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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직업을 물어올때마다 참 힘들었어요.

우리 아버지 조회수 : 4,448
작성일 : 2011-05-23 00:30:26
어제 읽은 글에
의사 남동생이 노가다하는 집 딸과 사귄다고 말리고 싶다는 글 읽다보니
그냥 이런 생각이 드네요.

자라면서 아버지 직업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최하층을 겨우 면한 빈민이었나봐요.
아버지는 겨울한철 버는 직업, 엄마는 공장에 다니시고
우리가 자라면서 대학학비가 너무드니 아빠가 절대 못한다던 (힘없어서, 자존심상해서 등등) 노가다 나가셨죠.
친척들이 그러더군요. 니네 아버지 자존심에 노가다를 나갔냐고?
참 없는 형편에 겉멋만 잔뜩 든 분이셨네요.

누군가가 아버지 뭐하시냐 물으면 너무나 곤혹스러웠어요.
딱 한분만 빼구요.
고1때 담임샘과 상담을 하는데 이것저것 자세히 물으시는데 그걸로 저를 평가하려는게 아니라 정말 저를 이해하고 위해주려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나이들어서 좋은건
부모의 직업으로 나를 평가하려 드는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거요...

이런 맘 이해하시나요?
IP : 223.222.xxx.24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5.23 12:36 AM (180.229.xxx.46)

    없는 형편에 겉멋만 잔뜩 든 아빠가 노가다 나가서 벌어온 돈인데...
    님이 고마워 하셔야죠..
    님 아버지의 노가다 덕분에 대학 학비 걱정 없이 다녔잖아요..

  • 2. 우리 아버지
    '11.5.23 12:41 AM (223.222.xxx.244)

    아버지가 힘들더라도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시고 노동일도 힘들지만 감내하시고 하셨다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도 있었을거 같아요.
    없는 형편에 애셋다 대학다니니 어쩔수 없이 짧게 노가다 나가신게 한 4년? 나머지는 그냥 세계절을 그냥 노셨어요.
    그 기억이 초등때부터니 한참 일할 40대에 그냥 겨울한철 일하시고 노신거죠. 우리 엄마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싶네요.
    대학학비요?
    저는 국립대고 해서 그냥 제가 벌어 다녔어요.
    오빠도 국립대고 집에서 다녀 크게 어려움?없었지만
    동생이 서울 사립대에 진학해서 우리둘한테 들인돈고는 비교가 안되게 돈이 드니 어쩔수가 없었죠.
    네. 겉멋이 들었든 어쨋든 아버지, 어머니 덕이죠. 지금의 내가 있는건...

    지금 하고 싶은건 아버지를 비난하자는게 아니라 아버지 직업을 이야기하기가 힘들었다는거, 그걸로 내 사회적 레벨을 가늠해보려는 사람들의 질문이 참 힘들었다는거에요.

  • 3. ...
    '11.5.23 12:44 AM (218.48.xxx.101)

    위엣분 좀 삐닥하시네요...
    사춘기 시절 드러내 놓고 싶지 않았던 아빠의 직업에 대한 한숨과 같은 글에,
    힐난은 아닌 듯하네요.

  • 4. 원글님
    '11.5.23 12:47 AM (211.176.xxx.172)

    마음 이해갑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속물적이니까요. 하지만 내 부모의 직업과 집안 재산 그런 것 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 또한 거품같은 허영심이죠. 그 거품은 언제고 펑 하고 터져 버릴 수 있어요. 우리의 속물성 사이에서 상처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사시려면 그런 시선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셔야 돼요. 그 자신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스스로 알아내셔야 합니다.

  • 5. 우리 아버지
    '11.5.23 12:54 AM (223.222.xxx.244)

    한번도 아버지,어머니 직업을 속이거나 피한적은 없었어요.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대답했어요. 굳이 그렇게 성실하게 대답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부모 직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을 모두 속물이라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우리 사회에는 속물들이 너무 많나봐요.
    내게 아버지 뭐하시냐고 물었던 사람들중에 순수했던 질문 그자체였던 사람은 고1때 담임선생님 뿐이네요...정말로~~

    이제는 그런 시선으로 부터도 자유로울수 있는 나이라서 다행이네요...훗

  • 6. 그지패밀리
    '11.5.23 1:00 AM (58.228.xxx.175)

    그러게요.저도 이런 속물세상이 참 싫으네요.
    우리라도 좀 바꿀수있으면 좋으련만...싫음에도 우리역시 속물이 되어간다는게 슬픈거죠.

    아이들 상대해보면요
    간혹 차이점을 보게 되거든요.
    어떤아이는 아빠직업이 정말 보잘것없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말하는애가 있구요
    어떤애는 아빠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감추려고 하는애가 있더라구요.
    전 당연히 해맑게 말하는 애가 좋더라구요 아빠직업과 그아이는 상관없거든요.
    성격이라면 몰라도.

    어떤아이는 이혼가정인데 정말 이혼한거 당당히 말하고 당당하게 다니는애가 있구요
    어떤아이는 이혼가정인데 정말 감추려고 애를 쓰는애가 있더라구요.
    전 당당하게 받아치고 자신의 영역을 인정하는 애한테 점수를 더 주면서 바라봐요.
    세상이 다 속물스러워도 내가 당당해지려고 노력하면 나를 조금은 더 좋게 보는 사람은 있다는거죠
    사실 그런거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힘들겠지만. 저도 적으면서 슬프네요

  • 7. 저도 이해합니다.
    '11.5.23 1:04 AM (58.122.xxx.54)

    원글님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이해합니다.
    우리 사회가 통념적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참 많습니다.
    초등학교 나오면 중학교가야하고 다음엔 고등학교 그것도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해야 정상적이고 다음엔 대학나와야하고 이런 식으로 부모님의 직업도 무슨사이거나 회사원 공무원 사업가 등으로 기존에 이미 직업으로 인정받은 것만 가치있는 직업처럼 여겨지는.. 그런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더구나 원글님의 아버지는 3계절을 쉬시고 한철만 일하시는 분이었다니 그것 역시도 그 사회적 관점에서 좋게 얘기될 부분은 아니었지요.

  • 8. 문득
    '11.5.23 1:14 AM (110.9.xxx.213)

    저 중학교때 같은반 친한 친구가 엄마한테 잠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적이 있어요..
    동네 제래시장에서 생선장사 하시더라구요.. 가게 없이 좌판?만 있는... ...
    그 친구 정말 늘 밝고 착하고 당당하고, 부모님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 ... 오히려 존경심이 들었었던 친구네요.. 그때 나이엔 사춘기라서 부끄러워할법도 한데..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당해서 아직까지 마음속에 남아있는 친구예요.. 그 친구는 상고가고 저는 인문계 가느라고 연락이 끊겼는데 지금 어떻게 사나 궁금하네요... ..

    저 옆집도 일명 노가다 하시는 분들이였는데, 딸들이 참 아빠 좋아하고 따르고.. 착하고 밝고.. 다들 순하고 착하고 잘자랐어요..

    사실 전 아버지가 전문직이시라 여러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솔직히 그 친구들처럼 잘 자라지 않았거든요..;; 성품이나 인성이나.. .. 그 친구들한테 열등감 가지고 있고, 부럽고.. 그렇답니다~~

  • 9. 다른 두려움
    '11.5.23 1:16 AM (121.129.xxx.27)

    원글님 심정 백프로 이해하는데,
    요즘 제가 더 큰 걱정이 생겼어요.
    제 아이들이
    저희부부를 밖에서 이야기할때 상처받지 않을까 ;;
    나는 내 부모보다 못한 부모가 아닌가,,,
    두렵습니다.
    학창시절 내부모로 인해 상처받은 기억이 너무나 많은데 ( 부모님께 직접 받은것보다,
    부모님을 설명하면서 외부로 부터 받는 .... )
    내 자식들 역시 되풀이 되는건가...
    요즘,
    전문직 아니면 직업도 아니고,
    강남 아니면 살곳도 아니고,
    영유 못보내면 부모도 아니고... ( 완전 오바하고 있긴 하지만요... )
    이런 세속적인 시선,
    내 뚜렷한 교육관으로 인해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것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무능력... ;; 일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 10. 그지패밀리
    '11.5.23 1:22 AM (58.228.xxx.175)

    문득님 저도 그런경험 있어요 ㅋ
    중학교때 제 친구가 집안형편 안좋은애였는데 그애가 자기집을 안알려주는거예요.
    그래서 다른 친구랑 미행을 했는데 아빠 안계시고 엄마가 담배가게 하시더라구요.조그만 가게 같은데서.그친구가 거기서 나오는데 우리가 웃었거든요.
    그랬더니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엄마가 생전 친구안데려오는 애가 친구랑 들어오니깐 그날 저녁을 차려주셨어요.
    갈치구운거랑 기타등등.
    우리가 먹는데 그 친구가 엄마 먹으라고 따로 떼어놓고. 엄마 알뜰히 살피고
    우리에게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더라구요.
    맘속에는 별 마음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리고 저는 갈치 살만 먹고..옆에 검은거 그건 안먹거든요 그당시는...지금은 잘 먹지만.ㅋ
    ㅇ튼 그애는그것도 다 발라먹고 싹싹 다 먹고 설겆이 다하고 엄마일 돕더라구요.
    저는 그걸 보고 아..이애라면 내가 평생 친구해도 되겠다 그런생각을 했어요.
    결혼하고 다른지방가서 가끔 아주 가끔 연락하지만 아무튼 그때가 생각나네요.

  • 11. 원글님은
    '11.5.23 1:27 AM (124.59.xxx.6)

    당당하고 싶어도 주위에 분명 직업에 귀천을 따지는 사람들이 존재했을겁니다.
    그 상처가 두려워서 피했을뿐이지... 원글님이 아버님을 무시해서는 아니잖아요. ㅠㅠㅠㅠ

  • 12. 00
    '11.5.23 1:27 AM (211.209.xxx.107)

    원글님 우리 손잡고 서로 토닥토닥해요..
    어린애였잖아요..
    그런걸 다 감당하기에는 벅찬..
    밤이 깊으니 생각이 난거였고
    이해받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 13.
    '11.5.23 2:06 AM (61.75.xxx.172)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죠.

    통상 부모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별볼일 없는 직업일지라도,
    그 직업에 종사하는 부모가 자부심을 갖고 웃으면서 하루하루 생활하는 긍정적인 집이라면,,
    아이들이 받아들이는데 별 부끄럼이 없습니다.

    하지만 늘 뭔가 죄진 사람마냥 부끄러워하고,
    또는 돈을 얼마 못번다고 자책하거나 타박하거나 하면,,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도 그 똑같은 분위기를 갖게 되죠.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 가는거예요.
    보고 그대로 배우죠.
    설사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한 지붕아래에 살면 다 압니다.

    부모 능력이 부족하다는건,,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보다,,
    정신적으로 부족한게 아이에게 데미지가 훨씬 큽니다.
    이런걸 트라우마라고 하죠.
    죽는 순간까지 극복이 안되요.

    단순히 돈 부족으로 인한건 자식이 나이 먹어서 얼마던지 혼자 극복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정신적 미성숙으로 인한 데미지는 평생 가죠.

    제 생각에는 님의 아버지가 그렇게 자존심이 쌔고 어쩌고 라는 말이 나온것 자체가,,
    일단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거 자체를 단순히 일로서 좋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여지네요.

    말그대로 아버지 자신이 보편적인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분이시고,,
    그래서 한계절만 일하는 그 일이 그나마 노가다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분...
    이런 분 밑에서 직업에 따른 차별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

    환경미화원 아버지가 너무도 밝은 성격이고,,
    자신의 직업을 너무나도 사랑하며,,
    늘 집에서도 밝은 웃음으로 하루하루 일하는걸 즐거워 하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을 알고 있어요.
    아이들이 전혀 누구에게도 부끄럼이 없습니다.

    그 아머지나 어머니를 똑닮았어요.
    자신만만....
    자식들 다 잘되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애들이 구김살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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