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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그냥 차리기만 한 [우리집 점심상]

| 조회수 : 13,256 | 추천수 : 141
작성일 : 2008-01-20 21:29:00


제사 지내고 나면, 한동안 반찬이 같아서 그렇지,
요리할 필요없이 그냥 주섬주섬 꺼내놓으면 한상 그득 차려져서...좀 편하기는 합니다.
전이며 적이며, 골고루 형제들에게 나눠 싸주었는데도,
먹다남은 나물이며, 전, 싸주고 남은 생선, 뭐 이런 반찬 들에다 김치만 챙겨놓으면, 식당 밥상 같습니다. ^^

이렇게 점심 차려먹고는, 설거지도 못하고, 낮잠 잤습니다.
세상에나..3시간이나 잔 거 있죠?
마치 일주일에 6일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 휴일날 낮잠 자듯,
세상 모르고 잤습니다.
자면서...꿈에...누가 제 부엌 어질러놓았다고 울기까지 했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
애들도 아니고, 그런 개꿈은 꾸는 지...
뭐 한거 있다고 이렇게 피곤했나..생각해보니까...제사에, 제 생일모임에..나름 피곤해나봐요..^^;;

일어나서 설거지는 세척기로 밀어 넣고는,
고무장갑 끼고는 냄비들을 수세미로 북북 닦아주었습니다.

한 10년전만 해도,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이면 한밤중에 잠 안자고,
쓰는 스텐냄비들을 몽땅 꺼내 철솔로 북북 문지른 적도 있습니다.
어쩌다 저희 집에 오는 사람들, "이 집은 어쩜 이렇게 냄비가 반짝반짝해? 참 부지런한가봐?"하는데,
그게...부지런의 산물이 아니라..스트레스 해소법이었던 것을...
남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요즘은 스트레스가 없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운도 없어서, 그냥 두고 봤더니,
유광냄비와 무광냄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스텐의 광채가 죽어서,
아주 큰 냄비를 제외하고 많은 쓰는 작은 냄비랑 중간사이즈의 냄비 8개를 닦아줬습니다.

냄비를 닦다보면, 그래도 무광처리한 것보다는 유광처리한 것이 나은 것 같아요.
무광처리한 건, 닦아도 그리 보람이 없는데...유광처리한 것은 제 얼굴도 비쳐지는 것이..
닦아준 보람 있습니다.

토요일날 병원에 가서 손가락 상처 부위 소독한 후 드레싱을 갈때,
드레싱을 훨씬 짧고, 가늘게 해줘서...설거지며 집안 나름대로 할만합니다.
다만, 칼질하기가 나빠요. 왼손 세째 손가락으로 눌러주며 썰어야하는데, 손가락을 뻗치고 써니 영 불편합니다.
실밥 뽑으려면 아직 일주일도 더 남았는데..
한동안 요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ㅠㅠ...닭다리살이랑 해먹어야 하는데...
이참에, 요리는 하지말고, 완전 큰 곰솥까지 몽땅 꺼내서 북북 닦아줄까봐요.
스트레스도 풀 겸.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andan
    '08.1.20 9:46 PM

    일등이어서 하나 남기고갑니다^^맛있는 음식들 잔뜩이네요~~
    어서 손 낫으시길 바래요~

  • 2. 가을바람
    '08.1.20 9:47 PM

    선생님 밥상 보고 저 배고파 졌어요. 어쩜그리 정갈해 보이는지..
    다치신 손 빨리 나으시길바라구요
    tv에 나오신 모습 몇번 뵈었더니 왠지 더 잘아는분같고 그러네요
    저도 낼 모레면 오십인데 열심히 일하시고 사시는 보습 너무 좋아보여요.^**^

  • 3. 시골풍경
    '08.1.20 9:52 PM

    부엌을 어질러놓고 울기까지 했다는거에서 쓰러집니다

    저도 그런적이 있어서 엉엉엉 울고잇었더니 남편이 막 흔들어서 일어났어요 ㅋㅋ

  • 4. 시골풍경
    '08.1.20 9:53 PM

    그라고 샘님? 저기 그릇중에서 세칸으로 나뉘어져있는그릇 어디서 샀싰능교?
    저도 몇년전부터 살라꼬 꽁구고 있다가 잊자뿌고잇었는데 보니께 생각이 퍼뜩 남니더

  • 5. 초보주부^^
    '08.1.20 11:43 PM

    저두 궁금해요.. 세칸으로 나뉘어져 있는 그릇 어디사 살수 있는지..
    여러가지 나물 한 그릇에 담을때 좋을것 같아요...ㅋㅋ
    갈차주셔요~~

  • 6. emily
    '08.1.21 11:43 AM

    전 세칸으로 나뉘어져 있는 그릇을 선물로 받은적이 있는데... 한번도 못썼어요... (lenox꺼라서 안써지기도 하구요) 그런대, 선생님 사진보고, "앗! 저렇게 쓰는거구나!" 하고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7. 벨르
    '08.1.21 3:28 PM

    선생님~ 그냥 차리신 점심도 너무 정갈하여 한정식집 저리가라네요.. 부럽습니다.
    가족분들은 매일 수라상을 받으시네요..
    저도 저 3칸 나눠있는 그릇 너무 궁금합니다. 사고싶어요.
    신랑 아침밥을 안차려 주고.. 국이나 찌개, 저런 반찬그릇에 반찬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침에 일어나서 반찬 꺼내서 국데워 알아서 먹고 나가거든요. 그런데 저런 그릇이 달랑 하나밖에 없어서 너무 불편해요. 한 두어개 사고 싶은뎅.. 알려주세요~~~~

  • 8. 박현정
    '08.1.22 11:14 PM

    쌤 낮잠 드셨다가 누가 부엌 어지른 꿈 꾸고 우시는 거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납니다.
    은근 아이 같으셔요. 풉

  • 9. cookinggirl
    '08.1.24 11:13 AM

    이런 밥상 좀 누가 차려주었으면 좋겠어요..내손으로 차리는 밥상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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