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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엄마 손맛 따라잡기 1 [갈비찜]

| 조회수 : 14,655 | 추천수 : 96
작성일 : 2008-04-19 14:53:24
어제는, 아니 오늘 새벽에 마트에 갔었습니다.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여기서 먹을 것이라 함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파 마늘 오이 우유 뭐 이런 것들~
어쩌다보니 낮에는 가기 힘들어서 밤 12시 넘어서 갔는데, 사람이 제법 많던데요.
작년 여름 새벽 1시반인가 2시에 갔을 때는 매장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보다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자취생인듯한 학생들, 젊은 부부들, 안부거리를 사러온듯 한 젊은 남자들,
저같은 아줌마도 꽤 있었구요.

암튼, 과일 단 한알도 없던 참이라, 과일도 사고, 양념도 사고,
그리고 찜용 갈비도 샀습니다.




뜬금없이 갈비를 산 이유는요~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흉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아버지 제사때,
갈비를 손질하고 데쳐내고 하는 건 제가 했지만,
결정적인 양념은 친정어머니가 하셨더랬습니다.

완성된 갈비찜을 대하는 순간.."바로 이거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하는 갈비찜은 뭔가 부족한 듯 싶었는데, 엄마의 갈비찜은 바로 갈비찜 맛 그 자체였습니다.
옆에서 보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차원에서,
"엄마, 갈비찜에  양념 뭐뭐 넣었지?" 했더니,
"넣긴 뭘, 간장하고 미림하고 물엿하고, 뭐 그렇지..."
"난 간할 때 간장 국간장 맛간장 섞어넣고, 단맛도 설탕이랑 꿀이랑으로 내는데..."
"양념 이것저것 넣는다고, 뭐 맛있는 줄 아니?? 오히려 맛이 더 이상해지지.."
아...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복습해보려고 벼르다가 갈비를 사와 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엄마 갈비찜과 제 갈비찜의 차이점은
1. 엄마는 갈비를 데쳐서 합니다.
   저도, 양이 적을때, 우리 식구만 먹을때는 데쳐서 하는데 명절에 양이 많을 때에는 데치는 것이 번거로워 그냥 합니다.
   그런데, 이것의 차이도 꽤나네요. 데치는 편이 아무래도 기름기가 적습니다.

2. 엄마는 간장과 미림, 물엿으로만 간합니다.
  저는 간장 맛간장 국간장 청주 미향 설탕 꿀, 복잡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간한 것이 훨씬 갈비찜 스럽네요.

3. 엄마는 대추 밤 무(혹은 감자)를 넣습니다.
  저는 대추나 밤은 넣는데, 무나 감자는 넣지않습니다.
  그런데 엄마 식으로 무를 넣으니까 국물이 더 맛있습니다. 개운하고.

4.  엄마는 물을 붓고 센불에서 설렁설렁 조리다가 약불로 줄입니다.
   저는 물을 따로 붓지않고 갈비 몸에서 나오는 국물과 양념으로만 조리합니다.센불에서 한번 우르르 끓으면 바로 불을 줄여서 뭉근하게 조립니다.
   이렇게 끓이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네요. 제 갈비찜은 다소 많이 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엄마의 갈비찜이, 갈비찜 뜯는 맛도 나고..

    
역시 엄마는 제 가장 좋은 스승입니다.
엄마를 따라잡으려면..아~~직도 멀었습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가다
    '08.4.19 3:03 PM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손맛이니까요 ㅎㅎㅎ

  • 2. emile
    '08.4.19 3:08 PM

    ㅋ 끝까지 못 따라 잡으실껄요 아마?
    저희 친정엄마 김치 배우려고 맨날 옆에서 보고 또봐도
    정말 양념두 별루 안쓰고 담으시고 뭐 그닥 정성두 저보다 부족해 보입니다. ㅋ

    그런데 결과는 매번 참패입니다 제가..ㅋ

  • 3. 또하나의풍경
    '08.4.19 3:19 PM

    갈비찜이 정말정말 맛있어보여요!! 아웅..저 갈비찜 언제먹었나 기억도 안나네요 ㅎㅎㅎ

  • 4. ㅎㅎ..
    '08.4.19 5:36 PM

    저 지금 반찬거리 없어 냉동실에 있던 찜갈비 찬물에 담가 놓고 레시피 검색하러 왔더니
    대문에 갈비찜이 있네요. 이렇게 반가울수가!!
    다른 건 다 있는데 무가 없네요. 감자 넣고 흉내내봐야겠어요.
    날도 더운데 갈비찜하는게 좀 이상한 가 망설이다 시작했는데, 희망수첩에 갈비찜 있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집니다.ㅎㅎ

  • 5. 아줌마
    '08.4.19 6:42 PM

    엄마의 그 손 맛 글쎄요
    아무리 해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잘 안되던데요
    그러나 걱정 안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맛이 최고라 하니까요 ㅎㅎㅎㅎㅎ

  • 6. 원추리
    '08.4.21 5:58 PM

    다음주 시어머니 칠순때 갈비찜 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때마침 갈비찜이 올라와서 반가운마음에 로그인 했습니다. ㅎㅎ
    레시피가 궁금해요. 그냥 간장 미림 물엿 말고요,
    갈비 몇 근에 몇컵... 헤헤헤~
    사실 첨 해보는 거라서 살짝 떨고 있거든요.

  • 7. 배낭여행
    '08.4.22 1:00 AM

    엄마의 손맛...
    맛도 레시피도 똑 같은데...쩝~접
    추억이 깃들어서 영원히 그 맛은 어렵더라고용

  • 8. 진영단감
    '08.4.22 1:19 PM

    한번 해 보야 할것 같아요,,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 9. ubanio
    '08.4.23 6:32 PM

    갈비를 데치면 기름과 국물이 적어서 좋을듯 합니다.
    팁하나 얻어 갑니다.

  • 10. 소금별
    '08.4.25 12:03 PM

    저는 푹 무른 갈비찜을 좋아라합니다.
    해서 전기밥솥에 후루룩 해 버립니다.
    푹 무르고 아주 좋습니다.
    저희아이들이 가장 좋아라하는 메뉴이지요.
    네살녀석이 엄지손가락을 쫘악 올리며 "쵝오!" 이케 말해줍니다. 캬캬캬

  • 11. Sue or 쑥
    '08.4.28 6:54 PM

    선생님 안 읽으실수도 있겠네요 마지막 글이라 저 선생님 어머니 식으로 했다 산으로 갔어요 고수도 아니고 한두번 갈비찜 성공한 초보가 괜히 레시피 맘대도 상상했나 봐요. 그래도 즐거운 경혐이었어요 이러다 실력 늘겠죠?

  • 12. 주부
    '08.5.14 10:04 PM

    저도 압력솥에다 양념을 한 다음 10분정도 뒤에 먹는데 맛있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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