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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당뇨 판정 이후 현실 직시...

두려움 조회수 : 909
작성일 : 2011-03-07 13:50:56
임신당뇨 판정 받고 이제 좀 마음을 추스르고 제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요.
82쿡에는 음식하는것, 먹는것 좋아하고 즐기는 분들 많으시죠?
그 음식 중 단거, 탄수화물 많은거, 매운거 짭조롬한거 다 빠지면...
그걸 빼고 먹어야하는 생활을 기약없이 이어가야할지도 모른다는거....
많이 힘들거 이해하실 수 있으시죠? 휴...

그 식이요법이야 그렇다고 치는데....이제 가정생활, 사회생활이 너무 걱정입니다.

남편 다행히 예민한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이에요.
잘 관리해줄게. 걱정하지마. 죽는 거 아니쟎아. 다행이다. 먹는것만 조심하면 되겠다 말은 해요.
그런데 어제 마트를 갔어요. 소고기는 안심, 닭고기는 가슴살, 브로콜리에 양상추 등등...
제 위주로 저도 모르게 사게 되더군요...
그런데....남편이 자꾸 마트 안 좌판 어묵코너를 살짝씩 보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어묵먹고싶어? 하니까 아니 아냐 내가 왜 먹고싶어~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먹고싶음 먹어...나 임신했다고 언제 당신 술은 안먹었어?
혼자 술먹는게 미안했어? ㅋㅋ 괜찮아~ 나 대신 많이 먹어줘~하고 웃었어요.
그러니까 겨우 눈치보며 하나 먹더라구요. 평소같으면 두 개는 더 먹을 사람이...
그런데...그때 막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게...이제 우리는 함께 같은 식탁에서 같은걸 즐길 기회가 사라지겠구나...
나가서 떡볶이를 사 먹고, 어묵을 먹고, 비오는날 소주에 감자전을 먹는 소소한 행복이 거의 사라졌구나...
끼니때마다 깨작거리고 혈당걱정하고 토끼밥상이나 차려놓는 마누라...
내가 왜 저것과 결혼해서 이 꼴 보고 있나...안싶을까요...?
지금은 콩깍지 씌이고 동정심 많고 착한 사람이라 절 위해주지만
이 생활이 4년 이상 가면 긴 병에 효자없다고....이런 날 지쳐하고 미워하고 싫어하지는 않을까....
너무 겁이 납니다. 솔직히....

애 낳으면 좋아진다지만 거의 애 낳고 엄격한 식이요법을 평생 하지 않으면 당뇨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제 관리해야하는데...그러다보면 나와 남편의 즐거운 외식의 추억이나 기타등등도.....사라지겠지..싶고.

애 낳고 사회생활 다시 해야할텐데...
이제 남들 다 우르르 몰려 외식할 때 혼자 깨작깨작, 국수집 가서는 공포에 질려있어야 할거고....
생각보다 인간이 같은 밥상에서 같이 뭔갈 하는게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더라구요....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저 배려해달라고 말하기도 너무 부끄러울 것 같고...
그렇다고 다이어트 중이에요~ 그렇게 돌려 이야기 하면서 별난 사람 취급받기도 싫어요...


그냥 너무 우울하고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갈피도 잘 안잡혀요.
하루 세 끼와 혈당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에요...


IP : 180.224.xxx.3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1.3.7 2:19 PM (112.169.xxx.173)

    ㄷㄷㄷ 건강보험은 들어놓으셨나요??
    http://www.cancerok.com/php/bohumlist.php?idx=1&adins=155

  • 2. ..
    '11.3.7 2:20 PM (112.185.xxx.182)

    형님이 임신성 당뇨였어요.
    임신 5개월 무렵부터 매일 스스로 혈당검사하고 인슐린 주사 놔 가면서 보내고
    출산하자마자 애기 인큐베이터로 가서 검사 다 받았구요.

    지금 조카가 초등 5학년인데 아주아주 건강하고 형님도 당뇨 없어요.
    너무 우울하지 마세요 다 좋아질거에요. 화이팅!!

  • 3. 음?
    '11.3.7 2:29 PM (121.134.xxx.241)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둘째 임신하면서 임신성 당뇨가 생겨서
    바늘이라면 벌벌 떨던 제가 매일 3번 피뽑아 당 수치재고, 팔다리에 인슐린 주사 3번 직접 놓고 살았는데
    그냥 저냥 지낼만 해요.
    큰 애가 어려서 백미만 먹으니까 혼자 콩, 현미, 보리 같은 거 삶아뒀다 밥에 섞어 먹고 뭐 해먹기도 귀찮아 애기랑 같이 미역국이나 백김치나 그런 거 위주로 먹고
    대충대충 살만해요.
    평생 뱃살만 안 붙게 살면 됩니다.

  • 4. 어머나
    '11.3.7 3:10 PM (222.234.xxx.169)

    저는 임당은 아니지만 다른 문제로 임신 중에도 임당이신 분들에 준하는 식이 관리 중이에요. 덕분에 9개월인데 체중 증가가 0kg랍니다. 아기는 잘 크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우울해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
    (심각한 당뇨가 아니면) 임당이라고 해서 못 먹을 건 없어요.
    떡볶이, 어묵, 감자전, 국수 다 먹어도 돼요. 다만 양에 제한이 좀 걸리거나, 오바해서 먹었으면 먹고나서 운동해야 돼서 그렇지... 남편분과 함께 같은 식탁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신랑이랑 떡볶이랑 어묵 맛있게 사 드시고, 다정하게 손잡고 좀 빠른 워킹 30분 하고 집에 들어가면 돼요.

    인터넷에서 2010년 개정 식품 교환표를 검색해서 표 내용을 잘 읽어 보세요. 적게 먹어야 하는 것과 많이 먹어도 되는 것은 있어도, 절대 먹어서 안 될 것은 거의 없답니다. 오히려 단백질류, 곡류, 채소류, 과일류를 모두 골고루 먹어야 해요.
    당뇨하면 무슨 고행 수준의 식이 요법만 평생해야 하는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특히 채소만 잔뜩, 고기도 기름기 하나도 없이 뻑뻑한 것만 먹어야 하는 줄 아시는데 꼭 그렇지 않아요. 중, 고지방 식품도 많이만 안 먹으면 돼요.

  • 5. 두려움
    '11.3.7 3:24 PM (180.224.xxx.33)

    그렇군요.... 조언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두 번째 재검때 혈당이 230까지 올라가서...그 뒤로 내려오긴 했는데...
    많이 많이 주의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살은....제가 여기서 더 빼고 싶지 않아요...ㅠㅠ 차라리 비만이 원인이면 수긍이 가겠지만...
    저는 흰 피부에 부티나게 글래머러스하고 싶은데 검게 빼빼해보여서 그게 싫었던 사람이거든요...
    먹는 즐거움을 중요시하고 한 끼때마다 배불리 먹는걸 좋아하고 세 끼 외 간식 안먹던 사람이
    나눠먹으라고 하고 배부르게 먹지 말라고 하고 그러니까 그게 스트레스 받나봐요.

    당뇨에 대한 무시무시한 글들을 많이 읽고나니 적당히 조금 먹고 운동하면 된다고 해도
    입맛이 뚝 떨어져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그래도 위로글 보니까 좀 위안이 됩니다.
    힘내서 점심준비해야겠어요.

  • 6. .
    '11.3.7 3:52 PM (211.211.xxx.210)

    임신성 당뇨는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어서....출산하면 없어지는 확률이 높습니다만
    조심해야할 것이...임신성 당뇨가 있으면...응급상황에서 제왕절개수술을 못합니다.

  • 7. 통통곰
    '11.3.7 4:02 PM (112.223.xxx.51)

    임신성 당뇨도 제왕절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급상황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만, 임신성 당뇨가 없는 사람에 안좋은 점이 더 많죠..

    출산시 수액 등을 맞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잊었는데 포도당 성분이 있는 링겔은 못 맞으실 거예요. 혈당이 갑자기 높아질 위험이 있어서..
    이 부분은 담당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실 문제지만, 출산하실 때 간호사 분들께 한 번 더 주지시켜주시는 게 좋겠죠.

    저도 둘째를 임신성 당뇨로 출산했지만, 출산 자체는 일반 출산과 그다지 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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