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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남편

부부 조회수 : 1,053
작성일 : 2011-02-28 22:15:27
울 남편이 전업된지 3달 지났습니다.

그동안 달라진 좋은 점.. 우리집이 쪼큼.. 깨끗해졌다는 거 (그래도 제 맘에 들려면 멀었어요. 단지 전 잔소리를 정말 싫어해서 아무 말도 안한답니다. 하지만 아마 표정으로 하고 있을거 같아요)

그 전에는 맞벌이라 집이 항상 너저분했는데-처음 두달동안은 더 지저분했었죠.. 다 꺼내서 정리하느라 (왜케 느린지 ^^;) 아직도 정리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깨끗해졌고

도시락을 매일 싸올 수 있게 되었다는 거. 맞벌이할 때 처음에는 제가 도시락을 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들어져서 포기했었던 일. 만일 제가 아침 먹는 스타일이라면 아침도 해주겠지만 원래 아침을 안먹으니 뭐..

집에 가면 아무것도 신경 안써도 되는 것이 좋습니다.

빈 도시락통 주고 씻고 옷 갈아입고 잡니다.

다음날 피곤하면 출근시켜달라고 하고. (이건 기름값때문에 일주일에 한두번?)

가끔 돈 버느라 힘든거만 빼면 내 팔자 늘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는 엄마네 가도 늘어져 있습니다. 식사준비는 울 엄마가 해주시고 설거지하고 뒷정리는 남편이 해주고

난 리모콘 돌리다가 컴터앞에가서 일하다가 휴가계획 짜고.

남편이 매일 사랑한다 이쁘다 말해주고- 같이 맞벌이할때는 일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서 싸울 때도 있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단점은 돈이죠. 한달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점.

제가 많이 버는 전문직도 아닙니다. 평생 직장 보장된 것도 아니고. 그냥 딱 둘이 먹고 살기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만  법니다. 사람마다 눈높이가 다르겠죠. 저와 남편은 어렵게 자라서 굉장히 검소한 편입니다.

돈 말고는. 제가 완전 게을러 진다는 거. 평일에는 일하고 운동하면 끝. 주말에는 그냥 찰떡처럼 늘어져 있습니다.
내가 전업이 됐다면 남편만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둘 중에 누가 그만둘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돈이야 둘이 똑같이 벌었고 직장 형편도 둘다 소규모 회사라 비슷비슷하고 일도 같은 계통이고..

결론은 울 남편보다 상대방한테 잘하기는 힘들거 같습니다. 청소나 요리는 내가 더 낫지만 전 전업이라 하더라도 남편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나 혼자 하는건 그닥 좋아하지 않을거 같거든요. 워낙 남편한테 바라는게 많아서리..

그런거 있죠. 난 정말 속물이 아니야. 울 남편만 보고 결혼한다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었는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아빠처럼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거. 그런데 울 아빠는 보통 아빠가 아니라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하고 슈퍼아빠였다는거요. 뭐 돈은 적게 버셨지만요 ㅎㅎ

제 친구와 동생은 사짜 들어가는 전문직입니다. 둘다 남편이 전업이구요. 제 친구가 제일 먼저 남편 전업만들었을 때 그래도 남자가 돈을 벌어와야지 생각했었죠.

동생이 결혼해서 제부가 전업되니까 뒷바라지는 울 엄마가 다하고 녹은 제부가 먹는구나+그래도 제부가 동생을 잘 챙기니 다행이구나 두 가지 생각.

남편이 전업되니까 아 나는 왜 공부 열심히 안했을까 나도 이제라도 전문직에 도전해볼까 생각. 울 남편은 가정 경제는 생각 안하고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라하고 놀고 싶으면 놀라하네요. 헐~

전업인데 돈은 제가 쥐고 있네요.. 엄밀하게 말하면 쥐고 있는 돈은 없으니 관리만 하는거죠. 사환이나 마찬가집니다. 가계부 써야되고 보고해야되고.

울 남편이 영영 전업으로 남겠다고 하면 제 여건이 되는 한은 저도 최대한 지원하고 싶은데.. 내 능력으로 될지~

전반적으로 인식이 아직 남자가 여자보다 많이 벌어와야지겠죠? 울 남편도 말은 안해도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아요. 회사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수직적인거라면 여러가지로 받는 수평적인 느낌일듯..

뭐 쓸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네요. ㅎㅎ 전업 남편이 있어서 좋다. 뭐 결론은 그겁니다. ^^;
IP : 121.135.xxx.13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2.28 10:19 PM (59.19.xxx.172)

    남편이 적성에 맞나봐요

  • 2. ...
    '11.2.28 11:26 PM (112.151.xxx.37)

    남자만 꼭 돈을 벌어야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부는 동등하니깐....^^.
    남편분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이 되네요. 사회적인 편견이 심하니.
    그냥 취미 하나 만들라고하세요. 굳이 돈이 안되는 일이라도
    그냥 말로는 프리랜서로 그 취미 관련 일 집에서 한다고 하면
    좀 맘이 편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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