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환갑을 넘으신 나이입니다.
환갑이 바로 되기 전에 방통대를 입학하셔서 올해가 졸업반이네요.
쉰이 되기도 전에 죽을날 기다린다며
매일 술에 식구들 다 진을 빼놓더니
어느날 삶의 의욕이 충만하여 방통대도 입학하고
스터디 그룹장을 하고...
아....
단체로 영화도 보러 다니시고
(최신영화 나보다 더 잘보시는 듯)
예전에 하던 잔소리는 각종 유명인사들을 명언을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버젼을 도입하셨고
방통대 수업을 듣기위해 각종 디지털 기기를 장만하시고
하루는 영어 공부가 안되서 하도 신경질을 내니... (한장 가지고 반나절 내내 끙끙),
엄마가 못살겠다며 나보고 가르치라고 해서 가르쳐 드리고, 또물어보시라고 했는데
평생 맘대로 하던 자식(김일성을 존경하심 자식 둘도 맘대로 못하는데 나라를 맘대로 한다고)한테
공부 배우기 자존심 상했는지... 바로 영어 접으심.
곧 졸업여행을 갈 예정인데
내가 갔던 여행지라서 여러 가지 정보를 드릴겸 했더니
자료 다운 받아주신다고 해서 카페에 함께 들어갔더니...
"~~ 까용."으로 끝나는 깜찍한 문체로 시험후 모임을 주선하지를 않으시나...
오늘은 여행 준비 자료 다운 받으려고
메일에 들어갔더니;;;
페이스북도 가입하시고
입학생의 멘토가 되셨는지... 팬레터 스러운 멘티의 편지도 하나 있고;;
평생 권위주의 지존으로 사셨던 아버지가
학교에서 이런 이중생활을 하시고 계셨더군요.
곧 졸업인데...
졸업하면 허무하셔서 어찌하실런지...
(내가보기엔 ) 딱히 공부도 안하시면서, 시험이라서 뭐 안되고 뭐안되고 그러셨는데
이러다 대학원 간다고 하시겠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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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중 생활
허허 조회수 : 1,754
작성일 : 2011-05-16 00:38:47
IP : 175.117.xxx.7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일성
'11.5.16 12:40 AM (203.170.xxx.113)존경하는 이유가 재밌으시네요
아버지 많이 젊어지셨겠어요2. 울아부지
'11.5.16 12:47 AM (125.180.xxx.163)공직에서 퇴직하신 후에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강의 들으시느라 바쁘시더군요.
원글님 아버님도 계속 뭔가를 배우시게 하시는게 좋으실 것 같네요.
그게 꼭 배움만이 목적이 아니라 동기들과 커뮤니티 생활도 재밌으시고
반장 노릇하는 것도 재밌으시고 하신거죠.^^ 생활의 활력소였을 거예요.
그 즐거움 계속 이어 가시게 해주세요.3. 그냥보기
'11.5.16 1:34 AM (125.178.xxx.157)배우는 것 정말 재밌잖아요~
이상하게 배우는 것은 나이가 들 수록 더 재밌어 지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젊을 때 배우지 못 했던 것들이(물론 저는 아직 젊지만) 더 강한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요.
이중생활이라시지만 즐거운 이중생활이네요. ^^4. 마지막하늘
'11.5.16 1:40 AM (118.217.xxx.12)듣던중 참으로 바람직한 "이중생활" 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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