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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언어에 대한 오해

수능언어 조회수 : 945
작성일 : 2011-05-07 11:08:30
가끔 게시판에 수능언어에 대한
글이 있어서 조금 도움이 될까하여
글 올립니다.

수능 언어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언어는 공부를 해도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이 불평에는 언어 학습의 핵심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말은 “다른 과목과 같은 방법으로 언어 공부를 하였으나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다른 과목과 같은 방법으로’라는 언어 학습 방법이다. 공부를 해도 언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학습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 경우도 그렇지만 언어 학습에 대해서도 많은 편견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몇 가지를 지적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 언어도 암기 과목이다. 2) 언어 실력이 있어야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3)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이 편견들은 언어 학습의 심각한 장애가 된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여도 성과가 없으므로 언어 학습을 기피하게 되고 심지어 언어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연속 된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언어 학습 방법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첫째 언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한 과목이다. 둘째 언어 실력이 있으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나 언어 실력이 있다고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셋째 언어 학습을 위해서는 배경 지식이 필요 없다. 이런 조언은 상식과는 일치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당혹감을 느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언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하나씩 그 이유를 살펴 보자.

1. 언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다.
먼저 시 한 편을 감상하기로 하자.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2006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 출제된 시이다. 대부분의 학교와 학원에서는 이 시를 ‘바다와 나비의 대조를 통해서 역사 혹은 운명과 같은 거대한 힘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함으로써 식민지 시인의 초라한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해설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과연 앞의 해설을 유추할 수 있는가? 이런 식의 해설은 김기림이라는 시인을 연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며 학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시를 이해하기보다는 암기할 수밖에 없다. 언어 학습에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다른 시 한 편을 보기로 하자.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 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김종길, 고고(孤高)

‘고고’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지 않으나 2007년 수능에 출제된 시이다. 여러분들이 처음보는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출제 경향을 분석해 보면 시 문항은 일반적으로 교과서에 없는 시 한 편을 반드시 포함하여 3편의 시에 대한 5개의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이 문항을 7분 만에 해결해야 한다.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엄청난 분량의 시는 암기로 해결한다 하더라도 처음 보는 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 문항 출제 경향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시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며 이런 점은 언어의 다른 문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학생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암기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입식 학습이 야기하는 무서운 결과 중 하나이다. 이 방법은 수능 언어에는 통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도 성과가 좋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아무리 많은 시간을 언어 학습에 투입하더라도 결코 언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2. 언어 실력이 있다고 반드시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언어 실력이 있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나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말장난 같은 이런 말을 구태여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심리 상태가 언어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과생들은 문과생들에 비해 언어 성적이 좋지 못하지만 자신 있는 문항을 들라고 하면 비문학의 과학, 기술 문항을 든다. 그에 반해 문과생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문항을 물어보면 마찬가지로 과학, 기술 문항을 든다. 무엇인가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성적이 좋지 못한 한편에서 가장 자신 있는 문항이 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다른 한편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문항이 될 수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과생들은 문과생들보다 과학, 기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과학, 기술 문항을 선호하는 것이다’라고.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과학, 기술 지문을 이해하기 위해 특별한 과학, 기술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능 언어 출제에 과학, 기술과 관련된 사람들이 출제 위원에 포함되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보다 합리적인 설명은 학생들의 자신감에 있다. 이과생들은 괜히 자신감이 있는 반면에 문과생들은 공연히 위축되어 있기에 이런 불균형이 발생하며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시험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모든 과목이 마찬가지이지만 언어에서도 자신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과목에 비해 언어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면 자신의 실력에 걸맞는 성적은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다. 수능에서 언어의 변동성이 가장 크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소심하면서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이 평소 실력보다 1~2등급 처지는 점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보다는 드문 경우이지만 평소 2~3등급이나 수능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감과 또 다른 언어 학습의 강력한 무기인 집중력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3. 언어 학습은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언어 학습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편견은 언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배경 지식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는 문항은 주로 비문학 문항들이다. 비문학 문항은 크게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언어학의 6개로 나누며 각 항목에는 다시 하위의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문은 철학, 역사 등 인문학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이 모든 분야의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대한민국에서 이 모든 분야에 지식이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 심지어 학교에서도 배경 지식 운운하는 말은 오늘도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는 방법론이 결여된 어떤 해결책도 실제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마다 언어 시험에서는 무시 못할 숫자의 만점자가 나오지만 그들도 고등학생일 뿐이다. 만점자들이라고 어떻게 모든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이 한가지 사실만 주의 깊게 생각해 보아도 배경 지식 운운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 언어 시험은 결코 배경 지식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주어진 지문과 물음으로 학생들의 언어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학원에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논술을 가르친 한 학생은 초등학교부터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그는 강한 자생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 달간의 논술학습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은 학교에서 논술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학원을 찾았지만 다른 과목들은 학습 방법을 알고 있었기에 학원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언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만 그들의 고민을 관찰해 보면 근거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학습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도 그들은 목적지 없는 항구를 향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학습은 학생이 하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학원에의 과도한 의존은 바램과는 달리 학생의 자생력에 치명적인 결함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언어는 우리말인데 최소한 2등급을 받지 못한다면 이상한 일 아닌가?
IP : 182.172.xxx.13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1.5.7 12:48 PM (58.236.xxx.226)

    원글님. 여쭤보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상담좀 받고 싶은데요
    제가 쪽지 보내기를 할줄 몰라서요..
    연락드릴 방법이 없을까요?
    부탁드립니다.

  • 2. 수능언어
    '11.5.8 9:50 AM (182.172.xxx.139)

    자유게시판은 쪽지가 안되서
    메일 알려드립니다
    seh1seh@hanmail.net

  • 3. ~
    '11.5.8 10:14 AM (112.185.xxx.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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