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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는걸 깨달을때
방글방글 조회수 : 796
작성일 : 2011-03-22 23:06:15
제가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를 느끼고 있을때는.
옛날 생각들이 많이 날때에요.
특히 유년시절.
지금 우리 아이가 초1인데, 공개수업도 가서 보고, 아이 의자에 앉아보니, 정말 그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봄을 맞은 병아리가 숨바꼭질하다가 혼자 남아 개나리그늘밑에서 눈물짓던 이야기를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서 배우면서 찡했던 기억도 나고, 동시 배웠던 기억도 나고, 각도기가지고 와서 각도 재는법도 생각나고, 시계보는법,아침마다 구구단 외웠던 것, 국민헌장선서 외웠던 기억, 가보지도 않았던 각 지역의 특산물 외웠던 기억,
그리고, 고모네 집에서 잠시 1년 반정도 살때, 고모부가 무척 미워했던 기억.
제가 청소를 무척 잘하는 이유가 아마 그때 새벽 다섯시마다 일어나서 방청소,거실청소, 계단난간청소, 신발장청소, 밖의 계단청소및 마당청소를 해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시간나면 신발정리를 잘해요. 나란히 놓인 알록달록한 신발들을 보면 괜히 뿌듯하면서도 마음한편으론 슬픔이 밀려와요.
고모부네 집에서 살면서 한번도 수세식화장실변기를 이용해본적이 없고, 돼지막옆 재래식을 쓰라고 알려준 고모.
고모가 가신지 이년 되었는데, 저때문에 많이 조마조마해하셨어요.
코는 밖에 나가 풀으라고 살짝 알려주고, 늘 고모부눈치를 살피면서 초조해하는 기색을 참으시곤했던 고모도 생각나고, 나중에 컸을때에야 그 뱀눈같은 눈초리가 사실은 적의와 증오로 가득찬 눈빛이었다는것을 혼자 안거죠.
그게 정확히 29년전 먼지쌓인 다락방같은 이야기군요.
신문에서 흔히 아동학대나 계모가 주는 구박등등을 읽으면서 사람이란, 자신의 혈육이 아니면 저렇게 잔인한거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불길도 서슴치않고 뛰어들 수 있는 마음자세가 모정인데, 계모한테라면...
오늘, 딸아이 교실 책상에 앉아 있으니, 참 그때 생각 나는군요. 서른일곱에 여덟살의 책상에 앉는 일도 다 있네요.
IP : 110.35.xxx.18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3.22 11:13 PM (119.70.xxx.148)그래도 고모가 참 좋은 분이셨나보네요..
2. 님도 힘들고
'11.3.23 12:24 AM (220.86.xxx.233)고모와 고모부도 힘드셨을거예요. 님 글이 맞아요. 자신의 혈육이 아닌사람을 거두기란 참 힘든거예요. 한쪽은 눈치보이고 힘들었다.. 한쪽은 거둬줬는데 고마움을 모른다
솔직히 정말 잘못한 사람은 고모부가 아니라 님 부모입니다. 어린 아이를 친척에게 맡기는 것 하면 안되는 거라 생각해요.3. 참...
'11.3.23 6:44 AM (124.59.xxx.6)어린애가 무슨 죄라고 그렇게 가혹했을까요? ㅠㅠ 한이 되셨겠지만... 잊어 보세요.
제 친구가 부모님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몇 달 작은아버지집에 맡겨졌던 적이 있대요.
작은어머니가 친구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는게 느껴졌는데... 그것마저도 창피하고 부담스러웠다고 했어요.
부모님이 죽자사자 싸울때보다 편해졌지만... 내가 불쌍한 처지가 됐구나, 싶은게 잘해줘도 유난스럽고 싫었다고.
어렵겠지만 마음을 비워보세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래서 남이랑은 절대 못산다, 어린마음에도 알겠더래요. 잘해줘도 가시방석인데 구박하면 어떻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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