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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꼴딱 새고 수험서 몇 권 샀어요.
난데없이 자아 혼란에 기분이 울적하네요.
남편은 똑똑하고, 돈은 많이 못 벌지만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좋은 직장에 다녀요.
저는 갓 백일 지난 아기 포함 애 둘 키우는 전업주부입니다.
직장 다니다 첫째 임신하고 입덧도 업무 스트레스도 너무 심해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태어난 첫째 애는 많이 아팠고, 좀 키웠다 싶을 때 둘째 생기고...
시댁, 친정 도움없이
밤 11시에 퇴근해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 도움없이
아픈 첫째 때문에, 어린 둘째 때문에 외출 한 번 안하고
그냥 매일 밥하고 설거지하고 이불개고 빨래하고 널고 개고 애들 씻기고 약 챙기고 우는 애들 달래가며 재우고
이런 거 무한 반복하는 걸 몇 년 해오다
어제 남편은 머리 자르러 나가고
전 산발을 해서 남편이 어질러 놓은 집, 남편이 더럽게 사용한 변기 쓸고 닦고 하는데
순간 팽팽한 고무줄이 팅~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 나도 남들이 좋다하는 대학에 대학원까지 나온
나름 고등교육 받았다는 여자였는데
아직 나름 젊다면 젊은 나인데
현실은 손에 물마를 틈 없는, 매일 수세미들고 남의 X이나 닦는 여자구나.
한창 때는 여행 다니랴 사회 정치 경제 떠들어대랴 바쁜 청춘이었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애들 상태에만 온갖 신경이 꽂혀 덜덜 떠는 여자구나.
싶어 눈물이 찔끔 나대요.
누가 떠밀어서 직장 그만둔 것도 아닌데
집안일도 보람있다는 거 머리로는 이해하고,
내가 직장 다닌다 한들 애들 둘 시터 비용+가사도우미 비용보다 잘 벌 자신도 없는데..
아이들한테 엄마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거 아는데
남편이 직장일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냐 싶은 마음도 드는데
시어머니가 너도 직장다녀야 하지 않겠냐 할 때
친정 엄마가 요즘 애들은 집에서 노는 엄마 싫어한다 할 때, 맞벌이하는 동생네 월수입이 얼마다 얘기할 때
남편이 동료 결혼식장 다녀와서 종종 "신부가 너랑 같은 대학인데 무슨무슨 일 한다더라."하는 얘기할 때
시동생이 선본 여자가 저랑 같은 대학 나와서 무슨 직장 다닌다는 얘기 들을 때
괜한 자격지심인지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당장 애들 두고 취업 전선 뛰어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심란한 마음이 너무 진정이 안되어서
그냥 전공 계열 자격증 시험 준비할 책 몇 권 주문해버렸어요.
남편이 가끔 일 힘들다고 "내가 살림할게 네가 돈 벌어올래?"
할 때는 너무 안쓰럽기만 했는데
얼마 전 "내가 취직하면 우리 살림도 반반 나누어 할까?" 물어보니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나보다 돈 적게 버는 이상 절대 안되지."하는데
그 얘기가 마음을 좀 아프게 하네요.
1. ㅠㅠ
'11.4.11 6:30 AM (203.226.xxx.40)속상하고 슬프네요
지금 많이 지쳐있는듯 하니 기분전환 하시고요
그래도 꼭 붙으세요 화이팅♥2. 현실에적응하자...
'11.4.11 9:13 AM (125.142.xxx.172)힘내세요. 그 분들 선택이 백프로 옳다그르다 할수는 없겠지만..
제 주변에는 40대 한분은 약사,한분은 의사신데... 직업 포기하고 아이들 기르시는데서
보람을 느끼신다는 전업 주부님 계세요.
여러가지 여건상 안정적으로 사회 생활하실수 있는 경우면 좋겠지만,아닌 경우라면
괜한 자격지심이나 좌절감 가지지마시구요..
요새 3,40대 맘들만해도 학벌이나 경력 흐드드한분 많지만,
전업주부로 역할 잘하고 만족감 느끼시는 경우도 많으니....현 상황에 잘 적응 하시길........3. 제 모습
'11.4.11 9:41 AM (222.99.xxx.130)저를 보는것 같네요.. 근데요.. 아이들 조금 크면 괜찮아요..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저는 남편이 회사 그만두고 아이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정말 좋은 직장 그만두었어요..
시부모님, 친정부모님은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그런 회사를 그만두냐고 하셨지만 전 남편한테 말했어요.. 이제 더이상 나 돈벌러 안나간다고.. 아이들 잘 키울거라고..
정말 죽을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요즘은 살것 같아요..
요즘은 저 자신한테 투자하고 이것저것 배우니까 정말 살맛나요.. 10년 넘게 직장생활하면서 못했던거 요즘에 많이 하거든요..
조금만 참으세요.. 좋은날 올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