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성북구 종암동 삽니다. 3년 정도 됐어요. 미용실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 긴 머리에서 머리 스타일을 좀 바꾸기로 하고 수소문 끝에 미아에 있는 유명 미용실에 가서 2만원 주고 잘랐습니다.
"~런 머리를 원하는데요." 하자 원장분 갸웃, "그게 그러니까 ~게 잘라서 ~게 되는 거요." 또 갸웃. 이러길 여러번. 저보고 책보고 고르라고 책을 줍니다. 그 책에 있는 사진들은 좀 부자연스럽거나 원하는 스타일과 다르기 마련이라 가장 가까운 사진을 골라 거기에 설명을 더하는데 계속 갸웃하거나, 은근히 협박합니다. "그러면 머리 웃기거든요?" 이런 식으로 .............누가 웃기게 해달라나? 내 나이 39살 지난 20여년 동안 자주 했던 머리 스타일이고 또 굉장히 평범한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설명하기 힘들줄이야...
드디어 자르고 집에와서 보니 순전히 자기식으로 잘라놨어요. 3주를 견디며 이렇게도 빗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그 머리에 만족하고자 노력하다, "여기서 한 10%만 바꿔도 될것같다. 잘 설명해야지"하고 다시 갔습니다. 물론 공짜 그런 생각은 아예 안합니다. 저는 남의 수고로움을 쉽게 취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번에 가서도 맘에 안들면 그냥 포기해야지 했습니다.
여전합니다. 어찌나 갸웃거리고, 협박하고, 타박하고..... 저는 그래도 그분 탓 안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안될 수 있는거다 생각했구요. 드디어 그 여자 원장 알아들었다 하더니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완전 완전 완전 못알아 들었어요ㅠㅠ- 근데, 문제는 머리를 자르면서 늘 하는대로 계속 제 탓을 합니다. "이렇게 쉬운 머리를 뭐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하시고..." "별것도 아닌걸 길게 설명하시니 제가 알아듣기 힘들죠." 등등 계속 계속,,,,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처음부터 갸웃거리셔서 설명 길어진거고, 서로 커뮤니케이션 안되는 건데 니탓이다 계속 그러시면 저 기분 나쁩니다." 그제서야 계속 제탓을 하던 그분 아차 싶었나 봅니다. 그게 아니고... 변명들.... 그러면서도 제탓.... 사람 습관이란게... 다 자르고 어떠냐 묻지도 않고, 2만원 잘 받더라구요. 당연히 내려 했지만. 그리고 안녕.
집에와서 일주일 정도 지났네요. 머리는 정말 맘에 안들었구... 종암동 여기 미용실들이... 그러다 평소 지나다니던 골목에 허름한 미용실을 들어갔는데 생각외로 꽤 북적이더라구요. 남자 선생님이 저를 맞습니다. 제가 한문장으로 설명하자 끄덕 합니다. 부연설명하자 끄덕합니다. 놀라서 물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 알아들으시는 거죠?" 눈물 났습니다. 뭐 그리 어마 어마 어마한 실력도 아니시고 식은땀 뻘뻘 흘리는 정성도 아니었지만, 자르는 내내 마음 편했고요. 다 자르고 나서 집에 가서 맘에 안들면 다시 오라고. 그리곤 7천원 받으시더라구요. 만 2천원이 아닌.... 7천원. 미안할 정도.
근데 그날 밤 저는 그 미용사분이 제 말을 다 알아는 들으셨지만 원한 거 보다 약하게 자르신 거 알고 제가 직접 잘라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다시 가서 -정말 망설인거예요- 설명하고 내가 이렇게 잘라보았다 설명했더니 또 끄덕 하시면서 잘라주십니다. 전체적으로 손보시고는 또 마음에 안들면 또 오라고... 제가 돈 내밀자 기어코 안받겠다고 하시다가 3천원 받으셨습니다.
제가 지금 여러 이유로 매직 안하고 뻐티고 있는 39살 곱슬머리 여인입니다. 그런거 감안하고 그냥 무조건 지금 머리에 만족합니다. 머리가 잘 잘리면 얼마나 잘 잘리고 못잘리면 얼마나 못잘리겠습니까만은, 이런 장인 정신과 친절함-살살거리는 친절함이 아닙니다-을 가진 미용실은 처음 봤습니다. 자랑할만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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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용실이다!!!
.. 조회수 : 1,042
작성일 : 2011-05-12 13:44:25
IP : 58.151.xxx.4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싸~~
'11.5.12 1:51 PM (121.129.xxx.153)저 종암동 살아요(숭례초등근처)
어디 미용실인지 알려주세요
동네 엄마들에게 소문좀 내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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