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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소박이...그 험난한 여정 ㅠㅠ

마고 조회수 : 1,464
작성일 : 2011-04-19 15:43:12
40평생 오이 소박이 한번 못 만들어 본 무능한 아짐입니다.

하지만 어제는 조카가 오이 소박이라면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울정도로 좋아해서
백화점 지하에서 꼴랑 오이 한 개 정도 되는걸
5천원 주고 한 팩 사왔노라며 꺼내놓는 여동생을 보고 있자니
드뎌 내 인생에서 오이 소박이를 시도할 때가 되었다는걸
직감하고 일단 폭풍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저도 참 한숨 나오는 실력의 무능한 아짐입니다만
전 그래도 홀홀단신의 독거츠자라기도 하지요.
아니다.......독거노인이구나 ㅠㅠ

제 여동생은 박사과정 막판이라 논문에 보따리 싸들고
전국을 누빈다는 시간강사라는 처지도 처지지만
집구석에 가보면 조선간장, 설탕, 참기름, 고추장 등등도
없이 사는 수퍼 울트라 무능 아짐입니다.

엄마........딸래미들을 어찌 이리 키우셨나요 ㅠㅠ

온갖 레시피란 레시피는 죄다 섭렵하고 나서
오늘 아침 드뎌 집 근처 마트에 당당히 재료를 사러 갔습니다.

왠지모를 "나 오이 소박이도 담궈 먹는 여자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아침 8시반에 마트에 전화해서
몇 시에 오픈하냐고까지 물어봤다는;;;;;;

오픈에 맞춰 맹렬한 기세로 카트를 달려 오이판매대에
도착해보니 5개에 1,580원인가 하더군요.

당췌 이게 싼건지 비싼건지 알턱이 있나요.
음.......오이값이 이정도여꾼!!! 이럼서
무려 20개를 꼼꼼히 골라 봉지 2개에 나눠 담았습니다.

여동생네도 주고 부모님댁도 해다 드리겠다는 야무진 일념으로 오이를 고르며 어찌 생색을 제대루 내줄것인가
열심히 궁리도 했더랬습니다.

딸래미가 42년만에 오이 소박이를 해들고 찾아가면
엄마는  우실지도 몰라.....
뭐 요따위 생각도 잠시 했던것 같습니다. 쿨럭.....;;;

부추와 마늘 다진 것, 젓갈등 (근데 까나리젓 넣는거 맞나요?)
을 같이 골라 계산대에 갔는데.............

계산하시는 분이 오이가 몇개냐고 묻더군요.
자랑스럽게 20개라고 대답해드렸습니다.
살림 쩜 하는 고수처럼 보이겠지......하며;;

세어보시더군요.
속으로 저 직원분 일 제대로 하네......
그럼서 품위있게 기다렸지요.

"손님, 21개네요?"

헉..............그럴리가 없는데 ㅜㅜ
제가 살림은 젬병이지만 나름 완벽주의기질이 강합니다.
하나하나 모양이랑 단단한걸로 얼마나 오랫동안 꼼꼼히 골라
두번이나 세어봤는데 21개라니..........

제 뒤로 서너명은 더 줄을 서있고
바로 뒤에 할머니는 자꾸 밀고 들어와
제 계산 모니터를 같이 들여다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어찌나 민망하고 급당황했던지 ㅠㅠㅠㅠ

그...그..럴리가 없다며 심하게 말을 더듬는 저를 보더니
내가 한번 더 확인해준다는 분위기로 한번 더 세어보시더군요.

참 길게도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슬며시 오이 한개 더 끼워넣은 진상 아짐이 되어 서 있노라니
뒤에서 저 아줌마 뭐야?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것도 같고..........환청이었을 겁니다.
환청이어야 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

다 세어본 직원분이 "휴........그냥 가져가세요"
라며 오이를 건네줍니다.

아니........이 시츄에이션은 머지ㅜㅜ
21개가 맞는데 저희 Gx 수퍼마켓은
이따위 오이 한개로 고객님의 기분을 망쳐드리고 싶지는 않네요............딱 요 부뉘기 ;;;;;;;;;;;

주섬주섬 장 본걸 챙겨서 빛의 속도로 마트를 빠져나왔습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진짜 21개면 어떻하지.......
오이 한개를 들고 권x화 직원을 찾아가
잘못했다며 돌려줘야 하나 ㅜㅜ

참담하고 민망한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식탁위에 오이를 좌르르 펼쳐놓고 세어봤습니다.

20개 맞쟈나욧!!!!!!!!

아놔 증말 ㅠㅠ

이미 망신은 다 당한거........
묵묵히 소금에 절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오이 소박이에 도전한다는 설레임 따윈 없었습니다.

또 꼴에 검색하면서 본 건 있어서
소슴물을 펄펄 끓여서 부으려고 보니
소쿠리? 체망? 암튼 마땅히 큰게 없더군요.

도시빈민처럼 먹고 사는 집구석에 그런 고급 주방용기가
있을 턱이 있나요.

엄마가 사골 우려서 담아오신 커다란 들통이 있길래
거기에 펄펄 끓는 소금물과 오이 20개 투척 완료!

어제 82대문에 올라온 어느 님의 오이 소박이
과정샷을 보니 1시간 반 정도 절이셨다길래
정확히 1시간 반 후에 들여다보니.......

이것은 내가 알던 오이라는 채소가 아니야 ㅠㅠㅠㅠ

오이 20개..........다 버렸습니다.

잠시 82에 익어버린 오이 20개 어떻게 활용할지
지혜를 나눠 주세요~~라는 글을 올려볼까
잠시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무능한 제가 봐도 이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과감히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고고씽 ㅜㅜ

실은 더 이상 오이 꼬라지도 보기 싫어서;;;;;;

여동생에게 큰소리도 잔뜩 쳐놨고
조카 바꾸라고 해서 이모가 오이 소박이 잔뜩 해줄게~~~
이모가 쵝오지??
막 요따위로 입방정을 떨어놨기에 어떻해서든 다시
도전은 해야겠는데 일단 다른 마트부터 알아봐야겠네요.

글고 일부 블로거 여러분!!!

오이 소박이에 팔팔 끓인 물 따위의
위험한 레시피엔 초보는 따라하지 말라는
친절한 부연 설명 부탁합니다. ㅠㅠ


IP : 211.246.xxx.201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잉?
    '11.4.19 3:50 PM (64.180.xxx.223)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신건지,,팔팔 끓는물 넣어도 익진 않거든요,,
    오이지라도 만들지 그러셨어요 아깝당,,,

  • 2. ㅎㅎㅎ
    '11.4.19 3:53 PM (175.119.xxx.188)

    마고님은 황당하실텐데 글을 너무 눈에 보이듯 잘쓰셔서 웃고말았어요. ㅎㅎ

    에이, 오이 20개는 처음부터 너무 많잖아요.
    5개 정도로 시작해보시지...

    그리고 뜨거운 소금물 부어둔 오이가 색이 이상해서 버리신건가요?
    그게 정상인데요. 아깝게 왜 버리셨대요... (염장질임..ㅎㅎㅎ)
    살짝 말캉하게 절여진 오이에다 양념한 부추만 집어넣음 끝나셨을 걸...

  • 3. ..
    '11.4.19 3:55 PM (114.203.xxx.5)

    ㅎㅎㅎ 그러게요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
    저도 소박이 담글때 오이 소금끓인물? 여기에 오이 절이는데 아쉽네요
    반절은 성공하신건데요~

  • 4. 마고
    '11.4.19 4:00 PM (211.246.xxx.226)

    으응??? 막 오이가 휘청휘청하던데요???
    그렇게 힘이 없어진 오이로 아삭한 오이 소박이는
    못 만드는거 아닌가요????? ㅠㅠㅠㅠ

  • 5. .
    '11.4.19 4:01 PM (110.14.xxx.164)

    끓는물에 절인 오이가 이상하면 그냥 장아찌 하심 되는데요 아까워라
    소박이는 전 그냥 굵은소금 뿌리거나 소금물 뿌려요

  • 6. ..
    '11.4.19 4:03 PM (112.72.xxx.185)

    전에 한번했던게 맛있어서 한번또 해먹어야하는데 귀찮아서 못해먹고 있어요
    전 시큼한거싫구요 절이지않고 칼집내서 부추 당근 무채에 김치양념빨갛게 깨도 넣고
    바로 속집어넣어 먹으니 맛있던데요 오이를 몇개먹을것만 하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그때그때 ...속은 한두번먹을정도로 하구요

  • 7. ㅎㅎㅎ
    '11.4.19 4:05 PM (175.119.xxx.188)

    아이고...ㅎㅎㅎ

    마고님, 그렇게 휘청거리는게 잘 절여졌다는 거에요.
    절였는데도 안 휘청거리면 소박이를 담글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절여진 상태에서 해야 아작아작한거에요.
    그 상태로 몇번 더 끓여부어 절구면 오이지가 되는 거구요.
    음..
    지금부터 마고님, 아까워서 속쓰리시는 건가요??

  • 8. .........
    '11.4.19 4:06 PM (112.158.xxx.9)

    저도 며칠전에 소박이 담갔는데요...뜨거운 소금물 붓고 30,40분만 있어도 잘 절여져요...
    한시간 둔적도 있었는데 30분만 둔게 더 맛있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익은듯 오이살이 좀 투명하게 보여도 먹으면 아삭거리고 맛있는데 그냥 담그지 그러셨어요..
    짓무르지 않고 오래갈텐...오이 20개..제가 다 안타깝네요...
    하지만 한번 실패의 쓴맛(?)을 보셨으니..두번째는 꼭 성공하실꺼에요...^^

  • 9. 시간을 너무 오래두
    '11.4.19 4:06 PM (118.222.xxx.60)

    예전에 TV에서 배운건데 한번씩 해먹습니다.
    김치 얻어 먹고 사는데 가끔씩 남편 주려고 합니다.

    오이 한개당 물1컵에 소금2스푼 넣고 끓여서 쌀어둔 오이를 넣는다
    칼집을 가운데에 넣었으면 5~6분 후 찬물에 샤워
    가장자리에 넣었으면 3~4분후 찬물에 샤워
    오이를 손가락으로 잡고 휘면 곡선으로 휘어질 정도로 절여집니다.

  • 10. 20개나..
    '11.4.19 4:10 PM (121.147.xxx.96)

    처음이신데 20개나 하시려구요........

    저도 오이소박이 좋아하는데 엄마가 싫어하시는지 지금까지 한번도 해주신 적이 없더라구요.
    수일내로 도전해봐야겠다.해서 오이 몇개 살까 고민중인데
    실패한 음식이 종종 있어서
    냉장고에 오이하나 있길래 부추만 500원어치사서 하나만 해보려고 했어요
    제가 너무 소심한 건 가요 ㅋㅋㅋㅋㅋㅋ

    2-3개 정도만 해보시고 맛이 괜찮다 싶으면 대량생산 하셔요!!

  • 11. 이크..
    '11.4.19 4:25 PM (119.71.xxx.4)

    저는 5센티미터 정도로 잘라서 십자모양으로 칼집낸후
    뜨거운 소금물 30분 담궜다 꺼냈는데 잘 절여져서
    처음이었지만 대성공해서 맛나게 묵었어요 ㅎㅎㅎ
    이젠 좀 많이 담을려고 합니다요
    뜨거운소금물에 절이니 확실이 물컹안해지고 아삭아삭 하던데요?

  • 12. 새우젓
    '11.4.19 4:30 PM (222.238.xxx.247)

    꼭 넣으세요.
    순무에 벤뎅이젓갈인것처럼 오이소박이엔 "꼭" 새우젓갈입니다.

    너무 짜게 절이신것만아니라면 그렇게 휘청휘청한게 잘 절여진거예요.


    서~ 설마 그오이 다 버리신건 아니시지요 ㅎㅎㅎ

    그리고 첨부터 20개 넘 무리하신것같은데요.....

  • 13. ㅋㅋ
    '11.4.19 4:40 PM (203.171.xxx.191)

    글을 넘 재미있게 쓰셔서 단숨에 읽혀집니다..
    앞으로도 종종 글 좀 써주세욤^^
    버려진 오이들 제가 다 아깝네요..

  • 14. ㅎㅎㅎ
    '11.4.19 4:46 PM (122.128.xxx.131)

    이게 웃으면 안되는 상황인데..
    웃으면 원글님한테 혼날텐데....
    너무 재밌어요..

    그게..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오현경도 생각나구요...

    애교를 이론으로 배웠다.. 하던거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실패는 성공의 엄마다...

    오이 또 사셔야죠?? 이대로 주저앉을수 없잖아요..

  • 15. ㅋㅋㅋ
    '11.4.19 5:02 PM (147.6.xxx.77)

    저는 마고님의 팬입니다..
    버려진 오이가 너무 아깝네요 ㅠㅠ
    저도 아직 새댁이라 젤 처음 도전한게 오이소박이였는데요,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어요.
    매번 뜨거운 소금물에 절였구요.
    레시피 하나만 딱 정해서 하시면 100% 성공해요.
    다만 20개는 너무 많으니 한 8개만 해서 성공하면 또 담아보시는게 어때요? ^^
    화이팅!! 입니다.

    http://moonsungsil.com/140052806824?Redirect=Log
    제가 따라해보고 성공했던 레시피에요.. 여기에 나온것처럼 8개만 해보세요 ^^

  • 16. 마고
    '11.4.19 5:06 PM (122.32.xxx.154)

    오늘 82에서 무식인증 제대루 했네요.
    여러분의 격려와 친절히 공유해주신 정보를 토대로
    새롭게 거듭 태어나겠습니다. ㅡㅡ;;

  • 17. 오렌지피코
    '11.4.19 5:20 PM (112.214.xxx.180)

    키톡에, 오렌지님이 올리신 오이소박이 담그는법 있어요..
    어제 올리셨던데,너무 간단하고 쉽던데요^^

  • 18. 마고님!
    '11.4.19 5:51 PM (122.34.xxx.19)

    덕분에 오이소박이 담는 법 제대로 배워가네요. ^^

    글도 재밌고..
    많은 82 분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제공하셨으니
    절대 실패한 하루는 아니였네요. ㅎㅎ

    낼 꼭 다시 성공한 오이소박이 후기 올려주실거죠? 꼭이요! ^^

  • 19. 하이킥
    '11.4.19 6:07 PM (121.130.xxx.42)

    20개 맞쟈나욧!!!!!!!!

    와~~~ 진짜
    자다가 일어나 하이킥 하겠어욤
    감정이입이 팍 되면서 왜 내가 억울한지.
    거기 슈퍼 전번 올려봐요. 제가 좀 따질게요 ㅋㅋ

  • 20. 둘다
    '11.4.19 7:30 PM (211.178.xxx.53)

    저도 뜨거운 물에 절이는거랑 그냥하는거랑 두가지로 해봤는데요

    그냥 절이는게 더 아삭하고 맛있게 되더라구요
    어느글 보니까 짜게 짧게 절이는거보다
    반나절 오래 절이는게(소금물 적당히) 더 간이 잘베어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양념은 짜지 않게 하구요

    이번에 저 성공했어요^^
    원글님도 여러번 하다보면 성공할날이~~~ 있으실거에요

  • 21. 명인레시피
    '11.4.19 7:40 PM (175.244.xxx.130)

    저두 검색이 김치 담그기 시작인 아직 어설픈 40대 올빼미 화원 검색하심 강순의님 레시피 있구요 그대로 담았는데 딱 좋아요 저두 새우젓 택배 올때까지 기다렸다 담그었어요. 뭘 할려구 하면 한개씩 준비물이 빠져요 검색을 고산정원 해두 주인장이 오이소박이 뜨거운 물 부은거하고 강순의식으로 담아서 식구들에게 검증받는 거 있거든요 보시구 원하시는 대로 하심 되어요 6시간 절여두 오이 아삭아삭 하니 정말 좋았어요 뜨거운 물 노우~~ 오이는 가시없는 매끈한 다다기오이가 더 좋아요

  • 22. 어제 저도
    '11.4.19 10:09 PM (110.9.xxx.142)

    오이소박이 처음 만들었습니다
    다행이도 마흔 목전에 말이죠 ㅋㅋ
    갯수도 100개...한접 ㅜㅜ
    식당 하냐구요? 노우노! 언니 동생네 나눠 먹으려고 하다보니 저렇게 하게 되네요
    토욜날 열무물김치 어젠 오이소박이
    저는 친정엄마가 알려주신대로 짭잘한 소금물에 잘씻어서 가른 오이를 담길정도로 넣고 3~4시간 절인후 바로 건져서 차곡차곡 쌓아서 무거운것으로 눌러 물기제거합니다
    그동안 찹쌀풀에 마늘 생강 매실액과 액젖은 약간넣고 새우젖 많이 넣어서 간 맞추고 부추랑 당근 고춧가루랑 섞어서 물빠진 오이에 넣었어요
    사각하니 식감도 좋고 처음도전에서 성공
    그래도 다음에는 한접은 하지말자 생각했는데 친정엄마 아프시기전에는 언제나 한접 한접반씩 담궈서 나눠주셨는데 그래서 아프신가싶어 기분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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