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무조건적 사랑을 배우려면 어떡해야할까요?

내생각 조회수 : 986
작성일 : 2011-04-01 17:24:43
아무것도 안뛰어난 애를 무슨 낙으로 기르냐고 물은 분이랑 저는 동일인물은 아닙니다.
그냥 저도 궁금했던 걸 그분이 쓰셨더라구요.

솔직히 저도 그 질문 한 번 하고 싶었어요.
저는 학창시절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그래서 항상 부모님 자랑거리였거든요.
(이건 정말임. 장한어머니상 그런거 너때문에 받았다고 엄마가 좋아했음.)
집안 형편도 별로였고, 사실....그래도 부모님은 항상 너때문에 학교가면 기업 이사가 안부럽다.
너때문에 자랑스럽다 너때문에 행복하다 그런 말씀 많이 하셨고
그래서 좀 뿌듯했어요.

사실 이렇게 열심히 한데는 아빠 말씀도 한 몫 하죠.
아빠가 한 번씩 그러는거에요.
부모도 자식에게 뼈를 깎는 노력을 바쳐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야할 의무가 있고
자식도 또 자식된 의무로서 자식이 할 일을 해서 부모에게 기쁨이 될 의무가 있다고.
서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사랑도 안생기는 거라고.
저는 그 말 듣고 더 열심히 부모에게 기쁨이 될 만한 자식이 되고싶어 최선을 다해 노력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약간 그 글 쓴 분같은 의아함을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정말 미친듯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게 있을까?
내가 공부도 안하고 못나빠지고 비행 저지르고 한심하고 찌질하고...정말 뭐
밥값이 안되는 그런 지경이라도 부모님이 지금처럼 나를 사랑할까?
사랑하긴 하겠지만 버리지는 못하니 사랑하겠지 지금같이 기꺼이 기쁘게는 안사랑하겠지...
뭐...그런거...?
아 저희집 되게 모범적이고 바른 가정이구요....
폭력이 있다던가 강압이 있다던가 그런 환경은 아니에요.
아빠도 저런 말 인상 찌그려가며 하신 말 아니고 부드럽게 하신 말이구요.
얼마나 제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는지 저도 잘 알아요.
아빠 자신이 제게 얼마나 사랑을 주려고 어려운 환경속에서 노력하는지 그런 뜻인 것 같구요.
지금 저랑 부모님은 사이 좋습니다...

(저는 외동딸이구요...뭐, 어린시절부터 아들이 없는 집안이니 제가 대들보 노릇을 대신 해서 부모님이 나중에 아들이 없어서 남보다 부모님이 서럽지 않게 해야한다. 아들보다 더 자랑스런 딸이 되어줘야겠다 그런 생각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영향이 많이 컸을지...그렇게 효녀는 아닌데, 그런 생각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지금 제가 아기를 갖는다면 또 두려워요.
저나 남편보다 머리도 별로고 인물도 별로고 노력도 안하고 최선도 안다하고 부루퉁하고.....
혹시나 혹시나 내가 죽을 정도로 노력해서 길러도
유전자의 만행으로 나보다 못한 그런 애가 나와도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요.

제가 사람을 계산적으로 만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 이용가치를 항상 높여두려고 노력하는건 있어요.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려면 그 전에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가고,
유학가고 싶어하는 친구를 보면 유학 박람회 정보를 준다던가...그런거.
오히려 제가 항상 친구들에게 매력적인 뭔가를 제공하고 사랑을 받거나 인정받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왠지 제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저를 떠날 것 같고 또 남과 남 사이엔 그게 당연한 것 같고 뭐...^^
덕분에 친구들 저 많이 좋아하구요...어른들도 저 좋아하고..
대화거리가 풍부하고 재미있다는 평판 많이 듣는 편입니다.
남편에게도 재미있는 화제, 즐거운 이야기 그런거 제공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구요...
항상 노력한다는거....그게 제 장점이겠지요. 아직 지치지는 않고 있어요. 제 적성인 것 같고.

그치만 근본적으로 자식문제를 생각하면 이게 왠지 다른 사람들이랑 약간 다른 가치관인 것 같다는 생각...
이렇게 생각해도 좋은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질문 하신 분 댓글들 보면 제가 정말 좀 4차원적 생각을 하고 있던건 맞는 것 같네요....

이런 마음을 고치려면 어떡해야할까요? 음....

IP : 180.224.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4.1 5:34 PM (1.225.xxx.123)

    간단히 말해서 내 최선을 다해보고도 내 자식이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일단 내 후회는 있지 않겠죠.
    저도 남편보다 인물도 별로고 머리도 별로고요 그래도 일단 제가 제 현 상황에서 최선은 다해아이를 길렀다고 자부합니다.
    돈이 없으니 과외도 많이 못시키고요 내 최선의 안테나를 동원해도 정보가 부족해서 아이에게 조언은 많이 못했고요
    아이가 최고학부 최고인물, 최고성품은 아니지만 두루 둥글둥글하고요
    엄마가 얼마나 자기들을 사랑으로 키웠는지 충분히 알고요.전 이 자체로 만족해요.

  • 2. 조건없는 사랑
    '11.4.1 5:36 PM (222.235.xxx.144)

    모성애, 부성애도 DNA에 타고 나는 것 같다요.
    가끔 친엄마 맞나 싶을 정도로 모성에 없는 여자도 있고, 부성애 넘치는 아빠도 있고
    직접 나서 키워보기전까지는 아마 모르겠죠?
    어쨌거나 유전자는 후손을 안전하게 남기는 쪽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건없는 사랑을 베풀수있는 모성애를 원글님도 갖게 된다에 90%쯤 확신해요.^^

  • 3. 내생각
    '11.4.1 5:36 PM (180.224.xxx.33)

    네 다른 사람한테는 기대 안하는데요...
    왠지 자식에게는 좀 제가 많이 기대할 것만 같은 겁니다. 평균보다;;;;
    나는 내가 외동딸로 태어나서 집에 아들없는게 내 탓도 아닌데도
    부모님이 늙어 적적할까봐 일부러 제 친정과 먼데 사는 장남하고도 결혼은 아예 고려도 안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노력한 만큼 저도 노력해줘야한다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자식이 왠지....저같은 그런 마음을 안가져주는 순간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어오를것만 같은 두려움? 그런게 약간 있는 것 같아요....
    미리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무슨 낙으로 평범한 자식을 기르냐....? 그 원글을 읽는 순간...
    제 내면에 있던 두려움이 확 떠오르는 것 같아서요....

  • 4. ㅇ-ㅇ
    '11.4.1 5:51 PM (117.55.xxx.13)

    원글님 댓글 몇번을 읽었는데
    울아부지가 저한데 느꼈던 감정들 같아요 ,,
    그래도 자녀분들을 원글님과 동일시하지는 마세요
    모두 다 자기 스스로의 날개로 나는 거잖아요
    똑같은 방향으로만 날수는 없는거니까요 ,,
    반듯하고 속깊은 딸로 살겠다는 의지는 원글님 선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부모가 좋은 나무를 심으면 자녀분들도 따라오게 되어 있잖아요
    원글님의 글로도 감화가 되는데
    매일 보고 사는 자녀분들이 그 마음을 모를리가 없겠죠?

  • 5. 그리고
    '11.4.1 6:16 PM (61.106.xxx.161)

    처음만나는 문화인류학이란 책이 있어요, 짧고 쉬운 문화인류학 개론서인데요,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직된 잣대를 좀 돌아보고
    좀더 유연하고 다원적인 가치를 가지는데 되게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극단적인 경우지만, 블랙스완에서 보면 주인공이 강박과 완벽주의를 극복하면서
    폭력과 자해 이런 부정적이고 금기된 영역을 시도해보잖아요.

    유태인들은 부모들에게 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면 좋다 나쁘다에 대해
    너무 이분법적인 잣대를 가지지 말 것을 권유한다고 해요.

  • 6. 내생각
    '11.4.1 6:57 PM (180.224.xxx.33)

    댓글들 다 하나하나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원인모를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그런것도 좀 알게 된 것 같고
    제가 좀 많이 경직되어있었다- 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앞으로 좀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아이를 독립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글 올리기 잘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61.106..님이 추천해주신 책도 지금 적어뒀습니다. 주문해서 꼭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7. 제가
    '11.4.1 6:59 PM (218.209.xxx.216)

    님처럼 자라온 환경 성격도 비슷해요. 단지 전 학벌은 저보다 좀 못하지만 사회성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남편이 있죠.
    첫 아들을 얻고 너무 행복하고 이 아이가 나만 같다면 정말 이 세상에서 최고로 가는 사람으로 키울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구요.그런데 아이가 커갈수록 정말 얘는 누굴 닮았는지. 어디가서도 무얼하든지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중간도 아니고 그 이하로 처져있고요. 그런데 제가 그꼴을 못보겠어요. 사랑으로 감싸주면 아이는 믿는 만큼 커준다는데 그런 아이를 보면 너무 화가나고 그래서 혼내고 애는 기죽고 소심해지고.. 아이만 보면 안쓰러워 눈물이 나요.. 자기 잘못해도 잘했어 하고 품어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 눈치보느라 안되는걸 더 잘해보려 해도 안되서 난처해 하는 아들 얼굴을 보면 눈물만 나고..
    저는 남편한테 당신닮아 애가 이모양이다라고 화풀이에..내가 왜 이남자랑 결혼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돈도 잘 벌고 아무문제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 인생에 회의까지..저 심하죠??
    암튼 아들내미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어떤 엄마는 저보고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제 욕심버린지는 오래전이고 중간이라도 갔음 좋겠고 못하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어디 강의가서 들었는데 엄마가 학교다닐때 공부좀 열심히 했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이런경우나 아님 내가 학교다닐떄 공부잘했으니 이정도나 사는거지 이런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이한테 공부를 강요하게 된다네요. 반대로 공부못했어도 난 지금 잘 살고있다 이런생각 가진사람은 공부 강요안한데요. 어쨌든 공부가 인생에 다가 아니란걸 알면서도 공부에 미련을 못버리니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하고 해요..
    님은 저처럼 그러지 마세요. 님이 똑똑하고 착하시니 당연히 그런아이가 태어나겠지만 아니어도 저러첨 그러지는 마세요. 아이 망치는 지름길이에요.. 저도 이제사 알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엄마와 관계가 잘 된 아이는 언젠가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 된데요..하기싫은 공부도 자동으로 하게 된다네요..

  • 8. ..
    '11.4.1 9:35 PM (211.41.xxx.45)

    근데요 사실 님 아버지같은 부모들이 태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기대욕구가 많아서..
    저희 아버지도 그럽니다
    저도 아버지 기대를 어긋나는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마음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마음도있고요
    아빠가 돌아가시고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게 있을듯해요
    정말 왜 그렇게 자기 자식이 남들만큼 할거라고 기대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2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5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3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4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2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8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1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79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5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0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1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0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8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2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