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선물
나는 수심 12미터가 넘는 바닷속에 혼자 들어가 있었다
혼자서 그렇게 바닷속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정도 실력이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한번 시도를 해 본 것이다
물살의 흐름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물 속은 투명하고 따뜻했으며, 무엇보다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이 나를 매혹시켰다
나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이리저리 바다 밑을 탐색하고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복부에 쥐가 나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달았다
그렇다고 겁을 먹을 정도로 놀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복부의 심한 경련 때문에 몸을 똑바로 펼수가 없었다
몸이 브이자처럼 완전히 굽혀졌다
일단 몸에 매단 무거운 잠수용 벨트를 벗어 버리려고 해 봤으나 몸이 너무 심하게
굽혀져서 그곳까지 손이 닿지도 않았다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차츰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조금 후면 산소 탱크의 공기가 바닥나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배를 문질러 보려고 필사적으로 시도했다
그러나 손을 뻗어 쥐가 난 복부 근육을 문지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잠수복을 걸치지 않은 맨몸이었는데도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당황한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난 아직 할 일이 많단 말야!"
내가 미처 어떤 준비도 갖추기 전이었다
갑자기 무엇인가 내 뒤쪽으로 다가와 겨드랑이 사이를 푹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소리쳤다
"아, 안돼! 상어가 왔어!"
나는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나를 해치는 대신에 강한 힘으로 내 겨드랑이를 떠받쳐 물 위쪽으로 들어올리고 있었다
내 시야 속에는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내가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는 가장 불가사의한 눈이었다
단언하건대, 그때 그 눈은 분명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돌고래의 한쪽 눈이었다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돌고래는 내 겨드랑이 사이에 자기의 등을 집어넣고서 나를 위쪽으로 힘껏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긴장을 풀고 한쪽 팔로 돌고래를 껴안았다
그 동물이 나를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고 있음이 느껴졌다
돌고래는 그런 식으로 물 위쪽으로 나를 데려다 주고 있을뿐 아니라 동시에
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 난 그것을 느낄수 있었다
수면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복부의 경련이 사라졌으며 몸 전체가 더없이 편안해졌다
돌고래가 나를 치료한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다가왔다
수면에 떠오르고 난 다음, 돌고래는 계속해서 나를 해안까지 데리고 갔다
물이 아주 얕은 곳까지 왔기 때문에 나는 이러다가 돌고래가 해변 위로 올라가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부드럽게 돌고래를 떠다밀어 약간 깊은 곳으로 가게 했다
돌고래는 그곳에 멈춰 서서 나를 쳐다보며 기다렸다
내가 과연 안전한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다른 인생처럼 느껴졌다
나는 얼른 해변에다 무게 벨트와 산소 탱크를 벗어 놓았다 모든것을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다시 바닷속 돌고래에게로 돌아갔다
나는 너무나 가볍고, 자유롭고,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 모든 자유 속에서, 물과 태양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어졌다
돌고래는 나를 다시 물 밖으로 밀어 내기도 하고 내 주위를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나와 함께 장난을 쳤다
그 순간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많은 돌고래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얼마 후 돌고래는 다시금 나를 해변으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너무 지쳐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만 같았다
돌고래는 내 안전을 위해 가장 얕은 물까지 나를 데리고 갔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한쪽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서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시간이 내게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어쩌면 시간이 아예 사라져 버린 순간인지도 몰랐다
그 순간에는 내가 마치 다른 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아득히 먼 과거로부터
무수한 상념들이 내 마음을 통해 밀려오는 것이었다
이윽고 돌고래는 특유의 소리를 한 번 보내고는 다른 돌고래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 모두 먼 바다로 사라져 갔다
엘리자베스 가웨인
닭고기 스프 발췌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1분 명상.
따진 조회수 : 147
작성일 : 2011-05-01 22:03:53
IP : 61.82.xxx.8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