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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는 틀렸는가. 그가 대변하는 가치는 옳았지만

조회수 : 123
작성일 : 2011-04-25 08:29:45
서남표는 틀렸는가. 그가 대변하는 가치는 옳았지만 그의 방식은 틀렸다는 식의 안전한 줄타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가치도 옳았고 방식도 옳았고 틀린 것은 그래서 학생이라는 자기 확신에 찬 신념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서남표의 카이스트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공짜와 책임, 철밥통과 경쟁, 나태와 속도, 안주와 도전이라는, 애초 불공평하게 짝지워진 가치체계가 서남표의 카이스트를 5년 가까이 끌어왔다. 한국 사회는 후자의 가치를 진작에 전유했거나, 자신의 것으로 하려 했다. 그래서 서남표를 거부하는 것은 공짜를 바라는 것이고 개혁을 거부하는 것이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개혁했다는 세계적 공학자를 거부하는 일이 된다.


학생부터 학장까지, 만들어진 신화


그렇다고 이제 서남표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창의성보다는 경쟁을 강조하고, 대학 줄세우기의 정점인 카이스트 내부에 또다시 줄을 세우고, 이제는 미국 대학에서도 통용되지 않는다는 구닥다리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선진 문물인 양 개혁이라는 외피로 한국 대학에 이식하려 한다는 비판을 또다시 추인하는 꼴이 된다. 어쨌든 한국 사회가 ‘대학 개혁’이라는 문제에 이 정도로 집중하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서 못했던 검찰 개혁을 스스로 몸을 던지며 살려냈듯이. 카이스트에서는 학생이 대신 몸을 던졌지만.

주장하는 대의는 카이스트 개혁이라는 점에서 2006년의 서남표와 2011년의 서남표는 같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는 의미다. 그래도 서남표라는 기표는 강하다. 견고하다. 해마다 콩알 같은 평가 항목으로 고만고만한 국내 대학들을 깨알 같은 점수 차로 줄 세우는 일부 언론이 서남표 신화를 떠받치고 있다. 인간의 박 터지는 고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신화가 치고 들어올 때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서남표 신화는 몇 가지 단순한 코드로 반복된다. 변주도 아니고 반복이다. 힘들여 하이 코드를 잡지 않는다. 서남표를 다룬 책들이 그렇고, 그를 만난 인터뷰가 그렇고, 그가 직접 나선 강연이 그렇다. 3년 전에 나왔던 책 내용 그대로 질문이 되어 나오고 기다렸다는 듯 같은 답이 나온다. 미국에서의 일화가 많다. 서 총장이 반세기 미국 생활에서 보여준 의지의 신화가 신화적 의지로 다시 반복된다

구성원과 소통을 배제한 자기 확신


중국어도 영어로 배우는 영어몰입 수업, 정해진 기간에 졸업을 못하거나 학위를 못 따는 학생들에게 돈 물리기, 반발을 선한 의지로 극복하기. 카이스트는 50년 전 브라운앤드니컬스, 40년 전 카네기멜런, 30년 전 NSF, 20년 전 MIT의 재림으로 보인다.

유효한 신화도 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외형적으로 카이스트의 세계 대학 순위는 올라갔다. 카이스트에서 그가 보여준 모든 것을 학생들이 죽어나간 지금의 기준으로 부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반면 서남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절반만 가지고 카이스트를 밀고 간다. 이명박 대통령도 40%대 지지율로 한국을 밀어붙이지만, 정치와 교육은 같을 수 없다. 서남표는 2008년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어로 공부하기 어떠냐고 물었더니 50% 이상이 더 좋답니다. 그리고 한국말로 가르칠 때보다 강의 평가가 더 높게 나옵니다. 교수님들이 준비를 더 했다는 거죠. 그러니 이제는 어떤 일이 있는 줄 아세요? 이제는 영어에 대해 한마디도 없습니다. 반대했던 사람도 다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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