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 어느날 뜻밖의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광훈씨 저 임재범이에요"
그때까지 한번도 서로 본적이 없었는데 그는 그렇게 불쑥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만나 몇달을 함께 보냈지만 정작 한곡도 녹음을 하지 못하고 우린 헤어졌지요.
서로 음악적인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그렇게 십여년이 흐르던 어느날.... 또다시 불쑥 전화가 와서는 "저 재범이에요"
밤12시가 넘어 전화가 와서는 "지금 나가수 출연중인데 편곡이 해결이 않되니 광훈씨가 나서줘야 겠는데요......"
"곡이 뭔대요?" "남진의 빈잔이요~"
"그걸 어떻게 편곡하죠? " "그냥 알아서~"
그냥 알아서라니~~~~
녹화 2틀전 그날 밤에 편곡해서......그다음날 차지연(구음), 타미 킴(키타), 임원식(대북)세명을 섭외해서.....
일요일 밤 12시에 밴드연습...... 그다음날 월요일 방송녹화......
사실 뒤를 돌아보고 어쩌고 할시간도 없었죠.
그냥 막연하게 예전에 재범씨가 나에게 들려주며
"우리가 이런 거 한번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하던 생각이 들어
그가 하고 싶어했던 음악을 우리의 색깔로 입혀보는 것이 답이라 판단했죠.
녹화 당일
컨디션이 너무 않좋아서 과연 녹화를 할수있을까 하는 우려를 지우며 그는 모든 걸 쏟아붇고 곧바로 병원으로......
음악적으로 너무 무겁게 편곡한건 아닌지, 너무 보컬을 무리하게 사용한건 아닌지
하지만 일요일 골든타임에 이런 종류의 음악을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것도 6분씩이나......아~ 이제 세상이 조금 바뀔려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 글을 빌려 MBC나가수 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제작현장에 가보면 매 무대마다 악기 셑팅도 바뀌고 가수마다 요구도 다양하고...
정말 군소리 하나없이 그 궂은 일들을 해내는걸 보며
이래서 나가수가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글들 중에 제작진에 대한 질타가 조금 있는것 같던데 제작현실을 보시면 마음이 바뀔겁니다.
이게 상 차려 놓은 것 보면 별거 없어보여도
그 상을 준비하는 사람은 모든 걸 일일이 준비하고 점검하지 않고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거든요.
나가수가 점점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갈수록 음악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 집니다.
몇일전 김범수의 뒤에서 편곡을 해주고 있는 돈스파이크(김민수)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형님~ 저 오늘 오버히트를 했어요.
편곡에 몇일째 신경쓰다 보니 술도 않먹었는데 오버히티가 나데요. 이곡 어떻게 해야되요? 나 죽겠어요~"
실은 이번주 미션이 조관우의 "늪"이거든요
김범수를 제가 처음 프로듀스하기도 했고 또 늪이 제가 만든 곡이기도 해서 참 난감했습니다.
난 재범씨뒤에서 여러분 편곡하고 있는데.....쩝쩝 ....달리 해 줄 말이 없더군요.....
그레서 제가 그랬죠 "민수야 그냥 힘빼고해~ 범수가 노래 잘하니까 .....
"아니 형님 저번주에 빈잔에 그렇게 힘줘 놓고 우리보고 힘빼라니요~......
쩝~쩝~ 그렇라구 그런게 아닌데.....
음악을 깊이 모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나가수의 포인트는 어떤 노래를 어떻게 편곡하느냐 입니다.
세상없이 잘난 가수도 별로인곡에 후진 편곡이면 그렇게 위대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 가수의 음악성에 잘 맞고 원곡이 가지고있는 숨은 감동을 재해석해내는것이 바로 편곡의 묘미입니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골조 기초공사등이 작곡이라하면
내부인테리어, 가구 조명, 벽지, 페인트, 등등 눈에보이는 모든 작업들이 편곡이라 할수 있겠죠.
아무리 좋은집에 엉망으로 어질러 놓고 이것저것 갔다놓으면 그집이 좋아보이지 않듯이......
편곡이란 이렇듯 우리가 최종적으로 듣게 되는 모든 악기의 배열, 색깔, 밸런스등 모든 걸 관장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듯 나가수의 뒤에는 빛나지는 않지만 숨은 편곡자들의 노고가 있음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들 편곡자들 중에 제가 제일 연로(?)해서 제가 나서기가 좀 쑥스럽지만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저또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나가수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 하광훈- 빈잔을 편곡하며
... 조회수 : 841
작성일 : 2011-05-17 12:53:59
IP : 220.73.xxx.22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5.17 12:57 PM (1.225.xxx.97)세번째 올라왔다.
2. ㅁ
'11.5.17 1:01 PM (175.124.xxx.128)편곡자가 누군가 했더니 이분이군요.
으아~~~ 재범씨 보다는 이분이 더 대단했다는.
멌있어요 하광훈님.
빈잔 처음 듣고 전율이. 우리나라에도 참 훌륭한 분들 많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3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88 |
682632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48 |
682631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30 |
682630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83 |
682629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8 |
682628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92 |
682627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21 |
682626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15 |
682625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806 |
682624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57 |
682623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7,000 |
682622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22 |
682621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201 |
682620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409 |
682619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18 |
682618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9 |
682617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098 |
682616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62 |
682615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32 |
682614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69 |
682613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400 |
682612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52 |
682611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48 |
682610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52 |
682609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65 |
682608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27 |
682607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15 |
682606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38 |
682605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098 |
682604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