀같이 설거지통 음식물 찌거기 제대로 처리안했다고 욕 먹고 대학와서 자취할 때도 매일 아침 전화해서 옷 다려주라고.이건 아닌 것 같다고 반항하면 성격나쁜 년이라고 욕 바가지로 먹고 생각할수록 더 열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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