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45되는 아줌마입니다. 요즘 권태기인지 남편얼굴만보면 입술이 아래위로 닫히고 머리가 하얗게됩니다.
말하고 싶지도 않고 남편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안듭니다.
외부에서보면 너무 사이 좋은 부부입니다.
남편도 착하고....
남편은 항상 제가 슈퍼우먼인줄압니다.
물론 제가 그런 척하고 살았기때문이겠지요.
이번에 빵하고 나를 터뜨리게 한일은
제가 맞벌이인데... 요즘 일이 많아 정신이 없는 중이고
아들녀셕은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제가 봐주어야 하고(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지라...)
새로 이사가는 집 인테리어공사때문에 밤을 세워 고민하고....
하여간 이런데 한 2주일 열심히 술마시더니(맣이는 아니라도 매일)
갑자기 속이 안좋다고 죽을 먹어야겠다네요.
죽이 어디 그냥 뚝딱하고 나옵니까?
이게 다 제 일거리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뭘안해주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아침마다 생과일주스다 홍삼액이다해서 먹이거든요. 밥도 당연히....
하도 화가나서 다음날 당장 내시경하러가자고했지요.
아픈데가 있으면 진료를 받고 치료를 해야되지 않느냐구요,
내시경 결과 위염도 없더군요. 깨끗하고 선홍색의 위....
제가 한달 전인가 위식도 역류라서 고생하고 있던 주말
마트가서 인심쓰더군요.
전복도사고, 닭도 사고....
주말 내내 보양식으로 영양죽 끓여서 먹으라고....
닭죽, 전복죽은 그냥 사오면 끓여지냐구요.
이것도 다 제몫이잖습니까 끓이는 것은 둘째치고 치우는 것은 어쩌라구요.
식기세척기 즐겨쓰지만 식기세척기는 혼자 그릇정리해서 씻어주는 건 아니잖아요.
어제 새볔에 일이있어 먼저 나왔는데
아이데려다주고 문자가 왔더군요.
문자 보니 더 화가나서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묵묵부답....
저녁에 친구만나서 저녁먹고 들어와서
그래도 술마시자는 것 뿌리치고 들어왔다더군요.
감사하기도 하시지.....
이제 화도 안납니다.
결혼 16년 동안 제가 먼저 이럴때마다 맥주라도 마시자고 해서 풀었는데
이제 더이상 풀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다음주 제 생일인데
뻔하게 싸구려 음식점에서 팬시용품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할 물건들을 사주며 생색을 내겠지요.
내가 이걸 고르느라 하루를 보냈다고.
결혼 전에는 감성적이라고 생각해서 결혼했었는데
마흔이 넘으니 감성보다는 물질이....ㅋㅋ
오늘 아침 생일에 내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모임이 있다고 말해두었습니다.
같이 밥먹기 싫어서
알겠다고 하더군요.
그냥 마음에 안드는 부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싫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챙겨주지는 않는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사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이사하는 집은 방이 하나 더 있으니 그래도 숨이 트일 것 같습니다.
여기다 욕이라도 하고 나니 마음은 편하네요.
이게 권태기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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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권태기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frizzle 조회수 : 662
작성일 : 2011-04-21 09:37:14
IP : 119.65.xxx.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4.21 9:51 AM (211.246.xxx.173)세상 어떤 대작가도 픽션으로는 이런 문장 못쓸 듯 싶어요. 정말 님 글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맘에 안드는 부장 딱입니다!!!
2. .
'11.4.21 11:44 AM (211.58.xxx.145)"마음에 안드는 부장"에서 격한 공감을 했습니다.
저는 8년차밖에 안되었지만, 정말 꼴도보기 싫은 일을 한번 겪었더니 그담부터는 정내미가 떨어져서 붙이느라 힘들었습니다. 이후 여차저차해서 떨어진 정을 조금 붙이고 살긴 하지만, 저 역시 그냥 좀 안맞는 든든한(남편이 있어 든든할때 있잖습니까...) 친구랑 같이 산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3. frizzle
'11.4.21 4:09 PM (119.65.xxx.6)ㅋㅋ 포기기 절대 공감입니다. 기대하지 않고 살기로 생각했습니다. 16년 말해도 안고쳐지는 것이 이제와서 고쳐지겠습니까.... 저 자신을 위해서도 시간을 보내야 겠습니다. 취미생활도하고... 친구만나 수다도 떨면서....그래도 정내미떨어지는 남편이랑 오늘 밤에도 한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것이 싫기는 하네요. ㅎㅎ 침대 한귀퉁이에 붙어서 잤더니 아침에 목이 뻐근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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