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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용실이다!!!

.. 조회수 : 1,193
작성일 : 2011-05-12 13:39:50
저 성북구 종암동 삽니다.  3년 정도 됐어요.  미용실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 긴 머리에서 머리 스타일을 좀 바꾸기로 하고 수소문 끝에 미아에 있는 유명 미용실에 가서 2만원 주고 잘랐습니다.

"~런 머리를 원하는데요." 하자 원장분 갸웃,  "그게 그러니까 ~게 잘라서 ~게 되는 거요." 또 갸웃.  이러길 여러번. 저보고 책보고 고르라고 책을 줍니다.  그 책에 있는 사진들은 좀 부자연스럽거나 원하는 스타일과 다르기 마련이라 가장 가까운 사진을 골라 거기에 설명을 더하는데 계속 갸웃하거나, 은근히 협박합니다. "그러면 머리 좀 웃기거든요?" 이런 식으로 .............누가 웃기게 해달라나?  내 나이 39살 지난 20여년 동안 자주 했던 머리 스타일이고 또 굉장히 평범한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설명하기 힘들줄이야...

드디어 자르고 집에와서 보니 순전히 자기식으로 잘라놨어요.  3주를 견디며 이렇게도 빗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그 머리에 만족하고자 노력하다, "여기서 한 10%만 바꿔도 될것같다. 잘 설명해야지"하고 다시 갔습니다. 물론 공짜 그런 생각은 아예 안합니다. 저는 남의 수고로움을 쉽게 취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번에 가서도 맘에 안들면 그냥 포기해야지 했습니다.

여전합니다.  어찌나 갸웃거리고, 협박하고, 타박하고.....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안될 수 있는거다 생각했구요.  드디어 그 여자 원장 알아들었다 하더니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완전 완전 완전 못알아 들었어요ㅠㅠ-  근데, 문제는 머리를 자르면서 늘 하는대로 계속 제 탓을 합니다. "이렇게 쉬운 머리를 뭐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하시고..." "길게 설명하시면 제가 못알아듣죠." 등등 계속 계속,,,,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처음부터 갸웃거리셔서 설명 길어진거고, 서로 커뮤니케이션 안되는 건데 니탓이다 계속 그러시면 저 기분 나쁩니다."  그제서야 계속 제탓을 하던 그분 아차 싶었나 봅니다.  그게 아니고... 변명들.... 그러면서도 제탓.... 사람 습관이란게...   다 자르고 어떠냐 묻지도 않고, 2만원 잘 받더라구요. 당연히 내려 했지만. 그리고 안녕.

집에와서 일주일 정도 지났네요.  머리는 정말 맘에 안들었구... 종암동 여기 미용실들이...  그러다 평소 지나다니던 골목에 허름한 미용실을 들어갔는데 생각외로 꽤 북적이더라구요.  남자 선생님이 저를 맞습니다. 제가 한문장으로 설명하자 끄덕 합니다. 부연설명하자 끄덕합니다. 놀라서 물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 알아들으시는 거죠?" 눈물 났습니다. 뭐 그리 엄청난 실력도 아니시고-그런 사람 못봤습니다- 식은땀 뻘뻘 흘리는 정성도 아니었지만, 자르는 내내 마음 편했고요. 다 자르고 나서 집에 가서 맘에 안들면 다시 오라고. 그리곤 7천원 받으시더라구요.  만 2천원 아닌.... 7천원.  미안할 정도.

근데 그날 밤 저는 그 미용사분이 제 말을 다 알아는 들으셨지만 원한 거 보다 약하게 자르신 거 알고 제가 직접 잘라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다시 가서 -정말 망설인거예요-  설명하고 내가 이렇게 잘라보았다 설명했더니 또 끄덕 하시면서 잘라주십니다. 전체적으로 손보시고는 또 마음에 안들면 또 오라고... 제가 돈 내밀자 기어코 안받겠다고 하시다가 3천원 받으셨습니다.

제가 지금 여러 이유로 매직 안하고 뻐티고 있는 39살 곱슬머리 여인입니다. 머리가 잘 잘리면 얼마나 잘 잘리고 못잘리면 얼마나 못잘리겠습니까만은,  이런 장인 정신과 친절함-살살거리는 친절함이 아닙니다-을 가진 미용실은 처음 봤습니다. 자랑할만하지요?
IP : 58.151.xxx.4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1.5.12 1:45 PM (114.205.xxx.166)

    저도 머리때문에 방황하다가
    앉으면 알아서 잘라주는 미장원 만나서 정말 행복해요.

    이 아저씬 먼저 말 걸지 않으면 절대 말하지 않아서 좋구요,
    물론 저도 말걸진 않습니다.
    (미장원에서 이런저런 대화하는거 딱 질색.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도 두껍고 반곱슬인 문제성 머리카락인데 머리감고 드라이로 말리기만 하면
    머리 모양이 딱 잡혀서 너무 좋아요.

    망하지나 말아야 할텐데.

  • 2. 꿈꾸는나무
    '11.5.12 1:50 PM (211.237.xxx.51)

    그럴때를 대비해서 원하는 헤어스타일사진을 가지고 있는게 편하더라고요.
    맘에 드는 머리가 나왔을때 핸폰이든 디카든 찍어놓든지 아님 잡지책같은데서
    보면 오려놓든지 하심 편해요..
    지금 그 머리도 한장 찍어놓으세용..

  • 3. 저도
    '11.5.12 2:26 PM (218.155.xxx.145)

    비슷한 경험 있어요
    이사 온 동네에는 미용실이 참 많은데 몇군데 다녀봐도 맘에 드는 곳이 없거나
    괜찮아서 다음에 가보면 그 미용사는 다른 곳으로 갔는지 없더군요
    그러던 중에 옆동네에 잘한다고 소문 난 미용실이 있어서 미리 알아 보려고 전화했더니
    원장은 시간 예약을 해야 된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갔어요

    가서 이러 저러하게 커트해 달라고 주문하니까
    그 원장 왈, 제 말은 알아 듣겠는데 , 그렇게 자르면 별로라면서 자기 주장만 하는거에요
    손님 소파에 앉아 얘기했는데 미용 의자에 와 앉으라는 말도 안하고 머쓱하더군요
    암튼 예약까지 하고 왔고 잘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실력은 있겠지 싶어
    알아서 커트해달라고 하니 , 그때서야 의자에 와서 앉으라고 하데요
    그런데 커트한 후에 보니까 역시 맘에 안들었어요
    그 정도 커트 실력 가지고 그렇게 뻗댔나 싶은게 참 어처구니 없고
    미용사 실력이라는게 , 손님이 원하는대로 해주거나
    그에 더해서 좀더 낫게 해주는게 실력이지
    손님 말은 부정하고 자기 주장대로만 하는건 결코 실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4. 덧붙여
    '11.5.12 2:28 PM (218.155.xxx.145)

    헤어스타일북에 제가 원하는 비슷한 스타일 보여줘도 그여자는 한사코 자기 주장만 했어요

  • 5. ㅡㅡ
    '11.5.12 4:15 PM (125.187.xxx.175)

    저 성북구 돈암동 사는데 그 남자미용사 계시는 미용실 어딘지 알고 싶어요.
    머리 한 번 자르러 가려면 스트레스 엄청나거든요.
    꼭 부탁드려요~

  • 6. 저도
    '11.5.12 4:58 PM (58.122.xxx.58)

    말없는 선생님땜에 다니는 미용실있어요
    말없어도 무관심이나 퉁명함이 아니라 한마디해도
    따뜻함이 느껴지거든요 말수도 없구요
    근데 거기는 스텝분들이 정말 난리도 아니에요
    귀쑤시면서 물갖다주고 머리해주다 말없이 가버리고 염색해주면서
    자기들술먹은 얘기하고 깔깔대고...정말 친절은 바라지도않아요

    오직 선생님이 맘에들어 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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