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못난 엄마 때문에 딸 한테 미안해요.
엄한 선생님이라 성격이 여린 아이가 많이 주눅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학교에 가서 보고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발표시간에 다른애들은 상체를 들썩이며 팔을 쭉쭉 뻗는데 저희애만 끝까지 안 들더라구요 ㅜ.ㅜ
물론 아이가 안 들 수도 있고 크게 생각할일이 아닐수도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쩜 이 아이는 저 어릴적 모습을 저리 빼다 박았는지 너무 맘이 아팠습니다.
(항상 넘치게 사랑을 주며 키우고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성격은 안 바꿔지나봅니다.)
제가 워낙 내성적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때 아버지 사업 실패로 지독한 가난으로 떨어져 힘들게 살았었거든요.(아버지는 아주 무섭고 폭력적인 사람이었구요.)
불쌍한 엄마가 공장에 다녀서 겨우 입에 풀칠을 했었는데
일주일에 매일 같은옷, 겨울엔 점퍼 하나 사 입을수 없어 친척들에게서 낡은 잠바하나로 버텼었고, 묵은김치 밖에 없는 반찬이 든 도시락을 들고 다녔는데 사춘기 시절 내내 절망속에서 입을 다물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도 거의 없었고 늘 혼자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너무 좋은 남편을 만나서 끔찍했던 시절을 잊어 가고 있었는데
오늘 혼자만 손을 못들고 머뭇거리는 딸 아이를 보니 그냥 소스라치는 거예요.
(사실 제 성격 닮을까봐 아이도 낳지 않으려 했는데 신랑 성격이 너무 좋으니까 괜챦겠지 싶어 낳은 거였는데..)
아이는 내 인생의 전부인데..
괜히 몹쓸 엄마 성격을 그대로 닮아 맘고생 하며 살게 되지나 않을까..
잠든 딸 얼굴 보니 정말 정말 미안하네요.
1. ,,
'11.3.18 11:09 PM (59.26.xxx.226)딸 하나이신가봐요..님은 어린 시절을 그리 보내셨어도 지금은 행복하시잖아요..아이한테 니 뒤에는 엄마가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라는 말을 자주 해주세요..저도 딸하나인데 시댁쪽으로나 친정쪽으로 저만 딸하나네요;;친척들 모이거나 할때 혼자라 혹시 외로울까봐 전 그런말 자주 했어요..학교에서도 니뒤에는 항상 내가 있으니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2. 쓸개코
'11.3.18 11:15 PM (122.36.xxx.13)자신감 심어주는거 참 중요하더라구요.
원글님 심정이 헤아려져요.3. ,,
'11.3.18 11:35 PM (216.40.xxx.68)유전적인 요인도 있겠고 주양육자의 성격을 아이들은 많이 닮아가지요.
엄마가 내성적이면 아이도 내성적이고, 엄마가 외향적이면 아이도 그렇구요.. 그렇지만 그걸로 속상해 하고 아이에게 너는 왜 그러니! 하고 책망하는게 더 안좋은거 아시죠?
아이의 성향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아, 너도 이런게 낯설고 쉽지 않구나. 하고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내성적인 엄마들이 아이가 그런 모습보이면 더 못견뎌 하시는데, 그게 아이에게 더 안좋습니다.
지금 님이 느끼는 미안함, 그런것들은 다 잊으세요. 님 아이같은 성격도 장점이 많습니다. 내적 에너지가 더 강해서 인내심도 강하고, 공부에 더 잘 몰두할수 있고 자기주관도 뚜렷하지요.
좋은점만 보고, 인정해 주세요. 바꾸려 하지 마세요.4. bb
'11.3.18 11:51 PM (210.117.xxx.87)뭐 그게 못난 엄마인가요...
아이의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잖아요... 유전일 수도 있고..^^;;
우리집 애도 그래요.. 아직 6살이지만... 5살 때도, 지금도... 유치원에서 발표에 소극적이래요.. 작년에 유치원 행사 때 가서 보니까.. 심하게 소극적이더라구요... 평소에는 활발한데 발표는 아예 안하더라구요.. 아마 학교 가면 님의 아이처럼 그런 모습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전 그 모습이 귀여웠어요...(아직까지는.. 아마 초등 들어가면 고민할지도 모르죠)
저도 어릴 적 그런 모습이었고.. 남편도 그랬다고 하거든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거.. 무대에 서는거.. 정말 힘들었거든요. 어린 시절에.. 어쩜 그걸 그리도 똑 닮았는지;; 남편이랑 둘이서.. "우리딸인데 당연히 우리를 닮은거겠지."라고 웃으며 얘기했어요..
저는 그렇게 발표에 소극적인 아이로 쭈욱 자랐지만.. 그래서 손해보는 일도 있었고 힘든 적도 많았지만.. 남편은.. 시어머니께서 안되겠다 싶어 웅변학원을 보냈대요..
그런데.. 웅변학원 다니면서 성격이(겉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180도 바뀌었다 하더라구요...
발표도 잘하고 친구들 앞에서도 씩씩하게 나서는 등... 많이 바뀌었대요..
님도.. 조금씩 아이를 도와주는건 어떨까요? 무리하게 바꾸라는게 아니라...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발표력같은건 있어야 하니까.. 조금씩 도와주는 것.. 요즘은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도 우리딸이.. 계속 저렇게 소극적이라면.. 조금씩 도와주려 해요...
너무 자신을 책망하지는 마세요..^^5. 같지 않아요
'11.3.19 9:12 AM (121.176.xxx.230)아이에게 보이는 모습이 어릴때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해도 나와 똑같은 건 아니니 안심하세요.
저는 어릴때 (굳이 말을 하자면) 지역 유지집안에, 평탄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도, 발표 싫어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지금요? 교수하고 있답니다. 성격을 극복한건 아닌데 그냥 해요. 강의는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구나 그런건 정말 좋아하거든요.. 내성적이라 혼자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논문쓰고 하면 재미있고, 그러러면 강의도 일부 해야 하니까 성의껏 준비해서 합니다.
제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런성격이라도 자라서 다 자기 길을 찾아가니, 원글님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해서 넘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원글님 가족이 모두 화목하고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면 잘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원글님도 행복하지만 아이는 더 행복하게 살아갈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